▲ 롯데관광 고객상담창구 | ||
롯데관광은 북한이 현대그룹과 개성관광 사업권을 저울질하는 중간에 서서 관심을 받을 때인 6월 8일 상장을 해 10일 만에 5만 4900원의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북사업 재료가 사라지면서 다시 한 달 만에 상장가인 2만 5000원으로 내려앉았고, 이번 마이데일리 사태로 최저가인 1만 9500원으로 내려앉기도 했다.
롯데관광의 김기병 회장은 8월 3일 마이데일리 대주주인 최재희 대표로부터 지분 58.54%인 6만 7900주를 88억 2700만 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8월 4일 대금 지급을 완료했다.
관광회사가 왜 인터넷 뉴스 매체를 사려고 한 것일까. 마이데일리 측에 따르면 “롯데관광 김기병 회장은 마이데일리 최재희 대표에게 온라인 콘텐츠 사업에 진출하겠다며 마이데일리 인수를 강력히 요청했다. 최 대표가 오프라인 기업과의 결합에 난색을 표하자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핵심 자회사로 육성하겠다. 전문경영인으로 남아 경영을 맡아달라’고 적극적으로 인수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롯데관광이 인터넷 업체 인수를 원한 데는 최근 여행업계의 변화 때문이다. 항공권 예약, 호텔 예약, 쇼핑업체 연결 등 여행사의 수익모델은 대부분 수수료 수입. 그러나 최근 여행 패턴이 온라인을 통해 직접 항공권, 호텔 등을 예약하는 쪽으로 변화하자 온라인 기반의 여행포털 사이트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 것. 뉴스 매체를 선택한 것은 플랫폼만 있는 업체보다는 콘텐츠가 있는 회사가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롯데관광은 9월 11일 공시를 통해 9월 8일 마이데일리 최재희 대표에게 매입대금 88억 원을 반환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11일 최 대표를 특가법상 사기 및 강제집행면탈로 형사소송을 제기했다. 최 대표가 매매 과정에서 중요 사실을 고의로 속이고 계약 후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는 등 합의내용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 여행포털 사이트를 만들 능력이 애초부터 전혀 없었다는 것도 이유로 꼽고 있다.
이에 대해 마이데일리 측은 “8월 3일 계약, 4일 대금 지급, 양사 경영진의 상견례, 기념 촬영 등 모든 인수 과정을 마무리했으나 롯데관광이 회사 내부 사정을 이유로 인수 발표 시기를 계속 보류해 달라고 요청하다 한 달이 지난 뒤 갑자기 소송을 냈다. 롯데관광은 인수 전 2년간의 재무제표 및 경영실적, 경영현황 등을 검토하고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계약을 맺고 대금까지 지불해놓고 지금와서 마치 그런 자료를 검토하지 않은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 김기병 롯데관광 회장 | ||
한편 롯데관광은 “최 대표가 ‘구글이 마이데일리를 주당 13만 원(롯데관광 매입가격과 동일)에 인수하려 하고 있으니 빨리 계약하지 않으면 구글에 지분을 팔겠다’고 속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이데일리 측은 “구글 관련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 결국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오갔는지는 법원에서 결론이 나게 됐다. 마이데일리는 김기병 롯데관광 회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실제 롯데관광이 공시를 통해 밝힌 소송 내용만으로는 주관적인 부분이 많아 판단하기 어렵다. 게다가 롯데관광은 이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롯데관광 홍보실과 IR실(투자관리실)은 “더 이상 이 문제가 언론에 나가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에 해 줄 말이 없다. 공시와 기존 보도에 나온 내용이 전부다”고 밝혔다.
석연치 않은 소송 내용과 더불어 상장업체이면서 이런 중요한 사실을 늑장공시한 점도 롯데관광을 곤경에 빠트리고 있다. 롯데관광은 “본계약이 아닌 가계약이었고 진행 상황이 확실하게 정리된 후에 공시하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미 대금이 모두 지급된 상황이어서 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마이데일리가 인터넷 뉴스매체이고 포털업계 뉴스공급업체 2위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알고 보니 마이데일리가 여행포털 사업에 대한 노하우가 없었다’라는 롯데관광의 해명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인수대금까지 지불해놓고 그간 발표를 차일피일 미뤄왔던 배경에도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롯데관광과 롯데그룹의 불협화음이 원인이라는 설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관광 김기병 회장의 부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은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막내여동생. 롯데관광이 계열사가 아님에도 롯데 브랜드를 쓸 수 있는 것은 롯데그룹의 양해 때문이지만 반대로 롯데그룹이 롯데관광에 입김을 행사하고 있다는 뜻으로 비칠 수도 있다.
롯데그룹의 보수적인 사업방식에 비추어 롯데관광의 여행포털 사업이 너무 앞서나가지 않았느냐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더구나 마이데일리가 롯데관광의 지난해 순이익 45억 원의 두 배에 가까운 88억 원을 지불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롯데는 진로, 까르푸 인수전에서도 비싼 가격으로는 사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매물을 놓칠 정도로 돈을 쓰는 데 까다롭다. 또 롯데그룹이 롯데닷컴을 통해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롯데관광의 온라인 사업 강화 정책과 충돌했을 수 있다.
지난해 롯데관광이 북측의 개성관광사업 제의를 받을 때도 롯데그룹의 일본자금과 일본관광객 동원 등 ‘후광’을 기대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는 롯데관광이 롯데의 계열사는 아니지만 친척으로서 어느 정도 ‘배려’를 받는다는 전제 하에서만 가능한 해석이다.
이번 롯데관광의 인수 번복에 대해 롯데그룹은 “부담은 되지만 시간을 두고 지켜볼 문제”라는 입장이다. 롯데관광이 ‘배다른 자식’으로 계속 속썩이는 일이 발생한다면 롯데그룹에서 브랜드를 회수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 셈이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