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 직원수 감소, 비코로나 제품 비중 늘려…SD·씨젠 해외시장 진출, 휴마시스 2차전지 도전
#3사 모두 지난해 적자 기록
지난해 진단업체 3사 중 휴마시스와 씨젠의 직원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휴마시스 직원은 255명에서 107명으로 58% 줄었다. 휴마시스의 경우 지난해 1월 최대주주가 창업자인 차정학 전 대표에서 화장품 제조·경영컨설팅 기업인 아티스트코스메틱으로 바뀐 후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씨젠도 1016명에서 884명으로 13% 감소했다.
SD바이오센서의 경우 직원 수 변동이 거의 없지만 평균 급여가 크게 줄었다. SD바이오센서의 1인당 평균 급여액은 2022년 1억 1840만 원에서 지난해 6451만 원으로 46% 줄었다. 같은 기간 휴마시스는 7200만 원에서 4500만 원으로 38%, 씨젠은 8500만 원에서 7600만 원으로 11% 감소했다.
진단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채용했던 고급 인력이 빠졌을 것”이라며 “평균 임금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성과급이 감소한 영향도 작용했을 듯하다”라고 말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씨젠은 자연감소에 따라 인력이 줄었다.
3사는 지난해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SD바이오센서는 지난해 매출 6557억 원, 영업손실 2481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 매출 2조 9320억 원, 영업이익 1조 1466억 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씨젠은 매출 3674억 원, 영업손실 301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매출 8536억 원, 영업이익 1965억 원을 기록했다. 휴마시스의 지난해 매출은 138억 원, 영업손실은 524억 원이었다. 2022년의 경우 매출 4713억 원, 영업이익 2147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
실적 부진에 따라 진단업체 3사의 주가도 하향세가 뚜렷하다. SD바이오센서 주가는 2022년 2월 3일 7만 8600원까지 올랐다. 2024년 4월 4일 종가 기준 1만 1340원으로 주저앉았다. 씨젠은 무상증자로 인한 권리락이 이뤄진 2021년 4월 23일 종가는 10만 7500원이었다. 2024년 4월 4일 종가는 2만 3100원이다. 휴마시스는 2022년 2월 3일 3만 4500원까지 상승했다. 무상증자 권리락이 이뤄진 2023년 3월 24일 종가는 5230원이었다. 2024년 4월 4일 종가는 1942원으로 내렸다.
#중장기 전략에서는 차이 보여
진단업체 3사는 비코로나 제품 매출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SD바이오센서의 비코로나 매출(자가혈당측정기·기타제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다. 2022년에는 3%에 불과했다. 씨젠의 비코로나 시약 매출이 전체 시약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5.2%에서 지난해 84%로 늘었다. 지난해 휴마시스 코로나19 제품이 미포함된 정량진단제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로 2022년(0.33%) 대비 소폭 커졌다.
3사는 중장기 전략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2월 SD바이오센서는 미국 체외진단 업체 메리디언 바이오사이언스(메리디언) 인수를 완료했다. SD바이오센서는 메리디언을 통해 소화기질환 진단 시장에 진출하고 미국 유통망을 확보하게 됐다. 앞서 SD바이오센서는 2022년에 독일 체외진단기기 유통사 베스트비온과 이탈리아 체외진단기기 유통사 리랩을, 지난해에는 파나마 진단기기 유통사 미래로를 연달아 인수했다. 해외 직판 체제를 구축해 이익을 높인다는 것이 SD바이오센서의 전략이다.
해외 직접판매망을 구축해둔 씨젠은 최근엔 기술공유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씨젠이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기술공유사업은 씨젠의 신드로믹 정량 유전자증폭(PCR) 기술과 노하우를 세계 각국 진단 업체에 무료로 제공하고 현지 맞춤형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사업이다. 개발된 제품은 씨젠 유통망을 통해 판매된다. 이 과정에서 씨젠은 유통 마진을 챙긴다. 씨젠은 2028년까지 100개 기업과 협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술공유사업 플랫폼 구축을 위해 지난 1월 씨젠은 국내 정보기술(IT) 업체 브렉스 지분 100%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휴마시스는 이종산업으로 진출할 채비에 한창이다. 지난 3월 26일 휴마시스 정기주주총회에서 광물생산업, 2차전지 소재 제조·판매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안이 통과됐다. 휴마시스는 아프리카 짐바브웨 등에서 광권 확보를 위한 현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휴마시스는 스마트 헬스케어 전문기업 엠투웬티와 중저주파를 활용한 성장판 자극 의료기기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해당 의료기기 공동 판매권도 갖기로 했다.
해외 시장 공략의 성패는 예단하기는 어렵다. SD바이오센서가 인수한 메리디언의 모회사 콜럼버스홀딩스는 지난해 97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콜럼버스홀딩스는 SD바이오센서가 메리디언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다. 아직 콜럼버스홀딩스 장부가액에 대한 지분 손상 인식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순손실을 기록하면 장부가액 손상 처리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SD바이오센서 영업외손익에 악영향을 끼친다.
씨젠 기술공유사업 역시 성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의 진단업계 관계자는 “구글플레이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구글이 매출 일부를 수수료 형태로 받는 형태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대형 진단업체들은 기본적으로 국가별로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씨젠의 유통망을 믿고 얼마나 많은 업체들이 씨젠의 플랫폼을 활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휴마시스의 2차전지 사업 진출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본업의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없는 사업에 직접 진출하는 것을 두고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볼멘소리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휴마시스가 진단 사업을 대폭 축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이와 관련, SD바이오센서 관계자는 “진단 사업이 주력인 기업이기 때문에 진단 플랫폼을 전 세계에 제공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씨젠 관계자는 “기술공유사업은 해외에 법인을 만드는 등 준비 기간이 몇 년 걸릴 듯하다”라고 했다.
휴마시스 측에는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다만 휴마시스 측은 사업보고서에 첨부한 영업보고서를 통해 “손익구조 개선을 위해 (사업) 다변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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