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 사업목적 추가, ‘형’ 허진수의 ‘파리크라상’도 비슷한 행보…SPC “승계 논할 시점은 아냐”
일요신문 취재 결과 섹타나인은 3월 27일 △비주거용 건물 건설업 △사무 및 상업용 건물 건설업 △공간시설 임대 및 대여업 △회의시설 임대 및 대여업 △방송 프로그램 제작업 △광고대행업 △서적 및 신문 및 잡지류 소매업 등 27개의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섹타나인의 주요 사업은 정보통신(IT)이다. 섹타나인이 이번에 추가한 사업목적은 그간의 사업과 연관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재계 일각에서는 섹타나인의 사업 확장 시도가 SPC그룹 승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허영인 회장은 슬하에 장남 허진수 SPC그룹 사장과 차남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을 두고 있다. 재계에서는 허진수 사장이 파리크라상과 SPC삼립을, 허희수 부사장이 비알코리아와 빅바이트컴퍼니 그리고 섹타나인을 승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알코리아, 빅바이트컴퍼니, 섹타나인 등은 허희수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계열사다.
특히 섹타나인은 허희수 부사장에게 뜻 깊은 계열사다. 허 부사장은 2018년 경영에서 물러났다가 2021년 섹타나인 임원으로 복귀했다. 섹타나인은 허 부사장 합류 후 도보배달 플랫폼 서비스 ‘해피크루’ 등 각종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고, 섹타나인의 매출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SPC그룹의 지난해 행보는 계열분리설을 증폭시켰다. SPC그룹은 지난해 8월 기존 서초구 양재동 사옥과 별도로 새로운 사옥 ‘SPC2023’을 준공했다.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SPC2023에는 허희수 부사장이 이끄는 비알코리아(던킨 사업부 제외)와 섹타나인이 입주했다. 또 파리크라상은 지난해 12월 쉐이크쉑버거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법인 빅바이트컴퍼니를 설립했다. SPC그룹은 2016년 허희수 부사장 주도로 쉐이크쉑버거를 론칭했다. 빅바이트컴퍼니 출범 당시에도 허희수 부사장이 독자적으로 쉐이크쉑버거를 경영하기 위해 법인을 분리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허희수 부사장의 형인 허진수 사장도 사업 확장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허진수 사장은 파리바게뜨 운영 법인인 파리크라상 사장을 맡고 있다. 파리크라상은 지난해 10월 △전자화폐 발행 및 관리업 △상품권 발행 및 제작 판매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해당 사업은 IT 업체인 섹타나인과 연관이 깊다. 하지만 정작 SPC그룹은 파리크라상의 사업목적 추가와 섹타나인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SPC그룹은 파리크라상이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파리크라상 주주는 2023년 말 기준 △허영인 회장 63.31% △허진수 사장 20.33% △허희수 부사장 12.82% △이미향 씨(허영인 회장 아내) 3.54% 등으로 구성돼 있다. 파리크라상은 비상장 가족회사인 관계로 언제든 지분 변동이 이뤄질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SPC그룹이 도곡동 신사옥을 설립할 때부터 계열분리 가능성은 꾸준히 언급됐다”며 “허영인 회장도 차남이었지만 경영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으니 허희수 부회장에게 기회를 줄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SPC그룹 관계자는 “섹타나인은 IT 분야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스마트팩토리 컨설팅, 구축 및 유지보수 업무 등 종합 스마트팩토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현재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비자 특성에 맞춘 설비·물류 자동화시스템까지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섹타나인은 지난해 신사옥에 입주하면서 공간을 활용한 임대 및 대여업 등을 구상하고 있으며 사옥 스튜디오를 통해 콘텐츠 지식재산권(IP) 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파리크라상의 사업목적 추가는 섹타나인과 무관하다”며 “기존에도 상품권 발행과 제작 판매를 해왔고, (정해진 것은 전혀 없지만) 향후에 전자화폐(모바일 상품권) 발행 등도 산업 트렌드와 방향성을 고려해서 선제적으로 사업목적에 추가해 놓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SPC그룹이 당장 계열분리를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섹타나인의 경우 매출은 상승세지만 최근 수익성이 부진하다. 섹타나인은 2022년 12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2023년 2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섹타나인의 수익성은 궤도에 오르지 못했지만 SPC그룹 계열사라는 안정적인 매출처가 있다. 섹타나인은 현재 ‘해피포인트’ ‘해피오더’ 등 SPC그룹 계열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섹타나인의 지난해 매출 2324억 원 중 48.88%인 1136억 원이 SPC그룹 계열사로부터 발생했다. 비알코리아와 빅바이트컴퍼니와의 거래액을 제외해도 내부거래 비중이 26.94%에 달한다. 섹타나인은 계열분리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매출처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섹타나인이 사업 확장을 추진하는 것도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다른 변수는 허영인 회장이 최근 구속됐다는 점이다. 허 회장은 파리바게뜨 제빵사들에게 노동조합 탈퇴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검찰은 지난 4월 5일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허 회장을 구속했다. SPC그룹은 “피의자에게 충분한 진술의 기회와 방어권도 보장하지 않은 채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정도로 허영인 회장의 혐의가 명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허영인 회장은 파리크라상 지분 63.31%를 갖고 있다. 파리크라상은 섹타나인과 빅바이트컴퍼니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허 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계열분리가 진행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 앞서의 SPC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승계에 관해 전혀 이야기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니다”라며 “각 계열사 대표이사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임원진들이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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