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지 않을 조건 제시하고 싶다” 소송 직원 회유 녹취록 확보…하청사 “서운한 게 있나 물었을 뿐”
합의 종용 의혹이 사실이라면 프리죤은 불법파견 소송과 관련해 앞뒤 다른 모습을 보인 셈이다. 프리죤은 불법파견 소송 2심에서 "셀트리온에 불법파견은 없었다"고 강하게 피력했다.
프리죤 직원 2명은 2019년 8월 인천 송도 한 식당에서 프리죤 팀장 A 씨를 만났다. 프리죤 직원 2명이 2019년 7월 셀트리온을 상대로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한 지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셀트리온 출신인 프리죤 팀장 A 씨는 현재 프리죤 임원이다.
프리죤 직원 2명이 속기녹취사무소에서 공증받은 녹취록에 따르면 프리죤 팀장 A 씨는 “셀트리온에 다닌다는 소속감이나 자부심을 좇기에는 (두 사람은) 인생 중장년기에 접어들었다”며 “실제적이고 실리적인 걸 추구하는 게 더 좋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명예보다 돈이 좋다”며 “그런 것에 대해 결코 섭섭지 않을 조건을 제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프리죤 팀장 A 씨는 “내가 셀트리온을 다녀봐서 안다”며 “셀트리온이 딱히 그렇게 내부적으로 잘 공유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속 회사가 프리죤이든 셀트리온이든 별 차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추정된다.
프리죤 팀장 A 씨는 “셀트리온 다니는 것처럼 해줄 수 있다”며 “지금 셀트리온에 다니는 게 맞으니까”고 말하기도 했다.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한 프리죤 직원이 “명예인지는 모르겠는데 가족들은 (내가) 셀트리온을 다니는 것만 안다. 프리죤에서 일한다고 하면 정말 많이 실망할 거다”고 이야기하자 이에 답하면서다.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한 프리죤 직원 2명은 프리죤 팀장 A 씨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A 씨는 대화 중 언급한 ‘섭섭하지 않을 조건’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프리죤 직원은 “돈을 원하면 주겠다는 식으로 유도했던 것 같다”며 “우리는 (소송을) 끝까지 간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4월 8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말했다.
프리죤 팀장 A 씨는 불법파견 소송 합의 종용 의혹과 관련해 “합의를 시도한 적이 없다. 조건을 제시한 적이 없다”며 “소송을 일으켰으니까 (회사가) 시끄러워지지 않도록 서운한 게 있는지 물어본 것”이라고 4월 9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밝혔다.
하지만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한 프리죤 직원은 “프리죤 측에서 불법파견 소송 1심 막판(2023년 하반기)에도 ‘원하는 걸 주겠다’는 식으로 합의 의사를 여러 번 전해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2019년 12월 프리죤 대표가 전 직원을 모아놓고 소송을 제기한 우리 두 사람이 ‘프리죤에 금품을 요구했다는 소문이 돈다. 현혹되지 말고 열심히 근무하라’고 이야기했다”며 “그래서 내가 대표한테 우리는 돈 요구한 적 없다고 했더니 ‘아니면 말고’라는 식으로 말을 흐렸다. 허위사실 명예훼손이었다”고 지적했다.
프리죤 직원 2명은 프리죤 사측이 합의를 종용했다는 대화 녹취록을 불법파견 소송 2심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프리죤 직원은 “녹취록을 1심 때도 재판부에 낼까 생각했지만 그때는 프리죤이 재판 당사자가 아니어서 내지 않았다. 항소심에서 프리죤이 재판 당사자가 됐으니까 녹취록을 제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프리죤 직원은 “프리죤에서 일하다보니 근로자에 대한 인간적인 대우를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며 “금전적인 목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프리죤은 셀트리온 불법파견 소송 항소심 재판부에 피고(셀트리온) 보조참가신청서를 지난 2월 19일 냈다. 보조참가는 민사소송 결과에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가 원고와 피고 중 한쪽을 돕기 위해 재판에 참가하는 것을 뜻한다. 프리죤은 1심에선 재판에 보조참가하지 않았다.
프리죤 측은 보조참가신청서에서 “원고(프리죤 직원 2명)는 극히 일부 예외적인 사항을 마치 전체적이고 원칙적인 모습인 것처럼 왜곡함으로써 근로관계 실질을 호도했다. 그 결과 원심(1심)은 잘못된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프리죤 직원 2명)의 명실상부한 사용자인 참가인(프리죤)이 소송에 참가해 근로관계 실질을 명명백백히 밝힐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프리죤 측은 “프리죤은 야간 방역 용역도급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자체적인 체계를 가지고 근로자들에게 구체적인 지휘·명령을 했다”며 “근로자 채용, 교육과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인천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셀트리온 공장 생산시설을 야간에 방역하는 하청업체 프리죤 직원 2명이 제기한 불법파견 소송에서 2023년 9월 21일 프리죤 직원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셀트리온과 프리죤의 도급계약이 실제로는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며 파견기간 2년을 넘겨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했다.
셀트리온은 1심에서 사실상 완패했다. 1심 재판부는 프리죤 직원 2명의 사례는 고용노동부의 근로자 파견 기준 5가지를 모두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셀트리온이 직·간접적으로 원고 업무 수행에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 △의약품 생산 업무와 연동되는 생산시설 방역 업무는 셀트리온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있다 △통상적인 도급관계와 달리 셀트리온은 프리죤 야간클리닝팀 인원 증감과 노무 관리에 개입했다 △프리죤 야간클리닝팀의 구체적인 업무는 셀트리온의 구체적인 지시에 따라 특정될 수밖에 없다 △프리죤은 야간클리닝 업무와 관련해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셀트리온은 1심 판결에 불복해 2023년 10월 17일 항소했다. 셀트리온은 항소심 변호인단을 법무법인 화우 소속 6명으로 새로 꾸렸다. 1심 변호인단 2명과 비교하면 3배 규모다. 법무법인 화우는 2023년 12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 헬스케어 합병 및 합병 후 통합 과정에서 자문을 수행한 곳이기도 하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는 지난 3월 셀트리온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종문 법무법인 화우 고문의 셀트리온 사외이사 선임 반대를 권고하면서 “최근 3년 이내에 해당 회사에 법률대리나 자문계약을 체결한 법률사무소에 소속된 사람이 사외이사로 선임될 경우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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