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구축 비용, 경쟁사와 차별화 등 난제…스테이지파이브 “매입 논의된 바 없고 사업계획 향후 밝힐 것”
#3년 안에 기지국 6000개 깔 수 있을까
통신업계에 따르면 스테이지엑스가 5세대(5G) 28기가헤르츠(GHz)대역 기지국 1568대를 매입하기 위해 KT와 논의 중이다. 양사 모두 논의한 적 없다며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매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 관계자는 “협의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28GHz 기지국을 기존 이통사가 이미 구축했기 때문에 사장시키는 것보다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서로 찾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스테이지엑스가 아직 법인 설립 단계이고 망 구축 방법도 논의 중이라 구체적으로 확정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 11월 주파수 할당을 취소당한 KT 입장에서는 손실처리해야 하는 기지국을 판매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스테이지엑스 역시 1600개에 가까운 기지국을 단번에 확보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로 기지국을 구축하려면 장소도 임대하고 인력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이미 깔려있는 기지국을 매입하는 게 더 저렴할 수 있다”며 “어차피 3년 안에 기지국 6000개를 깔아야 하기 때문에 구축 안하고 구매할 수 있으면 스테이지엑스에도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KT로부터 기지국을 매입한다 하더라도 스테이지엑스가 3년 내 구축하기로 약속한 ‘의무구축분’에 포함이 될지는 미지수다. 앞서의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확정된 바가 없기 때문에 결론이 난 것은 아니고 의무구축분에 포함할지 말지는 주파수 할당을 담당하는 전파국에서 향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현재 스테이지엑스는 28GHz 대역 주파수 기반 5G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에 필요한 주파수를 할당받은 상태다. 스테이지엑스는 알뜰폰사업자(MVNO)인 스테이지파이브를 주축으로 이동통신 사업을 허가받기 위해 꾸린 컨소시엄 이름으로 법인 설립을 앞두고 있다. 주파수 할당 조건에 따르면 스테이지엑스는 의무구축분 6000국을 3년 안에 깔아야 하고 이동통신 사업을 추진할 법인을 설립하고 법인설립일로부터 1년 내 서비스를 시작해야 한다.
#'클라우드로 핵심망 구축' 가능할까
스테이지엑스가 할당받은 초고역대의 주파수 28GHz의 경우 속도가 빠른 대신 전파 도달 거리가 짧다. 저역대 주파수에 비해 기지국과 장비를 촘촘히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설비투자비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KT 역시 1만 5000대가량의 의무구축분 구축에 실패하며 사업자 자격을 반납할 수밖에 없었다. 신민수 교수는 “주파수 할당가도 당초 적정가격으로 여겨졌던 1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은 4300억 원을 제시했다. 스테이지엑스의 자금 조달력에 시장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4이통사가 기존 이동통신망사업자(MNO)를 압도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MVNO들보다는 앞서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못해도 300만 명은 가입시켜야 하고 조 단위 투자가 들어가야 한다”며 “벤처기업들처럼 시리즈 투자를 받겠다고 하는데 거대자본을 요하는 기간통신사업자에게는 진짜 말이 안 되는 얘기다”라고 지적했다.
스테이지엑스가 최근 코어망(핵심망)을 클라우드로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힌 점도 시장의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코어망은 가입자 인증과 데이터 전송 등의 역할을 하는 핵심망으로 국내 통신사 중 코어망을 클라우드로 구현한 곳은 없다. 전용망을 설치해 트래픽을 감당하는 기존 통신사들과 달리 초기 설치 및 운영비를 고려해 코어망을 자체망이 아닌 클라우드로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유튜브 등 OTT, 음성 데이터 등 무수한 데이터들이 오고 가는 통신망의 특성상 클라우드로 트래픽과 비용을 감당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알뜰폰과의 차별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스테이지엑스는 지하철이나 공연장 등 전국 인구밀집 지역에 28GHz 대역 5G용 주파수를 활용한 와이파이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28GHz 5G망이 구축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기존 MNO들의 망을 ‘로밍’하는 방식으로 전국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반적으로 전국망이 없는 MVNO들은 도매가격으로 주파수 대역을 저렴하게 구입해 활용한다.
이와 관련,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발표한 대로 하려면 상호간 로밍이 가능해야 하는데 28GHz 대역은 저희에게 로밍대상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기본적으로 충분히 망이 어느 정도 구축돼야 로밍의 가치가 있다”며 “직접 구축한 망도 없는데 어떻게 로밍을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구조상 알뜰폰에 가깝고 결국에는 알뜰폰처럼 대가를 지불하고 이통사 전국망을 빌려서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스테이지엑스 측 "내년 상반기 중 출시 계획"
스테이지엑스 망에 적합한 스마트폰 수급에 대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스테이지엑스가 28GHz 대역과 신호제어용 앵커주파수 700메가헤르츠(MHz) 대역을 함께 할당받았는데 둘을 연결하고 전국망 로밍까지 붙일 경우 망이 복잡해진다. 김용희 교수는 “이렇게 하면 제4이동통신용 휴대폰은 칩셋도 복잡해지고 모뎀도 복잡하게 설계될 수밖에 없다. 5G를 통해 통신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수급하지 않으면 아예 사업이 어려운데 이에 대한 계획은 아직 없어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동통신사 다른 관계자는 “데이터를 많이 쓰는 특정 지역에 초고속 와이파이를 깔겠다고 밝혔는데 사실 지금의 3.5GHz 망으로도 이미 충분하다”며 “28GHz로 뭘 할 수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에 콘텐츠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 통틀어서 준비된 게 없기 때문에 스테이지엑스 측이 더욱 명확하고 투명하게 비전과 투자유치 계획 등을 밝힐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스테이지파이브 관계자는 “KT 기지국 매입과 관련해서는 논의된 바나 확정된 바가 없다”며 “법인은 4월 중으로 설립할 예정이고 서비스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관련해서는 향후 사업설명회에서 밝힐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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