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교사 증원’ 약속했지만 전국 49명뿐…대부분 자습 활용되거나 타 과목 교사가 맡기도
#환경 선생님 없는 환경교육 주간
환경부는 2022년부터 환경의 날이 포함된 6월 첫째 주를 매년 '환경교육 주간'으로 지정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2024년에는 6월 3일부터 11일까지 '환경의 날 기념식'을 비롯해 '환경교육 박람회'와 '기업 협약식' 및 '환경교육 포럼' 등을 연이어 진행한다.
하지만 교육의 최전선인 학교 현장은 허탈감이 주를 이룬다. 일찍이 정부가 요란스러울 정도로 환경교사 증원 등을 약속했지만,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멈춤 상태다. 그나마 존재하는 환경 과목마저도 입시를 최우선으로 삼는 분위기에 밀려나면서, 당장 교단에 선 환경교사들부터 지속 가능성을 장담하기 힘든 분위기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전국의 환경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는 2023년 기준 49명에 불과하다. 환경을 선택 과목으로 운영하는 학교가 전국 5644개 중·고교 가운데 870여 곳에 달하는 점에 견주면, 인원이 한참이나 부족한 상황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과학 과목 교사 등이 환경 과목을 겸해서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환경교사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무신경함에 섭섭함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환경부와 교육부는 2021년 "미래 세대의 기후·환경 교육은 필수"라며 당시 한정애 환경부 장관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및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환경 교육 확대'를 선언하기도 했다.
실제 이를 계기로 교육부는 교육기본법을 개정해 '기후변화환경교육' 조항을 신설했으며, 환경부는 '환경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환경교육이 우수한 학교에 재정지원을 약속했다. 정부도 나름대로 노력한 셈이지만 딱 여기까지였다. 이를 통해 일상적 체험활동의 테마를 친환경으로 설정하는 학교만 늘어난 정도에 그쳤다.
수도권의 한 환경교사는 "환경교사 앞에 '멸종위기' 수식어가 따라 붙은 지도 벌써 10여 년째"라고 토로했다. 그는 "환경을 선택과목으로 지정한 곳은 대부분 고등학교인데, 이마저 거의 자습 시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이런 여건에서 결국 학교를 떠난 환경교사들이 많고, 현재도 떠날지를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얼마나 무심하면…'엉뚱' 발령까지
"이게 나라인지 참…황당한 일들이 많아요."
인원만 부족하면 낫다는 토로도 적지 않다. 환경 교육이 워낙 관심 밖이다 보니 황당한 일들도 벌어진다. 환경부·교육부 장관 등이 환경 교육 확대를 약속한 2021년 서울특별시교육청이 환경 교원 자격증을 가진 교사 2명을 모처럼 새로 임용했는데 발령을 엉뚱한 곳에 한 일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당시 선발된 2명은 사범대에서 '일반 환경'을 전공한 교원들이었다. 중학교나 인문계 고교에서 환경 과목을 맡아야 했다. 그런데 서울교육청은 '환경공업'을 가르치는 특성화고에 이들을 배치했다. 서울교육청이 '환경'과 '환경공업'의 차이를 착각한 탓에 벌어진 일로, 해당 교사 2명은 아직도 특성화고에 몸담은 상태다.
미흡한 행정으로 벌어진 일이므로 이제라도 일반고로 옮겨야 마땅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일반고 대부분이 환경 과목을 다른 교사가 대신 수업하거나, 고3 학생들의 자습시간 등으로 활용하는 실태라 교육청에 환경교사를 별도로 요청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당시에는 특성화고의 수요가 있었기에 배치했었던 일"이라며 "이후 인문계 고교 등에서 환경교사 배정을 요구하면 인원을 충분히 다시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신규 임용 이후 아직까지는 중학교나 일반 고교에서 환경교사를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교단에 서 있는 환경교사들도 사정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많은 이들이 '순회교사'로 활동하고 있어서다. 순회교사는 여러 학교를 돌며 수업하는 선생님들을 말한다. 교사로서는 업무가 가중된 채 비효율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고, 학생 입장에서도 밀도 있고 다양한 수업은 기대하기 어렵다.
울산교육청 소속 장인설 환경교사의 경우 5개 학교를 순회하고 있다. 장 교사는 "직접 소속한 학교에서 제자들과 친밀감을 형성하면, 수업의 질을 높이고 다채로운 활동도 모색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며 "모든 환경교사들의 바람이지만 현실이 뒷받침되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장 교사는 이어 "저야 그나마 몇몇 학교라도 가지만, 환경교사 전체 수가 부족하다 보니 환경을 선택 과목으로 정해놓고도 선생님을 모시지 못하는 학교도 많다"며 "이럴 경우 다른 과목 선생님들이 맡고 계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과를 개설해 놓고도 이같이 운영되는 실태는 어떤 형태로든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2025학년도부터 본격 시행되는 고교 학점제가 오히려 현재 상황을 더 악화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환경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이 많지 않으면, 환경교사는 수업 일수를 맞추기 위해 한 학기당 2∼3개 학교씩, 1년에 5곳가량의 학교를 순회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보다 더 많은 환경교사들이 순회교사가 될 수 있는 셈이다.
#교육부에서 사라진 전담부서
공교롭게도 정치 상황이 바뀌며 환경 교육 여건이 쇠퇴한 지점을 눈여겨보는 시선도 많다. 2022년 발표된 교육과정 총론이 한 예다. 1년 전 문재인 정부에서 만든 초안은 기후와 생태 등에 관한 내용이 비중 있게 다뤄졌으나, 윤석열 정부 취임 후 최종 발표된 총론은 아예 다른 모습이었다.
초안에는 '인간과 환경의 공존을 추구하는 생태전환교육'이라는 항목 아래 "지속가능한 미래 준비를 위한 핵심소양으로 생태전환교육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 및 교육 강화"가 담겼었다. 이를 포함해 '생태전환'이란 표현이 서른 번 넘게 나왔다. 그러나 확정된 총론에서는 일부 과목명을 제외하고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또 2022년 이전에는 교육부의 민주시민교육과가 환경 교육 관련 업무를 전담했다. 그러다 현 정부 취임으로 이 부서가 폐지되자, 환경 교육 관련 전담 부서도 없어지고 말았다. 이제는 민원 등의 내용에 따라 부서를 찾아다녀야 한다. 환경 교육 관련 중요도가 낮아지며, 환경 분야 교육자들과 정부의 소통도 훨씬 까다로워졌다는 뜻이다.
해외는 환경 교육을 필수로 하는 국가가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 등은 '환경과 과학'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한 지 오래 됐다. 이탈리아는 모든 초중고교에서 주 1시간의 환경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핀란드 역시 마찬가지로 영국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 학교당 한 명의 환경교사 배치가 의무다.
신경준 환경교사모임 공동대표(숭문중학교)는 "이 밖에도 저예산 등 여러 문제가 쌓여 있다"며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풀 수야 없다지만, 오히려 후퇴하는 현실이 매우 착잡하다"고 말했다. 특히 "전 지구적 문제로 환경 문제가 가장 크게 떠올랐는데 우리 사회가 교육 측면에서 언제까지 이를 놓치게 될지 불안하다"고 밝혔다.
신 교사는 이어 "교육부 등에 환경교육을 전담할 부서가 있어도 기후위기 등 환경 문제 대응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 기관마저 환경교육을 전담할 부서가 없다는 사실은 현재 우리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응할 의지가 사실상 없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꼬집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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