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견 휴마시스 회장 구조조정 이력에 직원들 불안감…남궁 회장 과거 인터뷰 “나는 기업 생존 전문가”
#기대에 못 미친 신사업
바이오제네틱스 컨소시엄을 이끈 건 김병진 전 경남제약 회장이다. 김 전 회장은 바이오제네틱스 컨소시엄을 구성을 주도하고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인수 등 총 420억 원을 투입해 경남제약 경영권을 획득했다. 이후 바이오제네틱스는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로 사명을 변경했고, 김 전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플레이트가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정리하면 2021년 이후 경남제약 지배구조는 ‘김병진 전 회장→플레이트→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경남제약’으로 이어졌다. 김 전 회장은 경남제약 사내이사에 취임해 직접 경영에 참여했다.
경남제약은 의약품 및 건강식품 제조·판매 업체다. 특히 경남제약의 ‘레모나’는 1983년 출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회사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주인이 바뀐 경남제약은 신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남제약은 2022년 신사업을 위해 자회사 경남제약스퀘어를 설립했다. 경남제약스퀘어의 주요 사업은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이다. 경남제약은 이어 2023년 한주에이알티(옛 엔터파트너즈)를 인수했고, 일본 자회사 KN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경남제약은 벤처캐피털인 에이타스파트너스와 영화 제작 업체 블레이드이엔티에도 지분을 투자했다.
경남제약의 신사업은 대부분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사업이다. 이는 모회사인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의 사업 방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는 당초 콘돔 등을 제조하는 업체였지만 2022년부터 엔터테인먼트 및 대체불가토큰(NFT) 관련 사업에 진출했다.
경남제약 이사회에는 엔터테인먼트 업계 출신 인물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경남제약 이사진은 2023년 말 기준 김병진 전 회장, 홍상혁 대표이사, 윤현보 사외이사, 이호석 감사 등 네 명이었다. 이 중 홍 대표와 김 전 회장은 과거부터 인연을 맺은 사이다. 김 전 회장은 2004년 라이브코드를 인수했고, 홍 대표가 당시 라이브코드 대표에 취임한 바 있다. 라이브코드는 1997년 설립된 섬유 업체지만 김 전 회장에게 인수된 후 건강보조식품, 위폐감별 지폐계수기 제조, 엔터테인먼트 등의 사업을 영위했다. 윤현보 사외이사는 아일랜드픽쳐스 대표이사고, 이호석 감사는 금융권 출신이다.
경남제약의 신사업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N엔터테인먼트와 한주에이알티는 2023년 각각 3억 원과 5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경남제약스퀘어도 17억 원의 적자를 거뒀고, 경남제약스퀘어는 최근 경남제약에 흡수합병됐다. 경남제약의 신사업 부진은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경남제약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34억 원과 67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뒀다. 모회사인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 역시 수년째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남제약 본업인 제약부문에서의 경쟁력도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경남제약지회(경남제약 노조)는 “레모나를 판매해 얻은 수입과 각종 투자자로부터 끌어 모은 자금이 제약업에 재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분야에 투자·사용돼 손실이 계속 발생했다”며 “새로운 제품 개발이나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고, 제천 전문의약품 전문공장 부지까지 매각했으며 강남의 빌딩을 사들였다”고 비판했다.
경남제약 노조가 언급한 ‘강남의 빌딩’은 서울시 강남구 경남제약타워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라이브플렉스(현 ES큐브)는 2016년 경남제약타워를 407억 원에 매입했다. 김병진 전 회장은 2016년 당시 라이브플렉스 최대주주였다. 김 전 회장은 2020년 라이브플렉스를 지에프금융산업제1호주식회사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경남제약이 경남제약타워를 410억 원에 인수한 것이다.
#경남제약의 미래는?
휴마시스는 480억 원을 투자해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휴마시스는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경남제약의 경영권도 획득했다. 김병진 전 회장 등 경남제약 이사진은 사퇴하고, 휴마시스 측 인사가 경남제약 이사진에 새롭게 합류했다.
휴마시스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당시 코로나19 진단키트 제조업체로 이름을 알렸다. 남궁견 회장은 지난해 2월 휴마시스를 인수했다. 그러나 휴마시스는 남궁 회장에게 인수된 후 실적이 추락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진단키트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휴마시스의 매출은 2022년 4713억 원에서 2023년 138억 원으로 97.07% 감소했다. 남궁 회장으로서는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형국이다.
남궁견 회장은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경남제약 등이 휴마시스와 관계사 사업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추진하게 된 것”이라며 “관계사들과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성 창출로 이어지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남궁 회장은 그간 부실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을 한 후 시장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거둔 이력이 있다. 휴마시스도 남궁 회장에게 인수된 후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휴마시스의 총 직원수는 2022년 말 255명에서 2023년 말 107명으로 1년 새 절반 이상 줄었다. 대신 휴마시스는 남궁 회장에게 인수된 후 광물, 2차전지 등의 신사업 진출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휴마시스의 신사업도 아직은 큰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휴마시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8억 6925만 원에 불과하다. 해당 매출은 대부분 체외 진단 의료기기에서 발생했다.
일요신문은 이와 관련한 휴마시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다만 남궁견 회장은 2015년 더벨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저를 적자 기업 사냥꾼이라고 부른다”며 “바로 잡자면 저는 기업 생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경남제약 내부에서는 남궁 회장의 과거 이력 때문에 구조조정을 우려하고 있다. 경남제약 노조는 경영진에 전 종업원의 고용보장과 재매각 금지, 기업 건전성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및 투자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남제약 노조는 지난 6월 7일 사측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불발됐다. 경남제약 노조 관계자는 “경남제약 매각이 반복되다 보니 직원 입장에서 고용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남제약 관계자는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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