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서울청장 유력, 농지법 의혹·경찰대 핸디캡 변수…이호영·김수환·김봉식 등 대항마로 주목
특히 다음 경찰청장은 현 정부 막바지를 책임지게 돼 정권의 '사정기관 장악'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인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에도 유력 후보군을 누르고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사례들이 있는 만큼, 지금도 여러 후보들은 쉽사리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분위기다.
#새 청장 취임 전 인사…의미는?
정부는 6월 10일 경찰 치안정감 승진 대상자를 발표했다. 현재 치안감인 김봉식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 이호영 행정안전부 경찰국장, 김도형 경기북부경찰청장 등 3명이 경찰 '넘버2' 치안정감 승진 내정자로 지명됐다.
이번 인사는 다음 경찰청장(치안총감) 인선 일환으로 이뤄졌다. 경찰청장은 치안정감에서 임명되는데, 윤희근 현 경찰청장 임기가 오는 8월 10일까지로 두 달도 채 안 남은 상황이어서다. 신임 경찰청장도 공식 임명 전 내정자가 먼저 공개되는 점을 계산하면, 앞으로 한 달여만 지나면 경찰의 새 수장이 결정될 전망이다.
경찰 직제에서 치안정감은 국수본부장, 경찰청 차장, 서울·경기남부·부산·인천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7명이다. 현재는 이미 치안정감인 이들과 새로 내정된 인원 모두가 경찰청장 후보이므로 경쟁률이 만만치는 않다.
그나마 김광호 전 서울청장이 '정직' 상태로 계급장만 지키고 있어 경쟁률이 조금 낮아졌다. 김 전 청장은 이태원 참사 책임론으로 기소된 상태다. 공무원법에 따라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공무원은 의원면직(사직)이 허용되지 않는다. 또 국수본부장도 2년 임기를 보장받는 까닭에, 이제 1년째인 우종수 국수본부장도 경쟁률에서 제외된다.
최근의 승진 인사는 여러모로 눈길을 끌었다. 대개 치안정감은 조직의 '팀워크' 등을 감안해 새 경찰청장 취임 이후에 인선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윤 청장 퇴임 두 달 전에 단행됐다. 최근 승진한 인사에서 새 수장이 나올 수 있단 신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윤 청장도 치안정감 승진 약 두 달 만에 기존의 '김광호 vs 우철문' 구도를 깨고 수장 자리에 올랐다.
#'설마가 사람 잡을까' 조지호 운명은?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조지호 서울청장이다. 경북 청송 출신으로 경찰대 6기인 조 청장은 현 정부 취임 이후 두 직급씩이나 급속 승진해 주목 받았다.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공공안녕정보국장 역임했으며 경찰 안에서는 '기획통'으로 불린다.
그는 '대세'를 입증하듯 세평도 잘 알려져 있다. '원칙주의자로서 조직 장악력이 뛰어난 인물'로 카리스마를 갖췄다는 시각이 많다. 단, 이를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도 없진 않다. 특유의 엄격함을 놓고 '경직된 스타일'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예컨대 지난 5월 23일 서울 각 경찰서 직장협의회 회장단과 첫 간담회를 가졌지만 파행을 맞기도 했다. 그간의 관행대로 이뤄진 자리였으나, 조 청장은 법률에 따라 직협과는 구체 현안을 협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관련기사 '조지호 서울청장 vs 경찰직협 대표단' 감정의 골 깊어지는 까닭).
2022년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을 앞두고 일선 경찰관들이 릴레이 집단행동 등 초유의 '경란' 사태를 벌인 사례를 되돌아보면, 조 청장의 이런 면모는 되레 독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찰국 설치 때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경란 사태를 '쿠데타'에 빗대기도 했는데, 이 같은 장면이 정권 중반 이후에 되풀이된다면 정부로서는 매우 골치 아픈 일이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조 청장은 고향에 9610㎡(2907평) 규모 농지(논)를 보유했음에도 농사를 짓지 않는 탓에 자경(자기 스스로 농사를 지음) 원칙의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그가 치안감 승진 때도 내부에서 문제가 불거진 사안이지만, 조 청장은 농어촌공사에 경작을 위탁해 법 위반은 없다는 입장이다.
#계륵이 되어버린 스펙 '경찰대'
다가올 경찰청장 인선에서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경찰대' 출신의 활약상이다. 현 정부가 취임하자마자 '경찰대 카르텔'을 꼬집은 상황 속, 당장 민·관으로 꾸려진 경찰제도발전위원회는 경찰대 개혁안을 마련하고 있다.
경찰대 개혁은 이 학교 출신이 누려온 이점을 축소하는 형태일 수밖에 없다. 구체 내용은 곧 발표될 예정으로, 정작 새 경찰청장에 또 경찰대 출신이 오면 평가가 엇갈릴 소지가 크다. 전임 김창룡 경찰청장과 윤 청장도 경찰대 출신이고, 오래 전부터도 경찰대 출신 '요직 독점' 문제의식은 경찰 안팎에서 뿌리가 깊다.
다음 경찰청장 후보에서 배제된 김광호 전 서울청장(서울대·행정고시 특채)과 우종수 국수본부장(성균관대·행정고시 특채) 등을 제외하면, 현재 치안정감 가운데 경찰대 출신은 5명이다. 서울청의 조 청장(경찰대 6기)과 김수환 경찰청 차장(9기), 우철문 부산청장(7기), 홍기현 경기남부청장(6기)과 김봉식 국수본 수사국장(5기) 등이다.
이에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졸업→경찰 간부후보생' 출신이 주목된다. 김희중 인천청장에 이어 새롭게 치안정감에 내정된 이호영 경찰국장이 여기 해당된다. 경찰 내부에선 101경비단 출신과 더불어 오랜 기간 주요 파벌로 자리잡은 경로인데, 요직을 점하기로는 101경비단과 차원이 달라 경찰대에 견줄 유일한 집단이란 인식이 강했다.
이들 가운데 이호영 경찰국장은 경찰청에서 정보화장비정책관 등을 지낸 뒤 울산경찰청장을 역임했다. 2023년 10월 경찰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찰제도발전위의 경찰대 개혁안 추진 과정과 행안부 장관의 경찰 지휘‧감독권 확립 추진 등을 지원해왔기에 현 정부와 호흡 측면에서는 유리한 점이 있다.
김희중 인천청장의 경우 초대 경찰국장 인선 때도 하마평에 오르는 등 큰 주목을 받았지만, 차기 경찰청장을 노리기는 아쉬운 상황이다. '고 이선균 사건 수사 내용 유출 논란' 파장이 컸던 데다, 2024년을 끝으로 정년퇴임을 해야 하는 터다. 새 치안정감 내정자들의 보직이 정해지는 대로 퇴직 수순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떠오르는 별, 지지 않는 태양
물론 '경찰대 핸디캡'이 이미 철 지난 얘기라는 관측도 있다. 정부가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경찰대 카르텔을 꼬집긴 했으나, 정작 1년 지난 2023년 9월 치안감 승진 인사 때부터는 경찰대 출신을 다시 중요 보직에 배치하는 추세인 까닭에서다(관련기사 경찰대 카르텔 해체한다더니…경찰제도발전위 '개점휴업' 앞과 뒤).
이 경우 조 청장 '유력설'에 다시 힘이 실리지만 대항마는 분명 있다. 경찰청 본청의 '넘버2'인 김수환 경찰청 차장이 대표적이다. 김 차장은 조 청장보다 경찰대 3년 후배인데, 이전부터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으로는 조 청장과 어깨를 나란히 해왔다.
김 차장은 경남 밀양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치안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다. 밀양 송전탑 설치 논란이 한창일 때 밀양경찰서장을 역임,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힌 상황에서도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 정부에서는 경찰청 공공안녕정보국장 등을 지냈다.
최근 승진한 김봉식 국수본 수사국장은 경찰 안에서 '떠오르는 별'로 예의주시하는 인사다. 현재 치안정감 가운데 유일한 '수사통'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경찰의 지휘부들은 수사통이 주를 이뤄왔다. 현 정부가 취임 직후 윤 청장 등 대부분을 '기획통'을 배치했던 때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따라서 이번에는 수사통을 수장에 임명해 기존 관행을 되살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여느 정부든 임기 말쯤이면 정권을 겨냥한 '권력형 수사'가 꿈틀돼 왔으므로, 정부로서도 속칭 '통할 수 있는' 인사를 바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윤 청장이 취임 전 치안정감으로 '깜짝' 승진해 지금 자리를 거머쥔 데자뷔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우철문 부산청장도 유력 후보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퇴임 가능성도 동시에 높은 인사로 꼽힌다. 우 청장은 현 정부 첫 경찰청장으로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아쉽게 윤 청장에 자리를 내어줬다. 이후 부산청장으로 옮겨 이제는 '역대 최장수' 지방청장 영예를 안았다. 이러다 보니 현재 남은 길은 경찰청장에 오르든 옷을 벗든, '모 아니면 도'에 처한 상황이다.
우 청장은 경북 김천 출신으로 역시 '기획통'으로 분류된다. 경찰청에서 인사과장, 생활질서과장과 자치경찰정책관 및 수사기획조정관 등을 거쳤다. 윤 청장과 경찰대 동기로서 2024년 1월 서울청장 임명 등 인사 때 퇴임을 예상한 시선도 많았지만 유임으로 정부의 신임을 인정받으며 아직은 '지지 않는 태양'의 희망이 살아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승진한 김도형 경기북부경찰청장의 경우 강원 출신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현 정부에서는 유독 강원 출신이 인사 때마다 돋보인 바 있어 마침내 '정점'을 찍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강원청은 2023년 1월 총경 승진 인사 당시 5명을 배출하며 개청 후 최다 인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희중 인천청장도 주요 경력을 강원청에서 쌓은 까닭에 2022년 6월 치안감 승진 당시 '강원청 최초 치안감'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김도형 치안정감 역시 파격 승진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배경이다.
다만 이 같은 세평과 별개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각 인사들이 인사청문회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지로 꼽힌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검수완박 시즌2' 채비에 돌입한 가운데, 경찰의 수사권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 다음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야당의 공세가 더욱 거칠게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한 관계자는 "그동안 경찰청장 인선은 대법관이나 검찰총장 등에 비해 관심도가 낮은 탓인지 무난하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왔다"면서도 "그러나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주목도가 높아지며 윤희근 청장 때도 경찰국 신설에 대한 관점은 물론 교통법규 수차례 위반 지적 등 이전보다 날 선 인사청문회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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