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창단 이후 최고 성적 유지, K2리그 ‘돌풍의 핵’ 부상…“나이 많은 감독도 잘할 수 있다”
충남아산은 6월부터 7월 초까지 6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달렸다. 그사이 순위는 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 7월 13일 전남전에서 3-2로 석패했으나 여전히 4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분간 플레이오프 진출권 성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단 창단 이후 역대 최고 성적이 6위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순위다.
김 감독은 현재의 성적에 대해 "아직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감은 가지되 들뜨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시즌 초반 한때는 1위까지 올라갔었다. 그러다 9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웃음).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하려고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참가하고 있는 K리그2의 수준이 상향평준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그는 "정말 리그가 치열하다. 매 경기 강팀과 맞붙는 느낌"이라며 "승점 차이가 난다고 해도 실제 팀 간 전력 차는 적다고 느껴진다. 경기 전 정말 치열하게 분석을 하고 들어가도 실전에 들어가면 달라진다. 모든 팀들이 다 잘한다. 팀마다 전술 변화가 빨라서 우리도 빠르게 대처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너무나도 힘들지만 보시는 팬들은 재밌게 느끼실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3~4위를 오가는 충남아산이지만, 사실 시즌을 앞두고 전문가들로부터 최하위권에 머무를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 감독은 이를 접하고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아무래도 겨울 동안 팀을 나간 선수들이 있고 기존에 팀을 잘 이끌던 감독도 나가서 그런 평가가 나온 것 같다. 내가 프로에서는 '초보 감독'이지 않나. 신경쓰지 않으려 했는데 상처가 되더라. 그 평가에 대해 말할 때 나는 꼭 그런 예상 순위를 '13위'라고 말했다. '꼴찌'라는 말을 내 입으로 하기가 마음이 아프더라(웃음). 그런데 그런 평가가 오히려 동기부여가 됐다. 상처는 됐지만 더 집중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최근 상승세의 비결로는 '믿음과 신뢰'를 꼽았다. 그는 "결국 축구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운동장에서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이끌어내려면 그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신뢰로 소통하고 믿음으로 선수들을 대하다 보면 잠재된 능력도 더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수들과의 '밀착 소통'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장기 부상을 입으면 훈련에 참여하지 못한다. 생활을 따로 하기 때문에 선수로선 소외됐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그런 선수들에게 커피와 케이크 세트 기프티콘을 보내면서 연락을 주고받는다. 내가 보내면 선수들이 커피 한 잔을 다시 보내면서 ‘빨리 돌아가겠습니다’라고 한다. 그런 소통이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부상 선수들에게 특히 마음을 쓰는 그에게 '아픈 손가락'은 팀의 주장 박세직이다. 김 감독은 "박세직은 충남아산 창단 때부터 함께한 레전드 선수다. 부상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한 번 회복해서 돌아왔는데 다시 다쳤다. 빨리 회복해서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최근의 상승세에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리그에서 경쟁자들과 한 번씩 맞대결 이후 전술적으로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김 감독은 "큰 변화를 준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하던 방식대로 열심히 했다"면서도 "1라운드 로빈 당시에는 전방압박을 하는 등 공격적인 운영을 하려 했다. 2라운드 로빈 부터는 날씨 영향 탓에 선수단에 체력적 부담이 있을 것 같아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비를 구축하고 상대 빈틈을 노리는 방식으로 변화를 줬다. 이게 맞아 떨어지면서 효과를 봤다. 오히려 득점도 늘어나면서 순위가 올라갔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K리그 울산 HD 레전드 선수 출신이다. 선수시절 해외 생활을 제외하면 울산 한 팀에서만 373경기 111골 54도움의 기록을 남겼다. 추후 기록은 경신됐으나 은퇴 당시까지 리그 최다출전, 최다골, 최다도움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선수생활을 마친 직후부터 울산에서 지도자 생활을 곧장 시작했다. 코치에서 수석코치로 단계를 밟았으나 사령탑에는 오르지 못했다. 고교, 대학 등 아마추어 무대를 거쳐 이번 시즌에야 처음으로 프로 구단 감독을 맡게 됐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울산에서만 뛰었고, 코치 생활을 이어갔기 때문에 울산 감독 공백이 있을 때 '0순위라고 불리기도 했다. 현장에서 코치 생활을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다. 감독이 되면서도 크게 실감은 나지 않았다. 늘 현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많았다.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대학에서도 감독을 했었기에 '프로 감독이라고 크게 다를까?'라는 생각도 했다."
실제 경험한 프로 감독의 중압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는 "마음 같지 않더라. 스트레스가 크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축구로 하는 일이기에 '즐거운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사무국장으로 재직하며 충남아산 구단의 살림살이를 맡기도 했던 김 감독이다. 구단 일을 맡은 직원들이 선수단을 잘 도와주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노력했다고 말한다.
"직원들 입장에서 생각하려 노력했다. 행정직을 맡아봤기에 지금 감독으로서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무국장 시절에는 지시하고 요청하는 일이 많았지만 나는 직원들에게 배우는 입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만두는 날 까지 신입 직원에게도 말을 놓지 않았다. 감독 선임이 결정되고 사무국장으로서 마지막 날, 회식 자리에서 '이제는 너희들에게 말을 놓겠다'고 선언했다. 증인도 다 있다. 직접 물어봐도 된다(웃음)."
큰 탈 없이 감독으로서 첫 시즌을 보내는 듯하지만 김 감독은 한 차례 구단에 사퇴 의사를 전했었다고 털어놨다. 5월 중순 홈경기에서 김포 FC에게 패배한 직후였다. 감독 부임 이후 첫 홈 패배이기도 했다. 그는 "대표이사님 찾아가서 그만두겠다고 했다. 나는 처음 감독을 시작할 때부터 내가 스스로 능력이 안 된다고 느끼면 언제든 그만두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면서 "한동안 승리하지 못한 데다 홈에서까지 패하면서 순위가 떨어지고 있었다. 내가 그만두겠다는 말에 대표님은 딱 잘라 거절하면서 끝까지 하라고 하더라. 덕분에 마음 다잡고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사퇴까지 고민하게 만들었던 김포는 '꼭 이기고 싶은 팀'이 됐다. 그는 "선배 고정운 감독이 과거 별명이 '코뿔소' 아닌가. 그 코를 한 번 눌러드리고 싶은데(웃음), 쉽지 않다. 많이 뛰는 것은 기본이고 파워풀한 축구를 구사한다. 마지막으로 붙었던 경기(무승부)에서는 또 변칙적으로 높이로 승부를 보는 축구를 하더라. 다음에는 꼭 이기고 싶다"면서 결의를 다졌다.
그는 축구계 선배인 고정운 감독 등에게 배우는 것이 많다고도 전했다. "K리그2에는 나보다 선배 감독인 고정운 감독, 최윤겸 감독이 있다. 너무 팀을 잘 이끌고 계신다"면서 "젊은 감독들도 잘하고 있지만 나 같은 연륜이 있는 감독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선배님들 못지않게 잘하고 싶어서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묵묵히 응원을 보내주는 팬들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김 감독은 "팬들 덕분에 동력을 삼아 우리가 잘하고 있는 것 같다. 다른 곳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갈 것이다. 팬들의 응원, 관심,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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