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국감 지적에도 관련 정보 공개 안해…점주들 “정보 비대칭 해소를” 카카오 “브랜드별 계약관계 달라”
#배달앱 수수료는 애교 수준?
자영업자들이 배달앱 수수료보다 더 큰 고충을 호소하는 문제 중 하나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유통되는 기프티콘 등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다. 카카오는 모바일 상품권 시장에서 약 80~9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독점 사업자로 통상 중개만 담당하는 11번가 등 오픈마켓과 달리 발행과 유통을 모두 도맡고 있다.
가맹점주의 가장 큰 불만은 높은 수수료율이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유통되는 모바일 상품권의 수수료율이 약 5~12% 수준으로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영업이익률에 육박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경우, 프랜차이즈 커피점 영업이익률은 10% 남짓이다. 한 프랜차이즈 커피점 점주는 “거부할 수 없는 결제수단인데 적게는 영업이익률 수준, 많게는 영업이익률의 두 배까지 수수료율이 책정되어 있어 팔아도 남는 게 없거나 적자가 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중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상품권이지만 해당 상품하고만 교환해주는 게 아니라 다른 상품을 시켜도 받아주기 때문에 금액권 혹은 일반 결제수단과 다름없는데 신용카드보다 훨씬 수수료가 높은 게 이해가 안 간다”라며 “카카오가 시장 우월적 지위를 등에 업고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수수료율을 책정한 거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특히 점주들이 ‘정보 비대칭성’을 문제삼고 있다. 계약의 주체가 가맹본부와 카카오이기 때문에 가맹점주는 계약 구조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점주들도 정확한 수수료율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수수료 명목으로 빠져나가는 금액을 일일이 계산해서 자체적으로 수수료율을 파악하는 방법밖에 없다. 특히 브랜드별로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가 다른데 이를 알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불만사항 중 하나다.
정보의 격차가 클수록 영세업체의 협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최소한 매출 구간별 수수료율 수준까지는 카카오가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신용카드사들의 경우는 여신금융협회 공시정보포털에서 가맹점 규모별 수수료율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백화점도 입점업체에 따라 수수료 차등을 두고 신용카드도 조금씩은 수수료에 차이가 있다. 대규모 업체들은 수수료율을 낮춰도 총액으로 치면 매출 규모가 커지니까 할인해주는 식인데 그런 곳들도 수수료 차이가 크지 않고 수수료율도 공개한다”며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오프라인 매장들보다 계약관계가 더 복잡해 투명성이 요구되는 건데 카카오가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카카오 "브랜드별 계약관계 달라 함부로 공개 못해"
카카오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2017년부터 2023년 8월 기준 카카오톡 선물하기 거래현황을 보면, 누적 거래액이 15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8270억 원 수준이었던 거래액은 2018년 1조 1928억 원, 2019년 1조 8038억 원, 2020년 2조 5341억 원, 2021년 3조 3180억 원, 2022년 3조 7021억 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을 거치며 급증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상품은 모바일 상품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계청 온라인 쇼핑 동향 통계에 따르면 특히 2023년 영화관람권, 커피·디저트 쿠폰 등 모바일 상품권이 매달 7000억 원 이상 거래됐다. 이는 전년 대비 34.9%가량 증가한 수치다.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이커머스를 통해 할인 상품을 찾는 구매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추세대로라면 올해 모바일 상품권 거래액은 10조 원을 가볍게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카드사에서 발행하는 모바일 상품권의 경우는 여신금융협회가, 통신사 등에서 발행하는 상품권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관리하지만 일반 사기업에서 발행하는 상품권의 경우 관리 주체가 없다. 김광부 투썸가맹점대표자협의회 회장은 “2019년부터 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바람에 카카오가 독점사업자인데도 별다른 규제를 못했다. 그러다보니까 무분별하게 수수료가 책정이 됐고 각 브랜드 본사들도 점주들과 수수료 분담 비율을 주먹구구식으로 책정해 가맹점주들이 부담을 크게 짊어지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까지 바뀐 것은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올해 4월 ‘모바일 상품권 민관협의체’를 출범시켰으나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김광부 회장은 “카카오에서는 계약 주체인 본사랑 얘기하겠다는 입장이고 정부에서는 온라인플랫폼 관련해서는 자율 규제하겠다는 기조라 전혀 진행이 안 되고 있다. 국내 대부분 가맹점주의 수익성과 연결되는 민감한 이슈이고 규모가 상당한데도 이 안에서 합의점을 찾겠다고 시간만 소모하게 될까봐 우려스럽다”며 “공정위 차원에서 규제를 하거나 관리부처를 지정해 독점사업자의 행보에 제약을 걸 필요가 있다” 말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한 관계자는 “신용카드 수수료도 2017~2018년도에 많이 내렸고 배달앱들도 각 브랜드별로 수수료율을 다르게 책정하다가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수수료율이 일원화됐다”며 “카카오가 수수료율을 공개하고 합리적이고 납득할 수 있는 수수료율을 책정해 상생을 꾀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 관계자는 “각 브랜드별 수수료는 브랜드별 매출 규모나 시장성, 인지도 등에 따라 정해진다. 각 브랜드사와 맺고 있는 계약관계가 다 다르기 때문에 저희 쪽에서 계약 내용을 함부로 공개할 수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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