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금 유용 정황 ‘배달판 티메프 사태’ 일파만파…오토바이 렌털 업체 9곳 렌털비도 미지급
#피해금액 100억 원 이상으로 추정
만나플러스는 음식점이 라이더를 호출할 때 이용하는 플랫폼이다. 만나플러스는 배달대행 시장에서 20%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라이더가 만나플러스를 통해 배달하면 만나플러스는 음식점 점주가 충전해놓은 선불금에서 수수료를 떼고 라이더에게 포인트 형태로 지급한다. 라이더는 일정 포인트 이상을 확보하면 현금으로 출금할 수 있다.
그런데 만나플러스는 지난 5월부터 라이더에게 포인트의 출금 가능 금액과 시간을 제한했고, 두 달 후인 7월 13일에는 라이더들에게 ‘대금 지연’을 공지했다. 만나플러스 측은 “정산 대금을 8월 1일부터 순차적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라이더들은 약속한 날짜가 한참 지난 현재까지도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사장들은 사비로 라이더 정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막대한 빚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만나플러스는 각 지역에 지사를 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만나플러스 운영사인 만나코퍼레이션은 임직원들의 임금도 제때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최초로 확인됐다. 만나코퍼레이션은 8월 중순까지 임직원의 7월분 임금과 퇴직자의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현재 만나코퍼레이션 직원들은 대부분 퇴사한 상황이다.
이는 만나코퍼레이션 보유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만나코퍼레이션의 부채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957억 원이었다. 자산총액인 772억 원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만나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30억 원의 영업손실과 299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만나코퍼레이션은 지난 8월 9일 투자운용사 HG인베스트먼트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투자 유치 및 사업 정상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만나플러스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62%가량 출금이 정상화됐다는 내용도 근거가 없는 수치라고 주장한다. HG인베스트먼트는 지난 7월 9일 경기도 김포시를 소재로 설립된 신생 법인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본금은 500만 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투자를 유치한다고 해도 유의미한 영향을 기대하기 어려운 셈이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현장 조사에 돌입했다. 하지만 8월 21일 현재까지 공정위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미정산 대금은 85억 원 수준이지만 실제 피해금액은 1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국 약 3만 3000명의 라이더와 1600여 곳의 지사 대부분이 피해를 입은 상황이고, 선불금을 예치해놓은 가맹점주들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세금신고도 누락, 형사처벌 가능성
만나플러스 출금제한 사태는 올해 2월 9일 시작됐다. 만나코퍼레이션의 유동성 위기도 이때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만나코퍼레이션의 차입금 만기 일자마다 출금제한 조치가 이뤄진 점도 확인됐다. 만나코퍼레이션은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에 각 10억 원씩 차입했다. 그런데 만나플러스는 차입금 만기일인 3월 29일, 5월 31일, 7월 1일 각각 출금 제한 공지를 띄웠다. 만나플러스 피해자 비대위 관계자는 “은행 대출 만기 연장에 실패해서 라이더들에게 정산해야 할 돈을 상환금으로 쓴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돌려막기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라고 주장했다.
올해 4월부터 만나코퍼레이션 세금신고가 누락된 것도 확인됐다. 라이더들이 콜을 받을 때마다 고용보험료, 산재보험료, 원천세 등이 공제된 금액이 정산된다. 그런데 만나플러스가 공제해 간 금액을 신고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놓고 만나플러스가 세금 신고를 해야 할 돈을 운영비로 전용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세금을 신고한 내역이 없기 때문에 라이더들이 실업급여를 탈 자격까지 박탈된 상태다.
앞서의 비대위 관계자는 “회사에 재정 문제가 있어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런 성격의 돈이 아니다. 자영업자들이 정산 목적으로 예치해 둔 예치금도 그렇고 세금 목적으로 공제된 돈도 회사에서 손을 대면 안 되는 돈이다”라며 “회사 매출로 벌어들인 영업이익하고는 별개의 돈에 손을 대서 이런 사태가 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산금 미지급은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 하지만 예치금을 유용하고, 세금 신고 목적으로 공제한 돈을 누락한 점은 형사사건에 해당한다. 김성수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정산금 목적으로 사용돼야 할 돈은 분리해서 예치해놨어야 하는데 자기네들 자금 사정에 따라 마음대로 빼서 쓰는 건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한다. 정산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계속 사업을 운용해 예치금을 받은 점도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4대 보험료를 공제한 후에 이걸 공단에 납부하지 않았다는 건 확실하게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하고 국민연금법 위반에도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라이더들로부터 받은 오토바이 렌털비도 정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나플러스는 라이더들에게 하루 약 2만 원의 렌털비를 받아 수수료 차감 후 렌털사에 지급하는데 렌털사들은 최근 정산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관련 렌털 업체들이 9개 정도 되는데 업체당 약 수천만 원은 묶여 있는 상태라고 들었다”라며 “만나플러스에서 렌털사에 곧 주겠다며 교섭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이와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만나코퍼레이션에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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