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업고 주가까지 올라 내년 요금 인상 주장 쉽지 않을 듯…가스공사 “배당 계획 아직 미정”
한국가스공사는 미수금이 늘어나고 있어 추가적인 요금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대왕고래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동해 영일만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때문에 주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배당마저 재개한다면 보유 현금이 넉넉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가스공사가 내년 요금 인상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가스공사 배당 진행할까
한국가스공사의 매출은 지난해 3분기 7조 8893억 원에서 올해 3분기 8조 1093억 원으로 2.79%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304억 원에서 4397억 원으로 90.88% 늘었다. 그럼에도 한국가스공사의 흑자 구조가 완전히 자리잡지는 못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미수금이 문제다. 미수금은 한국가스공사가 액화천연가스(LNG) 도입에 쓴 원가(실적원료비)와 정부가 승인한 요금원료비의 차이를 뜻한다. 도시가스 요금은 1998년 8월부터 원료비를 유가와 환율에 연동시키는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산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일 뿐, 실제로는 서민 요금 경감 등을 위해 요금원료비를 통제하고 있다. 요금원료비보다 실적원료비가 많은 경우 미회수액을 미수금으로 회계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통상 미수금은 영업 외적인 요인으로 발생한 ‘받아야 할 돈’을 의미하지만 한국가스공사는 당장 누군가에게 받아낼 수는 없다.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지난해 말 15조 7659억 원에서 올해 9월 말 15조 482억 원으로 4.55% 줄었다. 이는 발전용 미수금 감소 때문이었다. 민수용(주택·일반용) 미수금은 지난해 말 13조 110억 원에서 올해 9월 말 13조 8883억 원으로 6.74% 증가했다.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은 2021년만 해도 1조 8000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때 가격을 올리지 못해 미수금이 폭증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이후 한국가스공사의 민수용 미수금도 점진적인 감소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환율이다. 최근 중동 전쟁, 미국 대선 등의 여파로 달러 환율이 1400원 안팎으로 치솟았다. 환율 상승은 영업 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환율이 높으면 연료 구매비가 늘어나고, 미수금 이자도 증가하게 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 2분기 인상됐지만 그래도 부족하다는 것이 현재 분위기”라며 “다만 내년 다시 요금 인상에 도전할 것이라면 굳이 현시점에서 배당은 하지 않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동종업계인 한국전력의 한 직원은 “과거 원전주에 묶여 주가가 급등한 적이 있는데 그럴 때는 확실히 정부 쪽에서도 요금 인상을 억제하려는 의지가 강했다”고 전했다. 한국가스공사는 공식적으로 배당 계획을 밝힌 바는 없으나 다수의 증권사 연구원에 따르면 배당 재개는 사실상 확정된 분위기다.
#테마주 성향 투자자들 북적북적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6월 대왕고래 프로젝트 발표 이후 신규 투자자가 대거 유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가스공사의 1분기 실적 발표일(5월 13일) 전 60거래일 평균 거래량은 29만 주였다. 그런데 3분기 실적 발표일(11월 12일) 전 60거래일 평균 거래량은 172만 주로 급등했다.
NH투자증권 나무앱 제공 데이터에 따르면 11월 25일 기준 한국가스공사 매수자 중 초전도체 관련주인 신성델타테크, 우크라이나 재건주 에스와이스틸텍을 팔고 매수한 비중이 각각 4.11%, 3.84%에 달했다. 테마주 추구 성향의 투자자들이 한국가스공사를 매매하는 비중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한국가스공사의 배당 여부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가스공사 주가는 당분간 대왕고래 프로젝트 일정에 따라 출렁일 전망이다.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조만간 ‘제3차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전략회의’를 개최해 첫 시추 지역을 포함한 구체적인 시추 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경상북도 포항시 영일만에서 38~100km 떨어진 해역의 수심 1km 이상 깊은 바다 속에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일정이 순탄하게 진행되면 2027~2028년께 공사를 시작해 2035년부터 상업 생산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한국가스공사 주식을 매매할 때 크게 고려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 같은 조언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은 “한국가스공사 주가는 전례를 보면 가스 요금 인상 발표 전에 기대감 반영 및 재료 노출의 과정을 거쳐 조금 오른 수준에서 주가가 안정화되는 흐름이었는데 이번에는 동해 가스전 이슈가 발발하면서 이상 급등 및 급격한 정상화 과정을 거쳤다”며 “동해 가스전 이슈는 기본적으로 중립적 시각이 바람직하며 철저한 사후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가스 개발이 성공하더라도 한국가스공사에 호재로 작용할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가스공사는 아직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를 참여하지 않은 상황이며 과거 사례를 고려했을 때 초기 진입보다는 개발 성공 시 가스 도입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스전 개발에 성공하는 낙관적 결과를 가정한다고 해도 직접 참여하는 민간 자원개발업체에 투자하는 것이 설득력 높은 투자처”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배당 계획은 아직 미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지 않아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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