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단 3명 유임, 이재용 이사 등재 가능성 낮아져…‘외국인 COO 임명’ 현대차 등은 인적 쇄신 노력
△부회장단 3인 유임 : ‘2인자’ 정현호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장,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전영현 반도체(DS)부문장 △메모리사업부 : 새로 대표이사를 맡은 전영현 부회장이 직접 지휘. 전 부회장 직속 사장급 경영전략담당 보직 신설 △파운드리사업부 : 미주총괄 한진만 부사장 사장 승진 후 보직, 사장급 최고기술책임자(CTO).
삼성전자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메모리 사업부를 대표이사 직할 체제로 전환하고 파운드리 사업 수장을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전영현 부회장은 10년 전 3년간 메모리 사업부장을 맡았었다. 비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파운드리사업부를 맡게 된 한진만 사장은 경력의 대부분을 메모리 사업부에서 보냈다. 메모리 전문가를 파운드리 수장에 선임하는 관례가 계속된 셈이다. 심지어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시스템LSI 사업부 박용인 사장은 유임됐다.
전영현 부회장이 추가로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이른바 ‘책임경영’을 위한 이재용 회장의 이사 등재 가능성도 사실상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 SK, LG그룹은 총수가 지주사(격) 이사회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업계 평가는 회의적이다. 이른바 ‘회전문 인사’로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메모리는 물론 파운드리에서도 경쟁에 뒤처진 반도체 사업부를 쇄신하기 어렵다는 우려다. 11월 28일 이뤄진 전자계열 3사(삼성SDI·삼성전기·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인사도 내부승진과 수평이동에 그쳤다.
고 이건희 회장 때와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이 어려움을 겪던 1993년 이건희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경영혁신 선언을 했다. 이건희 회장은 이후 일본과 유럽의 전문가들을 영입해 삼성의 제조 품질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해외 유학생 및 다국적 기업의 경영진 출신 인재도 채용해 글로벌 사업 경험과 네트워크를 삼성에 흡수되도록 했다.
삼성의 이번 인사는 현대차그룹과 대조적이다. 위기가 거론되는 삼성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조만간 폭스바겐을 제치고 세계 2위 자동차그룹으로 도약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정의선 회장은 혁신적인 인사를 단행해 선제적으로 위기에 대비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현대차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외국인인 호세 무뇨스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 ‘현대맨’ 중심의 순혈주의를 깨뜨린 조치다. 재계에서는 단순히 CEO의 국적 변화가 아니라 한국시장 중심에서 세계시장 중심으로, 지역적 사고에서 글로벌 사고로 전환하려는 대전환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또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에 앞서 고문이던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LG그룹도 LG유플러스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사장들 대부분을 유임시켰지만 구광모 회장은 취임 직후인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선대 회장이 임명했던 부회장들을 모두 퇴진시켰다. 12월 5일 사장단 인사가 예정돼 있는 SK도 지난해 그룹의 2인자인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기존 부회장단이 모두 물러났다. 올해에는 임원수 축소가 유력하다. 결국 4대 그룹 가운데 아직 삼성만 대규모 인적 쇄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한편 삼성전자 주가는 자사주 매입 소각 발표에도 움직임이 더디다. 11월 18일 발표에 앞서 15일 7.2% 올랐지만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5만 5000원 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은 이번 자사주 매입이 주주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대주주 일가의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주가하락을 막아 주식담보대출 인정 비율 관리)로 해석하는 모습이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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