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FCs는 이산화탄소 대비 최대 수만 배 높은 지구온난화지수(GWP)를 가진 온실가스로, 주로 냉매에 사용된다. 에어컨 등 일상 속 가전제품뿐 아니라 최근엔 인공지능 산업의 핵심인 데이터센터 가동에 활용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15%씩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는 HFCs 등의 냉매가 주입된 냉동공조기기 사용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항공 산업 전체 배출량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러나 HFCs는 오랜 기간 전 세계 기후위기 대응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못했다. 오존층파괴지수가 낮다는 이유로 오히려 오존층 파괴의 주범이었던 기존 냉매를 대체할 ‘친환경 물질’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소보다 최대 1만 2400배 높은 지구온난화 효과가 알려지면서 국제사회는 HFCs 배출 문제를 적극 논의하기 시작했고, 결국 2016년 HFCs 감축을 목표로 하는 ‘키갈리 개정서’를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대응은 주요국 대비 다소 뒤처진 상황이다. 우선 한국은 키갈리 개정서를 의무 시행 1년 전인 2023년에야 비준했으며, 이는 개정서상 같은 ‘개발도상국’ 그룹에 속하는 중국보다도 2년 늦은 수준이다. 다른 OECD 국가들도 일찌감치 개정서를 비준한 후 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규제를 실시해왔다. 특히 유럽연합은 개정서가 비준되기 10년 전부터 HFCs 감축을 선제적으로 추진했으며, 그 결과 2009년부터 HFCs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반면 한국은 2022년 기준 HFCs 배출량이 2018년 대비 40% 가까이 증가했으며, 같은 시기 국내 총 온실가스 배출량이 되레 7.6%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지는 상승세를 보였다.

HFCs는 냉매 제품을 생산할 때는 물론 설치·사용·폐기 과정 등에서도 조금씩 장기간 배출되기 때문에, 당장 배출량이 나오지 않더라도 제품의 전체 생애주기에서 발생할 ‘잠재배출량’을 고려하는 일이 필요하다. 잠재배출량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향후 HFCs 배출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HFCs의 잠재배출량은 매년 일정량의 배출계수를 적용한 실제배출량보다 약 2배 많은 수치를 보인다.
그러나 현재 냉매의 전 주기를 통틀어 HFCs 배출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체계는 부재한 실정이다. 우선, 현행 ‘오존층 보호법’에는 HFCs의 폐기 등을 규제할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냉매 사용량을 신고하거나 회수하여 처리 및 보고하는 등의 사항도 제품별로 각각 다른 법이 적용되어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일례로 현재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회수 및 폐기가 이뤄지는 냉매의 비율은 전체 유통량의 1%에 불과하며, 법 적용 대상 역시 ‘냉동능력 20톤(20RT) 이상의 냉매 사용 기기’ ‘전자제품 및 자동차’로만 한정돼 있어 이외 제품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이에 보고서는 HFCs의 실질적인 감축을 위해 △HFCs를 HFOs가 아닌 자연냉매로 전환할 것 △’전주기 냉매관리 체계’(LRM, Lifecycle Refrigerant Management)를 도입할 것 △HFCs가 속한 불소계열 온실가스(F-gas)를 통합 관리할 법 제정을 검토할 것 △HFCs 국가 온실가스 통계를 고도화할 것 등을 제언했다. 특히 전주기 냉매관리 체계를 도입할 경우, 키갈리 개정서 이행과는 별도로 390억 톤의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시급성이 높은 과제로 주목받고 있다.
보고서의 저자인 박범철 기후솔루션 메탄·HFCs팀 연구원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냉장고·에어컨 등 냉동공조기기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고, 이는 다시 HFCs 배출로 이어져 기후위기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냉매 원료인 HFCs가 정작 지구 온도는 높이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HFCs가 7대 온실가스 중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통해 냉동공조업계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HFCs 감축 및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