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26일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최은정)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 대해 무죄 선고를 내렸다. 2024년 11월 15일 1심 선고가 나온 지 약 4개월 만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의원직 상실형이었다. 재판부는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이 박근혜 정부 국토부 협박 때문이라는 이 대표의 발언을 유죄로 판단했다. 이 대표는 2021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 “(국토부가) 직무 유기 등으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용도변경 해준 것”이라고 했다.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제1처장 관련 발언도 1심에선 유죄가 나왔다. 당시 “국민의힘이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조작한 것”이라는 발언이 문제가 됐다. 법원은 기억을 환기할 기회와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고의로 발언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 전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은 ‘공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은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1심 재판부의 중대한 사실 오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것은 ‘성남시장 재직 때 몰랐다’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골프 발언’은 골프를 쳤다는 사실 여부에 대해 말한 것이 아니라 골프를 친 모습이 담긴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모두 뒤집었다. 재판부는 김 전 처장과 이 대표가 함께 찍힌 ‘골프 사진’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원본 일부를 떼어낸 조작 사진이라는 것이다. 백현동 관련 발언도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해당 발언은 전체적으로 의견 표명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시름 덜었지만 아직 재판은 남았다
판결 직후 이 대표는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서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린다”며 “한편으로는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 이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그 역량을 우리 산불 예방이나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되었겠나”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산불이 번져가고 누군가는 죽어가고 경제는 망가지고 있지 않나.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좀 되돌아보고 더 이상 이런 국력 낭비를 하지 않길 바란다. 사필귀정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곧바로 산불 현장으로 향했다.
이번 무죄 판결로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 일부분을 해소하게 됐다. 당초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늦어지자 조기 대선 전 이 대표의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민주당이 대선 주자를 잃을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도 거론됐다. 그러나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히면서 이 같은 민주당의 우려는 해소된 형국이다. 대법원은 절차적 문제만 다루는 법률심이기 때문에 무죄 확정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대권주자로서의 이 대표 입지는 더 공고해졌다. 그동안 이 대표는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등을 기록했지만 2심 유죄 판결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리서치뷰가 KPI뉴스 의뢰로 시행해 3월 1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1%가 2심에서 유죄가 나오면 이 대표의 대선 출마에 반대한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플랜B’가 필요하다는 비명계의 주장은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비명계는 이 대표 유죄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다. 이재명 대망론이 꺾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2심 판결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이 대표를 비판하며 친명계와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두관 전 의원은 공개적으로 플랜B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로 민주당 단일대오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다. 김부겸 전 총리는 이 대표 무죄 판결 직후 페이스북에 “당원으로서 한시름 덜었다”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헌정질서의 위기다.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윤 대통령 파면도,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산불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이재명을 중심으로 뭉치자’는 주장이 탄력을 받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정당보조금 반환 문제에서 벗어나게 됐다. 민주당은 22대 대선 때 보전받은 정당보조금 등 434억 7024만 원을 반납해야 할 위기에 있었다. 당시 민주당은 이 대표가 47.83%의 득표율을 올려 선거 비용 431억 7024만 원과 기탁금 3억 원을 돌려받았다. 민주당 보유 자산은 약 850억 원으로 추정된다. 당사 건물과 현금 보유액을 합한 수치다. 정당보조금을 반환하기 위해 당사 건물 매각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이번 판결로 이 대표가 사법적 리스크를 다 털어냈다. 이제 곧 있을 조기 대선에서 본인 역량을 다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필귀정이다. 국민의힘은 이제 더 이상 이 대표를 물고 늘어지며 잘못된 정쟁을 일으키지 말고 온전한 정치 복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의힘 탄핵 찬성파에서는 ‘나쁘지 않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히려 찬탄파 입장에서는 명분이 좋아졌다. 이재명을 이기기 위해서는 중도 표심을 잡을 사람이 돼야 한다. 그래서 찬탄파에 속하는 한동훈, 안철수, 유승민 정도는 더 명분이 섰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민의힘은 아직 이 대표가 모든 사법리스크 족쇄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및 성남 FC 후원금 의혹’ ‘검사사칭 사건 관련 위증교사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 의혹’ 등 다른 사법리스크 사안들에 대한 재판은 진행 중이다.
이 대표 부인 김혜경 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재판 선고가 예정돼 있다. 김 씨는 이 대표가 민주당 경선 출마를 선언한 뒤인 2021년 8월 2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 3명과 자신의 수행원 등에게 모두 10만 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안들은 당내 경선과 대선 본선에서 이 대표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