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에서 ‘이재명의 적은 이재명’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이재명 후보 대권 가도에 가장 큰 장애물은 본인의 비호감 이미지라는 분석과 맞닿아 있다. 이 후보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부터 허위사실 공표 혐의까지 여러 사법리스크를 떠안고 있었다. 각종 비리 의혹도 화수분처럼 터져 나왔다. 이 때문에 비호감도가 높은 정치인이라는 오명을 떠안게 됐다.
3월 26일 이 후보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관련 2심(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으며 사법리스크의 짐을 일정 부분 덜었다.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및 성남 FC 후원금 의혹’ ‘검사 사칭 사건 관련 위증교사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 의혹’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대선 전 확정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
항소심 무죄 판결 이후 이 후보 발언 수위는 급격히 낮아졌다. 실언으로 여권에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받아들여졌다. 산불 현장을 찾는 등 정쟁보다는 민생 행보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직후 낸 논평에서도 이 후보의 톤다운 전략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저 자신을 포함한 정치권 모두가 깊이 성찰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할 일”이라며 ‘낮은 자세’를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공격하는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출마 선언 영상에서도 이 같은 기조는 계속됐다. 제목은 ‘위대한 대한민국의 훌륭한 도구가 되겠습니다’였다. 영상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후보는 정장이 아닌 회색 스웨터를 입고 등장했다. 영상 색감도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톤이었다. 20대 대선 출마 선언 때 보였던 엄숙한 모습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 후보 약점은 비호감 이미지였다. 지지율이 좋게 나오는 상황에서 굳이 네거티브 전략을 쓸 필요는 없다고 느낀 것 같다”고 했다.
이 후보는 언론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4월 15일 예비후보 경선 등록일에는 비서실장인 이해식 의원이 대리 등록을 했다. 이 의원은 후보 등록과 관련해 이 후보가 특별히 전하는 메시지는 없다고 밝혔다. 이후 이 후보는 정치적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대선출마 첫 일정으로 AI(인공지능) 관련 일정을 소화했다. 전 국민이 무료로 AI를 이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기본 시리즈’를 강조한 셈이다.
동시에 원자력발전소 육성과 부동산 세제 완화를 말하며 ‘우클릭’ 행보도 계속했다. 대북정책과 젠더 공약에는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임기 내 대통령 세종시 집무실 건립’ 공약을 내세우며 스윙보터인 충청 표심 공략에 나섰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무대응 기조에 대해 “(무대응이) 캠프 방침이나 그런 것까지는 아니다”며 “(공격적인 메시지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대응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비명계 불만 폭발
여권의 공세에 대해 이재명 캠프보다는 당 차원에서 응수하는 형국이다. 국민의힘 경선에 출마한 나경원 후보는 4월 15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드럼통에 들어갈지언정 굴복하지 않는다’는 피켓을 든 사진을 올렸다. 나 후보는 직접 드럼통에 들어간 모습이었다. 이 후보를 겨냥한 것이었다.
이 후보 측은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 허위조작정보감시단 민주파출소는 “이미지에 사용된 드럼통은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서 이 후보를 허위 프레임으로 음해하는 데 반복적으로 사용된 상징물”이라며 “이후에도 민주당의 경선 예비후보들에 대한 모든 허위 조작 정보에 대해 법적·정치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모든 민주당 경선 예비후보들을 보호하겠다고 밝혔지만, 비명 진영에선 이 후보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경선 규칙을 국민참여경선으로 변경했다.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50%로 고정하고 국민여론조사 50%를 더했다. 권리당원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평이다.
국민여론조사 50%도 공정성 논란이 터졌다. 민주당은 경선 여론조사를 맡길 업체 5곳을 선정했다. 이 중 ‘시그널앤펄스’가 문제가 됐다. 이 업체 대표이사는 ‘리서치DNA’ 대표이사와 동일 인물이다. 리서치DNA는 22대 총선에서 비명계를 공천 배제하기 위해 동원된 여론조사 업체라는 의혹을 받았다. 업체 대표이사는 2014년 6월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가 지방선거를 공정하게 치르기 위해 설치한 ‘선거공정심의위원회’에 위원으로 위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관련기사 폐업 회사가 조사를? 민주당 사천 논란 부른 여론조사기관의 정체).
박범계 민주당 선관위원장은 입장문에서 “시그널앤펄스가 대선 경선 관련 용역 수행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해당 업체는 지난 총선 훨씬 이전부터 당 여론조사 용역에 참여해 온 업체”라고 해명했다.

김동연 캠프 관계자는 경선 규칙이라는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권역별 당원투표 결과는 곧바로 공개하는 반면 여론조사는 경선 마지막 날에 발표하는 경선 일정도 불공정하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한 당원투표 결과가 공개돼 대세론이 굳어지면 비명계 주자들에게는 역전할 여지가 없어진다는 이유다.
여기에 민주당 선관위는 경선 후보자 TV토론회를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도 비명 진영에선 볼멘소리들이 쏟아졌다. 민주당은 TV토론회를 두 차례만 진행한다고 밝혔다. 22대 총선 경선 때 민주당은 예비경선 TV 토론회 4차례, 본경선 TV 토론회를 13차례 진행했다.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치러진 2017년 대선 경선 때는 예비경선 2차례, 본경선 9차례 TV 토론회를 진행했다.
비명계 주자들은 ‘당이 요식행위를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후 민주당 선관위는 TV 토론회를 3차례로 늘렸다. 민주당 선관위 소속의 한 의원은 “(과거 사례와)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때에 비하면 작은 것은 사실”이라며 “알 권리 차원에서 좀 더 토론 기회를 드리면 좋지 않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비명계 주자들의 불만도) 고려 사안이었다. 그런 의견들도 있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