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전 대표는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경제 악영향과 부작용이 큰 인기 영합 정책”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런데 조기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이 ‘이재명 포퓰리즘’을 모방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에선 ‘총근무시간과 급여를 줄이지 않는다는 점이 이재명 전 대표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 눈높이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박이다. 재계에선 “노동성 악화 및 기업 실적 악화 등을 초래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점검하지 않고 무턱대고 정책만 시행하면 상당한 부작용이 따를 것”이라는 경고가 쏟아진다.
주 4.5일제를 띄운 국민의힘은 4월 17일 ‘정년 유연화 및 계속 고용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직무 성과급 중심 임금 체계 개편을 추진한다”면서 “정년 유연화와 계속 고용제를 도입해 중장년층 경륜을 우리 사회에 계속 쓰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했다.
직무 성과급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젊은층이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임금 구조를 만들고, 근무 의사가 있는 중장년층 인력 은퇴를 늦추겠다는 것이다. 청년층과 중장년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청년층에서 반발을 사고 있는 ‘연금 개혁’을 보완할 수 있는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또 다른 중견기업 관계자는 “신입 공채 등 인재 육성 시스템이 대기업 전유물이 된 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면서 “준비 없는 정년 유연화와 계속 근무제 도입은 청년 취업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라 사회 초년생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이 현 시점 취업 시장 가장 큰 딜레마”라면서 “공채를 통한 청년 육성보다 경력자를 통한 실무진 투입에 무게를 두고 있는 기업들 구인 전략이 더욱 공고화될 우려도 있다”고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유연화냐 단축이냐 프레임’으로 차별성을 두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고자 하는 방향은 똑같은 것”이라면서 “20~50대 근로자 표심을 잡아 당장 닥친 선거에서 중도층 소구력을 높이려는 행보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에선 경영진 표보다 근로자 표가 많기 때문에 거대 양당이 앞다퉈 표가 되는 프레임을 선점하는 것”이라면서 “거대양당 정책 경쟁이 되레 정치에 대한 불신만 높아질 수 있는 포퓰리즘 경쟁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은 말뿐인 사탕발림으로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면서 “노사 간 대화와 합의로 결정할 문제를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터무니없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주 4.5일제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면서 “시대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하는 한심한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경기도는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시범 사업을 도입했다”면서 “최장 노동시간 국가라는 오명을 벗고 일과 삶이 양립하는 ‘노동의 뉴노멀’을 열자”고 강조했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주 4.5일제를 비롯한 노동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선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채 교수는 “윤석열 정부와 그 궤를 같이 하는 건지, 이재명 전 대표와 같은 말을 하는 건지도 모호하다”면서 “기업과 근로자 등 여러 계층 사례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비교가 돼야 포퓰리즘 비판론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냥 솔깃한 정책을 제시하면서 표만 얻겠다고 얘기하면 안 된다”면서 “정책이 사회 전반에 걸쳐 미칠 수 있는 영향이나 부작용을 심도 있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