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부터는 조직 싸움이다. 원내 108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 마음이 누구를 향하는지에 따라 경선 지형이 좌우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엔 비례대표를 제외한 지역구 의원이 90명 있다. 가장 굵직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지역은 ‘영남’이다.
부산 17명, 경남 13명, 경북 13명, 대구 12명, 울산 4명 등 현역의원 59명이 영남에 집중돼 있다. 전체 현역 의원의 과반을 차지한다. 수도권엔 서울 11명, 경기 6명, 인천 2명 등 총 19명의 현역이 있다. 이 밖에 강원 6명, 충북 3명, 충남 3명 등이 분포해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영남 현역 의원들이 어느 캠프에 합류하느냐에 따라 경선 세 싸움 판세가 드러날 것”이라면서 “영남 조직력이 워낙 강력하다보니, 이런 현상이 되레 본선에서 확장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로선 현역 의원을 필두로 한 영남 조직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대마’ 영남을 잡아야 본선 진출을 노릴 수 있다. 우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경선 ‘세 싸움’ 신호탄을 쐈다.

‘무대홍 캠프’ 총괄상황실장 직을 맡게 된 유상범 의원은 이날 개소식에서 “홍준표 후보에 대한 신뢰, 살아온 역정, 그 모든 것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홍 후보는 더 이상 독고다이가 아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많은 의원이 함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4월 15일엔 나경원 의원이 친윤계 현역을 전면배치한 캠프 라인업을 공개했다. 나 의원은 정책총괄본부장에 3선 이만희 의원을 인선했고, 총괄상황실장에 재선 강승규 의원을 배치했다. 조직총괄본부장에 초선 박상웅 의원을 영입했다. 임종득, 김민전 의원도 나경원 캠프에 합류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캠프에 합류할 현역 의원 라인업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4월 9일 국회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김 전 장관은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인선했다. 박용찬 국민의힘 영등포을 당협위원장을 공보메시지단장으로 발탁했다. ‘헤비급 원외인사’ 위주로 캠프를 꾸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주자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 전 장관 캠프에 얼마나 많은 현역 의원이 모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 전 장관은 4월 10일 SBS 뉴스브리핑 인터뷰에서 “현역 의원들은 내가 고용노동부 장관을 했기 때문에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함께했던 임이자 의원이나 김위상 의원이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또 대구·경북 국회의원이나 경기도 국회의원들이 아주 반가워했다”고 밝혔다. 복수 현역 의원이 자신의 캠프로 모일 가능성을 내비친 발언으로 풀이됐다.

경선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면 적지 않은 현역 의원이 김문수 캠프에 합류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여권 안팎에선 이미 몇몇 무게감 있는 현역들이 김문수 캠프 합류를 물밑 타진 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안철수 의원 캠프엔 현역 의원 발길이 뜸한 상황이다. 안 의원은 오 시장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며, 세 확장에 돌입했다. 안 의원은 4월 16일 오 시장과 만나며 당내 ‘중도 찬탄파’를 향해 소구력을 강조했다. 현역 조직력보다 중도 소구력을 통해 경선 4강 진출을 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 내부에선 향후 경선이 진행됨에 따라, 현역 의원들의 심경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캠프 내 현역 의원 규모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유동적일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관측이다.

박 의원은 “어제(4월 13일)까지 정확하게 54명”이라면서 “당직자와 한동훈 (전 대표) 지지를 빼고 나면, 상당수가 한 권한대행 출마를 촉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박 의원은 김문수 캠프에 합류했는데, 이 역시 국민의힘 경선 이후 ‘빅텐트’를 노리는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선에 나선 주자들은 한덕수 차출론에 연이은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경선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볼 때 김이 빠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 관심 없는 ‘한덕수 차출론’은 테마주 주가조작 같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한덕수 차출론’을 추진하는 현역 의원들을 향해 “철딱서니 없는 짓 좀 안했으면 좋겠다”고 직격했다.
당 내에서도 ‘한덕수 차출론’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국민의힘 또 다른 관계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이어 또 외부인사를 대선 후보로 추대하면 정당의 존재 이유가 없지 않느냐”면서 “안 그래도 당이 영남에 고립되며 딜레마가 많은데, 또 업둥이(외부인사)를 데려오면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경선이 시작되기 전 ‘한덕수 차출론’이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되는 상황을 바라보면, 상당히 괴로운 심정”이라고 했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현역 의원은 지역 내 당원 조직을 지휘할 수 있는 거점이기 때문에 당내 세를 규합하거나 여론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후보들이 다자구도 경선에서 현역 의원 확보 경쟁을 펼치는 것은 이 같은 맥락”이라고 바라봤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