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내부 여론은 둘로 쪼개졌다. ‘절차적 정의에 흠결이 있다는 의심이 들 수 있게끔 지나치게 서두른 것은 실수’라는 반응과 ‘공직선거법 판단은 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 안에 나와야 한다는 원칙론에 입각한 적절한 판단인데 정치적 비판이 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사법부의 정치 개입 막겠다"

오는 14일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고,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 9명 등 10명에 대해서 공수처에 고발하는 안도 추진 중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사법부 독립에 심대한 침해”라고 반발했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판기일 연기와 무관하게 대법원에 의한 대선 개입에 대해서는 면밀히 확인해 조 대법원장의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수사할 특검법도 이르면 이번 주 중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법원 흔들리는 모양새
민주당의 강한 반발에 법원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5월 15일 공판 기일을 잡고 재판을 진행하려 했던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선 이후인 6월 18일로 재판을 연기했고 대장동 비리 의혹 재판 역시 공판 일정을 대선 뒤로 미뤘다. 다만 서울고법에 계류 중인 위증교사 2심 재판부는 이 후보 측의 공판기일 변경 신청에도 아직 기일 변경을 결정하지 않았다.
기존 재판 흐름과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대장동 사건 담당 재판부는 지난달 공판에서는 대선 일정을 고려해 기일을 조정해달라는 이 후보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 이후 사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공판 일정을 대선 이후로 미뤘다.
내부 분위기도 흔들리고 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탄핵, 청문회, 국정조사, 특검, 소송 기록 열람·검토 기록 공개 서명운동 등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공세에 ‘대법원의 이례적 빠른 판단’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원에 재직한 지 20년이 넘은 한 판사는 “대법관들이 모여 내린 유죄 취지 결정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겠지만, 유죄를 판단할 것이었다면 판단을 받는 당사자가 느낄 절차적 정의도 고려했어야 한다. 하지만 대법원에 상고한 지 한 달여 만에 전원합의체 회부, 두 차례 회의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선고가 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노행남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코트넷에 “정녕 그 피고인(이재명 후보)의 몇 년 전 발언이 계엄령을 선포하여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전직 대통령의 행위보다 악랄한 것이냐”며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하여 자신의 입맛대로 특정인을 기소하면 법원은 거기에 따라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특정인이 대통령 당선되는 것을 결단코 저지하기 위해 사법부 독립과 법관의 직업적 양심을 정치 한복판에 패대기쳤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법원 직원들로 구성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이날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과 대법관들에 대한 옹호 여론도 적지 않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사법부가 선거 직전에 선고를 하면 정치에 개입한다고 비판을 받았을 텐데 거꾸로 6·3·3 원칙(공직선거법 선고 기한 가이드라인)을 고려하면 대선후보 등록 전 선고를 하는 게 가장 정치권을 배려한 판단 아니냐”며 “정치권이 예민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알지만 삼권분립의 의미를 고려할 때 사법부 판단에 대한 공격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의정부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코트넷에 “결론의 당부를 떠나 전원합의체 판결에 참여하신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의 고뇌에 찬 판결에 존중과 경의를 표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부장판사는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 법원 내에 비판적 의견만 존재하는 것으로 오인할까 해서(글을 올렸다)”라고 적은 뒤 “법관의 재판 진행, 판결 유불리에 따라 법관 탄핵, 국정조사, 청문회 등을 언급하는 것 자체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고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법원 안팎 대선 이후 우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보수 정부는 엘리트를 중시하기 때문에 엘리트 문화가 강한 법원과 판사들에게 보수 정부 출범은 크게 흔들릴 일이 없지만, 진보 정부는 엘리트 중심의 구조를 깨기 위한 시도를 하기 때문에 역대 정부를 살펴보면 진보 정부 출범 때마다 법원의 시스템이 변화했다”며 “보수 정부에서 진보 정부로의 지난 교체 때(문재인 정부) 대법원장이 구속되는 일이 있지 않았느냐. 항상 초유의 일이 생기는 것이 역사기 때문에 현 대법원 수뇌부들에 대한 논란들이 새정부 출범 이후 불거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