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는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유죄 취지였다. 대법원은 2심(항소심) 재판부 판단을 대부분 뒤집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을 성남시장 시절에 몰랐다는 발언과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이 국토교통부의 협박 때문이라는 주장을 허위 사실 공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이재명 후보가 김 전 처장과 해외 출장에서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김 전 처장과) 교유 행위에 대한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발언에 대해서도 “(사실과) 명백히 배치되는 허위의 발언”이라고 했다. 심리에 참석한 대법관 12명 중 10명이 파기환송 의견을 냈고, 2명은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다수 의견을 낸 10명의 대법관은 “어떤 표현이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것인지 여부는 일반 선거인이 그 표현을 접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하여, 그 표현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의견을 표명한 재판관은 이흥구 오경미 대법관이다. 둘은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됐다. 이들은 ‘선거인의 인상을 기준으로 하되 지나치게 확장해서 해석하면 안 된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해석 기준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정치적 공방을 법원이 개입해 사실 여부를 가리는 역할을 맡게 되면, 법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의견도 피력했다.
민주당은 격분했다. 파기환송 판결 직후 한덕수 총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을 두고는 모종의 시나리오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민주당은 5월 1일 심야에 본회의를 열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소식을 들은 최 부총리는 사퇴했다. 이날 자정까지 임기가 남아있었던 한덕수 총리가 사표를 수리했다.

사법부 내부에서도 대법원의 파기환송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들이 나왔다. 5월 2일 청주지방법원 소속의 한 판사는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실명으로 “30여 년 동안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초고속 절차 진행”이라고 꼬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판사는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치자금 수사와 같이 선거철이 되면 진행 중이던 수사나 재판도 오해를 피하기 위해 중단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빠른 판결에 문제가 없다는 반박도 적지 않다. 애초에 선거법 사건은 법정 기한(6·3·3 원칙)이 있다. 그리고 대법원은 법률심이다. 1·2심과 달리 법률 쟁점과 상고이유 등을 중심으로 기록을 검토하면 충분히 판결을 내릴 수 있다. 천대엽 처장은 대법관들이 전자 스캔으로 관련 기록을 모두 봤다고 전했다. 여러 재판연구관도 관련 기록 검토를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다수의견 보충 의견도 주목을 받았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고법은 5월 15일 예정된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6월 18일로 연기했다. 서울고법 형사 7부(이재권 부장판사)는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로 변경했다”며 “법원 내·외부의 어떠한 영향이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하여 공정하게 재판한다는 자세를 견지해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후보 측은 5월 7일 대장동 개발 특혜 등 의혹 사건과 위증교사 재판에 대해 공판기일 연기 신청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은 공판기일을 대선 뒤인 6월 24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위증교사 사건 항소심 재판부도 기일을 변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판들이 연기되면서 이 후보는 사법리스크 부담을 덜고 대선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재판 연기 결정을 두고 법조계는 둘로 갈라진 모습이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정치적 문제가 아닌 절차적 적법성 문제라고 규정했다. 노 변호사는 “사법부가 대선 기간에 이례적으로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재판을 강행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공분하고, 이재명 후보 측에서 반발하자 바로잡은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 일각과 국민의힘은 재판부가 민주당 압박에 굴복했다고 주장했다. 사법부 독립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재명과 민주당의 겁박에 법원이 굴복한 것”이라며 “입법과 사법을 장악하고 있는 세력에게 행정부까지 넘어간다면, 이재명 독재국가의 끔찍한 본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도 “나쁜 선례를 남겼다. 국회 다수당의 부당한 사법부 압박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임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의 신속 재판에 대한 유감 표명’과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권고 논의’ 등의 안건이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구성원들은 ‘사법부 독립 침해’를 안건으로 다뤄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법부 차원에서 민주당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의에서 다뤄지는 의제는 출석한 법관 과반수가 찬성해야 의결된다.
#이재명 지지율은 견고
YTN이 엠프레인퍼블릭에 의뢰해 5월 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47%는 대법원 판결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응답했다. ‘적절하다고 본다’고 응답한 비율은 43%였다. 중도층에서는 51%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응답했고, 40%가 ‘적절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20대에서는 ‘적절하다고 본다’고 답한 비율이 54%였다. 30대는 두 답변 응답률이 비슷했다.
SBS가 입소스에 의뢰해 5월 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대법원 판결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51%로 나타났다. ‘공감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3%였다. 중도층에서는 56%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공감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6%였다. 20%포인트(p) 격차였다. 2030 세대에서는 두 응답 비율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재명 후보 지지율엔 큰 변동이 없었다. 이 후보는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사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층 이탈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5월 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 지지율은 50%를 기록했다. 한덕수 무소속 후보(23%)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11%)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6%) 순이다.
3자 대결에서는 이재명(51%) 김문수(30%) 이준석(9%) 순으로 나타났다. 한덕수 후보로 단일화됐을 경우 이재명(50%) 한덕수(34%) 이준석(7%)으로 조사됐다. 대법원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이 이 후보 지지율엔 별다른 영향을 주고 있지 않은 셈이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이어 김 평론가는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절차를 가지고 간 것은 맞다”며 “(이번 판결이) 이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던 내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상황 인식과 맞아 들어가는 서사로 연결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