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후보는 대통령후보 수락 연설에서 “더이상 과거에 얽매여서 이념과 사상, 진영에 얽매여서 분열과 갈등을 반복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이 후보 특유의 실용주의 노선이 드러난 발언이었다. 내란 청산 및 국민 통합에 동의한다면 좌우를 가리지 않고 기용하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됐다. 이후 이 후보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보수 표심 공략에 나섰다.
이 후보는 윤여준 민주당 상임총괄선대위원장(전 환경부 장관)에게 직접 합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위원장은 ‘보수 진영의 책사’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동안 좌우를 넘나들며 선거 참모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는 1998년부터 이회창 전 국무총리 참모로 활동했다. 2012년 18대 대선 때는 문재인 경선 캠프에 합류했다. 2016년에는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 창당에 관여했다.
윤 위원장은 5월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그동안 (이 후보와) 몇 차례 따로 본 일이 있었다”며 “굉장히 진지하고, 정말로 자기가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윤 위원장은 “굉장히 진지하게 좀 자신을 도와달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진정성 같은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상임공동선대위원장에 위촉됐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 주류와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인물이다. 1990년대에는 참여연대 공익소송센터 부소장과 경제정의실천시민운동연합 사무총장 등을 거쳤다. 노무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관습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을 받아냈다. 2005년엔 ‘뉴라이트 전국연합 통합추진위원회’ 지도위원으로 참여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원했다. 이명박 정부 때 법제처장으로 임명됐다.
대구·경북(TK) 지역 정치인 영입도 활발했다. 보수 텃밭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 후보 측은 30%대 득표율이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을 국민대통합위원장(전 한나라당 의원)이 선봉장으로 섰다. 권 위원장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경상북도 안동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했다. 한나라당 분당 때 유승민 전 의원의 바른미래당에 합류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된다.
권 의원도 이 후보가 직접 영입한 인물인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 선대위 한 관계자는 “권오을 전 의원은 안동 사람이다. 이재명 후보도 안동이 고향이니까 몇 번 통화하다 자연스럽게 합류했다”고 전했다.
박창달 전 한나라당 의원도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박창달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나라당 입당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명박 정부 때 자유총연맹 회장직에 임명됐다. 20대 대선에서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 캠프에서 활동했다. 그러다 윤석열 후보가 민주당계 출신 인사들을 영입하자 ‘당이 정체성을 잃었다’며 탈당했고, 곧바로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현재 대구·경북총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는 비상계엄에 반대한다면 손잡을 수 있다는 분위기다. 한 민주당 의원은 과거 행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의원은 “시간이 많이 지난 것이기 때문에 시대 요구가 다르다”며 “내란이 안 끝났다. (내란청산이) 첫 번째”라고 강조했다.
#영입 과정에서 파열음
5월 13일 ‘홍준표와 함께한 사람들’(홍 전 시장 지지모임 홍사모·홍사랑·국민통합찐홍·홍준표 캠프 SNS팀 등)은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5월 19일에는 박근혜 서포터즈(회장 김동렬)가 합류했다. 두 단체는 김문수-한덕수 단일화 파행을 보며 국민의힘에 환멸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렬 회장은 20대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 인물이다. 김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김문수 후보와 거리에서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일요신문에 지지 선언 전 한준호 의원의 전화가 있었다고 했다. 20대 대선 지지 선언 때 한 의원과 친분을 쌓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보수 인사 영입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당 차원에서 보수 인사와 접촉하라는 지침을 내린 적은 없다고 한다.

보수 인재 영입 과정에서 파열음이 발생하기도 했다. 윤석열 캠프 출신인 이인기 전 의원 합류는 진보 진영의 반발을 샀다. 용산 참사에 대해 ‘자살폭탄 테러’라며 진압 경찰을 옹호한 발언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면서다. 현재 이 전 의원은 별다른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홍준표 전 시장 참모인 이병태 전 카이스트 교수 영입은 무산됐다. “친일은 당연한 것” “(문재인 전 대통령은) 치매인가, 정신분열증인가” 등의 이 전 교수의 과거 막말이 다시 논란이 됐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병태 교수도 처음에는 이준석 후보에게 가기로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랬다가 이재명 후보가 전권을 주겠다고 해서 그 말을 듣고 갔는데, 민주당 내부에서 비토 됐다”고 전했다.
김대남 전 윤석열 정부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행정관) 영입은 당내에서 반발이 거셌다. 김 전 행정관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허위보도 사주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다. SGI 서울보증 상근감사위원 자리에 낙하산 인사로 내려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행정관은 금융 경력이 없다. 허위보도 사주 논란 이후 감사직을 사퇴했다.
반발이 커지자 김 전 행정관은 민주당 합류 의사를 철회했다. 곧바로 김문수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앞서의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당내에서도 부정적이었다”며 “(영입 리스트는) 올라와서 (윤호중) 총괄본부장이 허락해야 하는데, 그 과정 전에 공개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이 바로 잘 수정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 인사를 (당이) 받아들이면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준석 잡을 칼
개혁신당에서도 이탈자가 나왔다.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와 김용남 전 의원이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둘은 개혁신당이 ‘이준석 사당’이 됐다고 주장했다. 친윤계에서 이 후보를 대표직에서 밀어냈던 방법을 허 전 대표에게 그대로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허 전 대표의 이재명 후보 지지 결정은 극소수 측근만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팀허은아’ 측 관계자는 “언론 보도로 알았다. 30명 정도 모여 있는 단톡방이 있다. 거기에 사전 예고는 없었다”고 했다.

5월 21일에는 문병호 한광호 김성호 전 의원이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국민의당 출신이다. 문병호 의원은 열린우리당과 민주통합당에서 의원 생활을 했다. 탈당 후 국민의당 창당에 참여했다. 이후 바른미래당과 국민의힘을 거쳐 개혁신당에 합류했다. 이재명 빅텐트가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