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여 시간이 흐른 지난 2일 바로 같은 발전소 내에서 또 한 명의 노동자 ‘김 씨’가 작업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용균 씨 사고 후 재발 방지를 위해 도입된 각종 산업안전 정책과 법안이 무용지물이 됐다며 현장 하청업체는 물론 관리 책임이 있는 원청 공기업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50세(1975년생) 김충현 씨는 한국전력 자회사(공기업)인 ‘한전KPS’의 하청업체 ‘한국파워오엔엠’ 소속 비정규직 직원으로, 충남 태안화력발전소(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내 한전KPS 종합정비동 1층에서 정비 부품 등 공작물을 선반으로 깎는 가공기계(밀링머신)를 다루던 중 기계에 옷이 말려들어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현장은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서부발전이 한전KPS에 임대한 공간으로, 보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경찰과 고용노동부(지방노동청) 조사로 밝혀질 예정이다.
6년 전 고 김용균 씨의 참담한 희생은 국내 산업현장에 만연한 ‘위험의 외주화’에 큰 경종을 울리며 재발을 막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 제정(2020년 1월 16일 시행)의 계기가 됐다. △직업병 발생 위험이 큰 유해·위험 작업의 사내 도급 원칙적 금지 △원청 사업주의 산재 책임 범위를 도급인의 전체 지배·관리 장소로 확대 △산업안전보건법 보호 대상에 특수형태 노동자 포함 등이 주요 내용이다.
또 2021년 1월에는 중대한 사업재해 발생 시 하청업체는 물론 원청업체의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강도 높게 처벌(노동자 사망시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모두 허사가 된 듯 같은 사업장에서 비슷한 성격의 사망 사고가 또 발생하자 현장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태안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3일 한국서부발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용균이 또 죽었다”며 “회사 관리·감독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고 있다. 한국서부발전은 책임자 처벌과 진상을 규명한 뒤 유족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현장은 찾은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는 “김용균 씨 사고 땐 법이 미흡해 (한국서부발전)사장이 무죄(판결)를 받았지만 이번엔 다르다”며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원청 경영책임자로서 안전조치를 다했는지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사고 당시 안전 관리의 책임 관계를 두고 향후 사측(한전KPS, 한국파워오엔엠)과 노동자 측 간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다 정밀한 조사가 요구된다. 한전KPS 관계자는 지난 2일 사고 설명자료에서 “금일 작업오더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항으로 (중략)저희 기관에서는 명확한 사고 원인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 조사 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고 당시 노동자의 작업 수행 책임 관계를 따지는 과정에서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2일 성명에서 “한국서부발전 사고보고서에는 ‘기계공작실 내 선반 주변을 임의로 정리 중이었다’고 적혀 있다. ‘왜 그곳에 갔는지 모르겠다’고 한 김용균 씨 사망 당시 사측의 말과 똑같다”며 “또다시 사고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기 위한 법칙이 작동했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사고 현장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고, 김 씨가 작업하던 공작물 도안 스케치와 실제 공작물, 개인 장비 등을 수거해 분석 중이다. 설비와 작업일지, 작업자 배치 등을 면밀히 살피며 안전 수칙 준수 여부 등을 밝힐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한국서부발전은 지난 2일 입장문에서 “현재 정확한 원인에 대해 관계기관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한전KPS와 함께 이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향후 사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개선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전KPS는 “조사기관의 사고원인 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며, 향후 조사결과에 따라 재발방지대책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