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곳곳에 공실인 상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오후 3시에도 문을 열지 않은 상가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문을 연 곳도 손님들로 북적대는 모습은 없었다. 한때 이곳은 직장인들과 인근 어학원 학생들로 북적이던 상권이었다. 휴일 분위기는 없었다. 대통령 선거일이지만 상인들에게서 들뜬 모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지금의 상황에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포장마차 콘셉트 주점의 사장 A 씨는 무표정하게 기자를 맞았다. 기자 신분을 밝히고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을 물었지만 A 씨는 “별다른 기대감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가게를 오픈했다는 A 씨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당시 소상공인들이 타격을 받았다는 말이 많았지만 솔직히 그땐 체감하지 못했다”면서도 “올해 들어 손님이 줄어들어든 게 체감되고 있다”고 말했다.
종각역 인근에서 전통주점을 운영하는 B 씨는 “과거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정책은 효과적이지 않았다. 정부 지원책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과 근로자가 어느 정도 소비 여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며 “(인근 직장인들을 보면)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 월 소득 800만 원인 가정이 많아도 자녀들 교육비로 나가는 돈을 생각하면 실제로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는 기업의 성장을 도와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방식으로 상권을 살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종각역 인근 상권의 쓸쓸한 분위기는 해가 진 뒤에도 계속됐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외국인이 이따금 보였지만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텅 빈 거리에 간판만 화려하게 반짝일 뿐이었다.
오후 8시가 됐지만 대형 주점 테이블에 단 한 명의 손님도 없는 곳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일부 손님으로 북적이는 식당도 보였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현저히 많았다. 손님보다 많은 종업원이 많은 곳도 부지기수다. 이들은 텅 빈 식당을 응시하거나 휴대전화에 시선을 둘 뿐이었다.
종각역 인근 대형 주점의 한 매니저는 “비상계엄 이후 손님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주변에 기업이 많은데 (비상계엄·탄핵) 분위기 상 근로자들이 회식을 자제해 연말 특수에도 매출이 좋지 않았다”면서 “(주변에 기업들이 많아) 정치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주요 상권들은 아무래도 타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는 큰 혼란 없이 나라를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종로2가 방향도 유동인구가 많지 않았다. 1인이 운영하는 식당의 사장 C 씨는 “경기가 계속 좋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때보다 더 힘들다. 가게를 접고 싶어 (부동산에 가게를) 내놔도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는) 일반 장사하는 사람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근 지역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사장 D 씨는 “계엄 이후 손님이 줄어든 것을 체감하고 있다. 인근 상인들 중 다수는 권리금을 포기하고 나가고 싶어도 매장 원상복구 비용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팬데믹 시절 정부의 지원금이 도움이 되긴 했지만 일시적이었다”면서 “소상공인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을지로 지역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사장 E 씨는 “소상공인의 빚을 탕감하는 등의 정부 정책은 공평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실제 빚을 안 내고 열심히 장사를 하는 사장도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원금이 필요하지 않은 소상공인이 지원금을 타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정말 지원금이 필요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취재를 마칠 무렵 지상파 방송3사(KBS·MBC·SBS) 대선 출구조사가 발표되기 시작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1.7%로 1위를 기록했다. 2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39.3%보다 12.4%포인트나 앞선 수치였다. 이 같은 결과가 담긴 호프집 대형 TV에 손님과 종업원들이 일제히 시선을 뒀지만 덤덤한 표정이었다. 실제 개표 결과 이재명 후보는 49.42%로 다소 득표율이 하락했으나 과반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재명 후보가 득표한 1728만 7513표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다 득표수이기도 하다. 팍팍해진 삶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이재명 후보는 당선을 확정지은 직후 수락연설에서 “여러분이 맡기신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회복시키는 것, 내일 대통령이 되는 그 순간부터 온 힘을 다해 여러분들의 이 고통스러운 삶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가장 확실하게 회복시켜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의지가 정책으로 실현돼 얼어붙은 소상공인의 마음에 햇살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