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당대표는 171명의 국회의원과 약 120만 명의 권리당원(2024년 전당대회 기준)을 보유한 집권 여당을 이끌게 된다. 이재명 정부 초반부를 뒷받침하고, 2026년 6월 3일 예정된 지방선거도 지휘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 후임을 뽑는 이번 대표의 임기는 2026년 8월 1일까지다. 선거인단은 대의원 15%, 권리당원 55%,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다.
민주당에선 이 대통령의 의중, ‘명심’이 당대표 선거를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룬다.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권리당원 대부분이 이 대통령 지지층이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 역시 민주당 지지자와 무당층 응답만 반영하는 역선택 방지조항이 도입될 전망이다. 지지층 표심에 따라 당 대표가 결정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대의원 영향력은 감소하는 추세다. 민주당계 정당들은 꾸준히 권리당원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개편해왔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이 한국 정당 최초로 온라인 입당을 허용하자 당원 수가 급증했다. 문재인 당시 대표 지지자들이었다. 외곽 조직에 머물렀던 ‘노사모’와 달리 팬덤 세력이 당내로 진입했다.
이러한 흐름은 이 대통령이 대권 주자로 발돋움하면서 강화됐다. 이 대표가 대선 후보로 부상한 2021년경 민주당 권리당원 수가 급증했다. 당시 ‘문빠’가 이재명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로 대체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4년 8·18 전당대회에서는 ‘이재명 픽’ 김민석 의원이 수석최고위원에 당선되는 이변이 벌어졌다. 21대 대선 경선에서는 이 대통령이 89.77%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했다. ‘명심’과 ‘당심’이 같이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윤왕희 서울대학교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은 논문 ‘비호감 대선과 정당의 후보 경선에 관한 연구 : 경선 방식과 당원구조 변화를 중심으로’에서 “당 지도부를 길잡이로 해서 혹은 지역 당 조직 리더를 따라 움직이는 전통적 당원의 조직 동원 행태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이라며 “(지지자들은) 당의 안과 밖을 구분하지 않고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들의 세력 확장을 위해 단단하게 뭉쳐 있는 특징을 갖는다. 당은 그저 지지 후보의 권력 쟁취를 용이하게 해 줄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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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은 오리무중이다. 이 대통령은 6월 20일 예정된 박찬대 의원과의 만찬을 연기했다. 당시 박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유력 당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었다. 이 대통령이 당무 개입 논란을 사전에 차단한 행보로 풀이된다. 정청래 대 박찬대라는 ‘친명 대 친명’ 구도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 대통령과 충돌하지 않고, 정권을 지원할 유능한 인물을 선택하겠다는 분위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청산하고 야당인 국민의힘을 힘으로 찍어누를 강경파를 원하는 모습이다. ‘추미애 지도부 사태’가 다시 벌어지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초반 추미애 당시 대표는 ‘임종석 비서실장 임명’을 두고 청와대와 갈등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도당 공천권을 두고 친문계와 충돌했다. 임기 초반 문 대통령에게 정치적 리스크가 됐다.

정 의원이 대선 때 호남에서 유세 활동을 담당한 것도 문제 삼았다. 민주당 권리당원 약 35%가 몰려있는 호남에서 사실상 당대표 선거 활동을 했다는 의심이다. 득표율도 20대 대선에 비해 전남(86.10%→85.87%)·광주(84.82%→84.77%) 모두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전당대회 일정이 나오기 전 출마를 선언한 것을 두고 정 의원이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정 의원 지지자들 생각은 달랐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신속하게 하나회를 숙정했듯, 정 의원이야말로 이재명 정부의 개혁안을 빠르고 강력하게 추진할 적임자라고 했다. 특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이끌며 ‘이재명 사법리스크 방어’ ‘탄핵 추진’ 등 큰 공을 세웠다고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꼼짝 못하게 하며 ‘당대포’의 면모를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두 의원은 조직표보다는 당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기류다. 앞을 다퉈 ‘강경책’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 의원은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 상향’ ‘언론·검찰·사법개혁 태스크포스 즉시 가동’ 등을 공약했다. 이러한 개혁을 3개월 안에 이뤄내겠다고 했다. 법사위원장 때처럼 모든 공약을 속전속결로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법사위원장 자리는 국민의힘에 양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원들과의 소통도 강화하고 나섰다. 당원 소통 능력은 정 의원의 강점으로 꼽힌다. ‘이동형TV’ 등 여러 친민주당 유튜브 채널에 나가 자신의 입장과 공약을 알렸다. 김어준 총수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게시판에도 주기적으로 글을 올리고 있다. 딴지일보 게시판은 정 의원 지지 성향이 강한 커뮤니티다. 정 의원은 게시글에서 개혁안의 속전속결 처리를 강조하며 ‘강성 이미지’를 강조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정청래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골게터”라며 “그동안 정 의원이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한 노력과 (최전선인) 법사위원장으로서 윤석열 정권에 맞서 싸운 사람, 야전사령관이기 때문에 (당원들이) 그 부분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을 지지하는 측은 박 의원이 험지인 인천 연수구 갑에서 내리 3선을 하며 인천 탈환에 공헌했다고 했다. 원내지도부를 이끌며 지도자 경험을 쌓았다고 했다. 비상계엄 처리와 대선 승리에 공이 크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과 잡음 없이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차기 당대표에 적합하다고 봤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포용력이 있고, 외유내강형에, 일에 있어 체계적이고 치밀하다”고 평가했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누가 해도 차이는 없다. 두 사람이 강경파냐 온건파냐, 통합이냐 선명이냐, 개혁이냐 실용이냐, 친명이냐 비명이냐 등 차이가 없다”고 했다.
김 평론가는 “지지층이 의도하지 않았는데 강렬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누구를 밀었다가 집권 세력 분열로 이어질 리스크가 있고, 밀었던 사람이 안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그래서 이 대통령이 대단히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그래서 명심이 곧 당심으로 표출될지는 알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