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 참모진 중 현역 의원은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강유정 대변인이 있다. 국세청 차장 출신인 임광현 의원은 국세청장에 지명됐다.
1기 내각에도 현역 중진 다수가 차출됐다. 우선 국무총리로 김민석 의원이 지명됐다. 장관 후보자 명단에는 안규백(국방부) 정동영(통일부) 김성환(환경부) 전재수(해수부) 강선우(여가부) 윤호중(행안부) 정성호(법무부)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대통령실과 내각에 12명의 현역 의원이 지명된 셈이다.
인수위 없이 임기를 시작한 이 대통령은 최대한 빨리 내각을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인사청문 정국에 에너지를 소모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내란 청산’부터 한미 관세 협상까지 시급히 처리해야 할 국내외 현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인수위 없이 시작해 박근혜 정부 ‘뒷정리’만 하다 끝난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 없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현역 의원 발탁은 이러한 배경에서 받아들여진다. 국회법에 따르면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만 겸직할 수 있다. 현역 의원은 총선 때 일차적인 검증 절차를 거쳤다. 의원들과 친분이 있어 청문회 통과가 수월하다. 2000년 고위공직자 인사청문 제도 도입 이후 전·현직 의원이 낙마한 사례는 없다. 현역 의원의 국회 네트워크를 통해 필요한 법안과 예산안 통과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관련기사 현역 의원 차출, 득일까 실일까…이재명 정부 장관 인선 속살).
정부·여당 단일대오 형성에도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강선우 후보자(재선)를 제외한 안규백(5선) 정동영(5선) 윤호중(5선) 정성호(5선) 김민석(4선) 김성환(3선) 전재수(3선) 등 이재명 정부에 들어간 현역 의원들은 대부분 3선 이상 중진이다. 정성호 후보자는 국회의장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김성환 후보자는 차기 당 대표 주자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었다. 윤호중 후보자는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아 21대 대선을 진두지휘했다. 당내 영향력이 높은 인물들이 내각에 포진한 셈이다.
이들은 대부분 이 대통령의 중점 개혁 과제를 수행할 부처에 배치됐다. ‘친명 좌장’ 정성호 후보자는 검찰 개혁을 시행할 법무부 장관에 지명됐다. 안규백 후보자는 ‘내란 청산’과 군 개혁을 책임져야 한다. 정동영 후보자는 이 대통령의 핵심 관심사 중 하나인 대북 문제를 관리한다. 부산 유일 민주당 의원인 전재수 후보자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등을 주도하며 PK(부산·경남) 공략 선봉장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망가진 제동장치?
김대중 정부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현역 의원들이 차출되자 사실상 ‘민주당 내각’이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국무위원 겸직 허용 조항은 대표적인 의원내각제 요소로 꼽힌다. 이는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를 결합한, ‘혼합 정부’를 택한 나라들(한국 제외)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조항이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은 겸직 금지 조항이 헌법에 명문화돼 있다. 포르투갈은 내각에 입성한 의원은 임시 대리인을 임명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이점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원내각제는 행정부와 입법부 연계가 원활하다. 행정부가 필요한 법안과 예산안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반면 의원내각제에 있는 ‘내각 불신임’ 규정은 없다.

이런 가운데 1야당은 제대로 된 견제를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법안 및 예산안 통과를 저지할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했다. 당권을 두고 친윤계와 친한계가 갈등하는 등 내분이 심화하고 있다. 중도 보수를 표방하는 개혁신당과의 연대도 요원한 상황이다.
반면 민주당 의석수는 167석이다. 재적 의원 과반인 151석을 넘는다. 단독으로 예산안과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상임위원장직도 모두 석권할 수 있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임명 동의 권한도 가지게 된다.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진보당 등 우호 정당 의석수를 모두 더하면 180석이 넘어간다. 안건 신속 처리가 가능하다.
역대 정부에서는 현역 의원 차출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국회 기능과 삼권분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지역구 주민들의 민의를 옮길 통로도 사라진다. 장관직과 의원 업무를 병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이 대통령을) 막을 수 있는 어떤 제도적인 방법이 없다”며 “국민의힘은 선거 때 (삼권분립 제도가 이재명에게 좌우된다고) 내내 이야기 했다. 그런데 국민이 뽑아줬다. (그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다시 집권하는 것보다는 이재명이 집권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TK(대구·경북) 기반의 국민의힘과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민주당이 최다 의석을 보유한 서울과 수도권은 초격차 지역이 많다.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은 조국혁신당이라는 라이벌이 약진하고 있다. 현역 의원들로선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민심이 악화하면 당내에서 대통령실에 제동과 쓴소리를 하는 그룹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점쳤다.
이 대통령이 독선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견해도 나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회의 때 이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경청한다고 했다. 여러 의견을 종합한 판단을 내린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인선도 ‘계파’가 아닌 ‘능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 내부에 안전장치들이 심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국회를 존중하고 당무와 거리를 두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7월 1일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회는 국민으로부터 직접 권력을 위임받은 기관”이라며 “국무위원들께서 국회에 가시면 그 직접 선출된 권력에 대해서 존중감을 가져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의 기본적 질서에 관한 문제니까 최대한 국회를 존중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