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임명 직후 차명 대출 및 부동산 차명 관리 의혹 등이 제기됐고, 결국 오 전 수석은 임명 닷새 만인 13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재명 정부 첫 고위직 낙마 사례였다.
약 2주간 고심을 거듭한 끝에 이 대통령은 민정수석 자리에 다시 검찰 출신 인사를 선택했다. 6월 29일 봉욱 김앤장 변호사를 발탁했다. 봉 수석은 검찰에 재직하며 법무부 인권국장과 대검 차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 후보군에 오르기도 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에 밀렸다. 그 후 김앤장 변호사로 활동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새 민정수석은 겸손하고 온화한 성격으로 검찰 내외부에 신망이 두터우며 정책 기획 역량이 탁월하다는 평”이라며 “검찰개혁 등 핵심과제에서 강한 추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민정수석이 검찰 내부 사정을 잘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한 것으로 대통령실이 전했다.
같은 날 법무부 차관엔 ‘검찰 출신’ 이진수 대검 형사부장을 임명했다. 대통령실은 이 차관에 대해 “비특수통 검사로 검사 대다수가 근무하는 형사부의 고충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며 “국민 실생활과 관련된 범죄 수사 분야의 전문가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는 검찰 본연의 사명을 되살리는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밝혔다.
7월 1일에는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검찰 ‘2인자’ 대검찰청 차장(고검장급)에는 노만석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은 정진우 서울북부지검장, 서울남부지검장은 김태훈 서울고검 검사, 서울동부지검장은 임은정 대전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 광주고검장에 송강 검찰국장,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장은 임세진 법무부 검찰과장이 임명됐다.

봉욱 수석은 2019년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을 때 검찰 수사와 기소 분리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22년 검찰개혁 법안에 대해 김수남 문무일 전 검찰총장 등과 함께 ‘검찰 수사권 축소는 국민 인권 보장에 부정적’이라고 입장을 냈다.
이진수 차관은 ‘친윤 검사’ ‘친심우정 검사’라는 비판을 받는다. 2022년 서울남부지검 2차장으로 있었을 때 ‘수사와 기소는 분리될 수 없다’는 취지의 서울남부지검 간부 검사단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3월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재판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을 내렸을 때 열린 대검 부장단 회의에서 석방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이 7월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내놓은 답변도 논란이 됐다. 이 차관은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묻자 “법안에 대해 찬반 여부를 직접 말하는 것은 시점상 성급하지 않나 싶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형사사법 체계와 관련해 검찰청의 업무가 수사와 기소 분리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조국혁신당은 봉 수석과 이 차관을 향해 “윤석열 정권의 내란에 책임이 있는 깡패 같은 정치검찰들은 더 이상 국정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며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고 축구했다.
조국혁신당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최고위원과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이규원 혁신당 전력위원장은 7월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의 수사팀인 송강 검찰국장이 광주고검장으로 영전하고, 임세진 검찰과장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장 요직으로 전보된 것에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2019년 김학의 출국금지 과정을 문제 삼아 이들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하지만 지난 6월 5일 대법원에서 전부 무죄 확정했다.
차 최고위원과 이 전 비서관, 이 위원장은 자신들의 기소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한 보복이 포함된 노골적인 정치적 기소’였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당시 송강 임세진 검사는 모든 법 기술을 부렸다. 윤석열이 미리 정해준 결론에 충실히 복무했다”며 “우리 세 사람이 4년 반 동안 모진 고초를 겪고 공무원으로서의 명예도 심각하게 실추됐는데, (대법원 무죄 확정 이후) 수사팀은 성찰은커녕 사과 한마디 없었고, 송강 임세진 검사는 영전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윤석열 내란세력의 난동을 딛고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인사가 맞나 의문이 든다”며 “송강 임세진 검사에 대한 영전은 다른 악질적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로 기능할 수 있다”고 검찰 간부 인사 재고를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조국혁신당과 민주당 사이에 일부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은정 혁신당 의원은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차관 인선에 “법무부 차관이 실무적으로 검찰국장을 통솔하여 검찰인사를 할 것이고, 친윤 검찰이 다시 검찰을 장악할 것”이라며 “정치검찰 해체 없이 제도 개혁만으로 개혁은 이뤄지지 않는다. 그 말이 맞다면 개혁 입법만 추진하면 법무부 장관에 한동훈을, 검찰총장에 다시 내란수괴 윤석열을 써도 개혁이 된다는 말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당대표 출마를 준비 중인 박찬대 전 원내대표가 SNS를 통해 “우국충정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해도 사실관계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건전한 비판이 아니다”라며 “검찰개혁은 ‘특정 계파 검사’가 주도하는 게 아니다. 대통령과 국회가 국민의 뜻을 받들어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우려하시는 일 없도록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확실히 완수하겠다”며 “집권 초기 대통령 인사에 대해 도를 넘는 비난은 국정운영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음을 충분히 감안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처음에 내란 특검으로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을 임명했을 때 ‘특수통이라 믿을 수 없다’ 비판 목소리가 많았다. 그런데 조 특검이 속전속결로 수사를 진행하니까 우려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정부에서 차관 인선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었느냐”며 “공직자는 결국 대통령과 정부의 국정방향을 따라가는 사람들이다. 심우정 검찰총장을 포함해 이재명 정부 밑에서 일하지 못하겠다는 검찰들은 사표를 썼다. 남은 이들은 이 대통령의 국정방향에 따르겠다는 의미다. 능력과 전문성이 있다면 쓰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검찰개혁의 키를 쥐게 될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을 지명한 것이 이러한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이재명 대통령도 7월 3일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검찰 인사 논란에 대해 “직업공무원은 선출된 권력의 의사에 따를 수밖에 없다. 임기가 있는 선출직이나 공직자와는 다르다”며 “내가 아무 때나 바꾸면 된다. 대통령이 결단할 사안, 국회가 입법할 사안이어서 개별 인사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임기 2년이 보장된 검찰총장직은 후임 선정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총장 자리는 심우정 총장이 취임 9개월 만에 퇴임하며 공석이 됐다. 앞서 윤 전 대통령도 취임 후 이원석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까지 4개월 넘게 고심을 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