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10일 정청래 의원(4선·서울 마포을)과 박찬대 의원(3선·인천 연수갑)이 민주당 당대표 선거 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번 당대표 임기는 2026년 8월 1일까지다. 선거 규칙은 대의원 15%, 권리당원 55%,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 등을 반영하기로 정해졌다. 신임 당대표는 이재명 정부 초반부를 지원하고, 2026년 6월 3일 예정된 지방선거를 지휘해야 한다.
약 120만 명(2024년 전당대회 기준)의 권리당원 표심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동안 민주당계 정당은 권리당원 영향력을 강화했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의 한국 정당 최초 온라인 입당 정책 도입을 기점으로 당원 수가 급증했다. 이때 외곽 조직에 머물렀던 정치인 팬덤이 당 내부로 유입됐다. 이 대통령도 유입된 팬덤을 통해 당내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관련기사 ‘찐 찐명’은 누구? ‘정청래 vs 박찬대’ 막 오른 민주당 당권 레이스).
복수의 민주당 의원은 당 주도권이 권리당원들에게 있다고 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과거에는) 권리당원 자체 수가 너무 적었다. 그래서 대의원 표의 등가성도 지금보다 훨씬 컸다. 그리고 당원이 적으니 지역위원장이나 국회의원들의 (표 동원이) 가능했다”며 “지금은 (권리당원 수가) 100만 명이 넘는다. 그 정도 표심은 (의원이) 움직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권리당원 정도 되면 전략적 투표를 하고, 국회의원 머리에 있다”고 덧붙였다.
두 후보는 선명성을 부각하며 권리당원 표심 잡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 후보는 7월 10일 유튜브를 통한 온라인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검찰·사법·언론 3대 개혁 TF 즉시 가동 △12·3 불법 계엄 및 내란행위 조사 특위 설치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 상향 △당원주권위원회 신설 등을 약속했다. 정 의원은 “때로는 법제사법위원장처럼 통쾌하게, 때로는 탄핵소추단장처럼 진중하게 일하겠다”며 ‘당대표’의 면모를 부각했다.
박 후보는 같은 날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사법언론 3대 개혁 완수 △내란종식특별법 통과 △지방선거기획단 즉시 출범 △지역균형발전 실현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박 후보는 “이미 이재명 대통령, 김민석 총리와는 민주당 지도부로 호흡을 맞춰 왔다. 이제 서로가 눈빛만 봐도 오른발을 내디딜지, 왼발을 내디딜지 알고 있다”며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경험을 강조했다.

정 후보보다 8일 늦게 출마를 선언한 박 후보도 호남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박 후보는 7월 5일부터 ‘호남 일주일 살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박 후보는 “지난 대선 총괄상임선대위원장 시절 취약지역을 맡아 유세하느라 호남을 자주 찾지 못했다. 그 마음의 빚을 일주일간 호남에서 먹고 자고, 걸으며, 직접 갚겠다”고 했다.
현재 권리당원 표심은 정 후보에게 기울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7월 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에서 정 후보(47.7%)가 박 후보(37.7%)를 10%포인트(p)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7월 10일 발표된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에서는 진보층 47.2%가 정 후보를, 37%가 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당 안팎에서 정 후보가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 것도 이런 판세와 무관하지 않다. 두 후보 모두 강성 친명이라는 점에서 차이점을 부각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슈몰이도 쉽지 않다.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정국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가 끝나면 곧바로 충청권(7월 19일)을 시작으로 경선이 진행된다. 박 후보에게 시간이 부족한 셈이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아직은 결론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고개를 들었다. 호남권 한 초선 의원은 “호남 여론이 처음에는 정청래 의원이 강했다. 왜냐하면 대선 때 광주·전남 (골목골목 선대위) 본부장을 했다”며 “반면 박찬대 후보는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었을 때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지금은 박찬대 후보가 나오면서 균형이 맞춰져 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명심은 어디에
박 후보는 ‘명심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박 후보는 20대 대선 수석대변인, 계양을 보궐선거 비서실장, 이재명 지도부 최고위원, 원내대표, 당대표 권한대행, 21대 대선 총괄상임선대위원장 등 4년 넘게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경험을 부각하고 있다.
7월 9일에는 이 대통령이 쓰던 의원회관 818호 사무실을 물려받았다고 밝혔다. 818호는 이 대통령이 약 4년 동안 쓰던 사무실이다. 7월 11일에는 윤여준 전 장관이 후원회장으로 합류했다. 그동안 박 후보 후원회장은 이 대통령이었다. 박 후보는 “대통령이 되신 이재명 후원회장을 대신해 후원회장을 맡아주실 대표적인 분으로 윤여준 전 장관님께 부탁을 드렸는데 흔쾌히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권리당원들이 이러한 움직임을 보고 ‘명심’이 박 후보에게 있다고 판단할 경우 판세는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전례도 있다. 2024년 8·18 전당대회 때 김민석 총리는 경선 초반 중위권에 머물렀다. 그러다 이 대통령이 “왜 이렇게 (김민석의) 표가 안 나오느냐”고 말하자 곧바로 선두로 치고 올라와 수석최고위원에 선출됐다. ‘명심’이 곧 ‘당심’이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이 같은 박 후보 측 움직임에 대해 정 후보 측에서는 불만스러워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정 후보 지지 의원이) 40여 명이 넘는다. 겉으로 표명하지 않았다. (지지 표명은)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818호 입주는 원내대표 본인이 결정하는 거다. 본인이 셀프 배정해 놓고 무슨 명심인가”라며 “(윤여준 전 장관은) 합류는 아니고 후원회장을 해주는 것이다. 그 이상 이하도 없다”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명심’은 두 사람 모두에게 있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이재명) 2기 지도부 때는 정청래 후보가 법사위원장인데도 비공개 최고위에 제법 왔다. 당대표가 오라고 해서다”며 “(두 사람은) 상당히 가깝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은 “두 분 다 훌륭한데, (정 후보가) 지금 시기에는 더 낫지 않겠느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측의 미묘한 파열음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형배 의원은 7월 7일 CPBC 라디오 ‘김준일의 뉴스공감’에서 “이렇게 두 분이 세게 부딪히면 나중에 주류하고 비주류로 나뉘면 어떻게 되지”라며 “(친명) 분화까지는 아닐지 모르지만, 내부에 적잖은 감정의 골 같은 게 생길 수 있고, 그게 어떻게 표출될지 어떻게 알겠나. 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단 양측은 갈등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두 후보는 ‘네거티브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7월 11일에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명심을 업어 급부상 중인 박찬대 의원이 내란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정적 제거를 제도화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리 정치 선언”이라고 하자 정 후보는 “귀당 일이나 신경 쓰라”고 맞받았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