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기부는 SKT 해킹 사태에서 SKT 측의 과실이 있기 때문에 위약금 면제 규정(이용약관 제43조)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과기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SKT 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은 지난 7월 4일 SKT가 △계정정보 관리 부실 △과거 침해사고 대응 미흡 △주요 정보 암호화 조치 미흡 등의 문제를 드러낸 것이 사고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과기부는 SKT가 침해사고 신고 지연 및 미신고를 했고, 자료보전 명령을 위반하는 등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 직후 SKT는 긴급 이사회 등을 열고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해킹이 파악된 4월 19일부터 7월 14일까지 해지하는 가입자에게 위약금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해외 체류, 군 복무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면 면제 기간을 연장해준다. 7월 15일 이후 가입을 유지하는 고객들에게는 △8월 한 달 통신 요금 50% 할인 △8~12월간 추가 데이터 50GB 제공 △T 멤버십 할인 프로모션 등 감사 패키지를 진행한다. 전사 정보보호역량 강화차원에서 SK브로드밴드를 포함해 향후 5년간 7000억 원 규모의 투자도 시행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SKT 보상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참여연대는 지난 7월 4일 논평을 내고 “임의로 위약금 면제 신청 기한을 열흘로 제한하고, 매월 데이터가 남아도는 가입자들에게 매월 50GB의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하겠다는 실효성 없는 대책을 냈으며 결합상품으로 인한 위약금 보상에 대한 언급은 찾을 수도 없다”며 “SKT가 해야 하는 것은 당장의 금전적인 손해를 아끼기 위해 생색내기 대책을 반복하다가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동통신 1위 사업자로서 무너진 신뢰와 기업 이미지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도 7월 9일 논평을 통해 “통신비의 50% 할인은 이번 사태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합당한 보상으로 볼 수 없고, 위약금 면제 기간을 7월 14일 이전으로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며 “피해자 개개인의 상황과 피해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정해진 일방적 보상안이며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에 따른 파장을 우려하여 급히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해킹 사태 여파로 SKT의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은 40%대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기부의 ‘무선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2025년 4월말 기준 SKT 가입자 수는 2292만 4260명으로 전체 가입자(5719만 3079명) 중 비율이 40.08%다. 2023년 12월(2298만 1548명) 이후 처음으로 2300만 명대 밑으로 떨어졌다.
SKT는 유심 교체 문제를 해소하라는 과기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5월 5일부터 6월 23일까지 신규 영업을 중단했다. SKT가 고객 유치를 하지 못한 동안 많은 이탈자가 발생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5월에는 44만 490명, 6월에는 20만 7847명의 SKT 가입자들이 다른 통신사로 이동했다. 지난 1~3월간 월 평균 이탈자 수의 최소 두 배 이상 수준이다.
위약금 면제가 발표되자 SKT 이탈 고객이 추가로 생기고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7월 5일부터 10일까지 누적 이탈자는 7만 5214명으로 하루에 1만 명이 넘는 SKT 이용자가 타 통신사로 이동했다. 같은 기간 순감 규모는 2만 8566명이다.
한편에서는 대규모 이탈 현상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홍기성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 고문은 “휴대전화 약정을 2년으로 설정하는 반면, 인터넷 약정은 보통 3년으로 가입하기 때문에 약정 만기가 엇박자 나는 경우가 있는데, 결합 상품 문제로 인해 해지하기가 어려운 고객들이 있다”며 “제약이 없는 경우 진작 해지한 반면, 다른 약정이 남아 있는 고객들은 실익을 따지면서 탈퇴 여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개로 오는 7월 22일부터 단통법(단말기 지원금을 규제하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폐지되기 때문에 가입자 유치 경쟁이 재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뢰도에 흠집이 난 SKT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경쟁이 될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7월 9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이번 SKT의 가입자 이탈 규모는 단기간 마케팅 지출로는 회복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라며 “대규모 일회성 비용과 정보보안 혁신방안, 주주환원 강화정책, AI 투자 등 자금소요를 감안하면 2025년에는 SK텔레콤의 마케팅 지출여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내다봤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도 “정부가 제출을 요구한 서버 데이터를 삭제하고 신고를 지연하는 등 해킹 발생 이후 적절치 못한 대응에 분노했기 때문에 SKT 이탈자가 많이 발생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동안 무선통신 시장이 안정됐지만 SKT 해킹 사태, 단통법 폐지 등 시장에 변화를 줄 요소들이 다수 발생해 당분간 시장을 예측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SKT 관계자는 “열흘 정도면 고객들 입장에서 충분히 심사숙고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보상안과 관련해서 반발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이번 사태 이후 금융사고 등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점도 감안해주셨으면 한다”며 “단기적인 실적 리스크를 무릅쓰고 혜택 제공과 더불어 7000억 원 규모 정보보호 강화 대책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