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는 ‘이진숙 체제’ 이전에도 갈등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기구다. 방통위는 대통령 직속 여야 합의제 기구로 이명박 정부 때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통합되며 출범했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대통령 몫 2명, 국회가 추천한 3명(여당 1명·야당 2명) 등 총 5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되며 현행법에 따라 위원회 회의를 열고 공영방송 이사 선임, 방송 심사·재허가 등을 진행한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공영방송 이사진과 사장 교체 문제를 둘러싸고 방통위를 중심으로 진영 갈등이 벌어졌다. 위원회 회의의 안건은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되는데 위원 구성상 여당이 다수를 점하면 여권 주도의 의사결정이 가능한 구조다. 공영방송을 정부로부터 독립시키자는 취지로 더불어민주당이 제21대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됐다.
지난 7일 국회 과방위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방송3법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현재 11명인 KBS 이사 수를 15명으로, 9명인 방송문화진흥회(MBC·방문진) 및 EBS 이사 수를 13명으로 각각 늘리고 추천 주체를 다양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공영방송과 보도전문채널에 ‘보도책임자 임명 동의제’를 명시하기도 했다.
과거 YTN 기자로 일하며 공정방송 투쟁(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에 나섰다가 2008년 해직된 이력이 있는 국회 과방위 소속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일요신문i’와 만나 “방송이 정치적 독립성을 실현하기 위해선 권력이 방송에 미치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대통령 지시 발언’ 후 국무회의에서 배제되고, 고발도 당했다.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겉만 보면 ‘이전 정부 참석자라고 해서 배척하는 게 아닌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이전 정부 인사를 향한 법적인 조치들이 누군가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의심할 수 있다. 다만 이 건은 자업자득이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취임 이래 (5인 체제인) 방통위를 2인 체제 구조로 하고 MBC·KBS 이사회를 교체하려고 했다. 큰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이 방통위원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에 반한다고 본다. 경찰 수사를 받는 것은 본인의 그런 허물 때문이지, 정권 차원의 또는 국회 차원의 압력 행사는 아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방송3법과 유사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번 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위해 야당과 어떤 타협점이 필요할지.
“방송3법 개정안의 취지는 방송을 권력으로부터 떼어내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과거엔 정권 교체 전엔 바꾸자 했다가, 정권 잡으면 입장을 바꾸는 일이 반복돼 왔다.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 유세 기간에도 개정안 통과를 위해 계속 회의를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안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현상 유지가 입장’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런 상황에서 타협 논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방통위 개편이 담긴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놓쳐선 안 될 근본 가치가 있다면.
“핵심은 보도 기능을 하는 민간 방송사를 포함해 방송이 공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1차적으로는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는 것이고, 보도 기능이 있는 민간 방송도 일정한 규율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영방송 이사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해 구성돼야 하고, 보도책임자 임명 시 구성원 동의를 받도록 해 보도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방송3법이 입법되면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사장 선출, 보도책임자 임명 동의제 등이 의무화된다. 그리고 공영방송뿐 아니라 민간 방송까지 아우르는 정책 조정 기능을 수행할 방통위도 개편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위한 논의는 정부 차원에서 진행 중이다.”

“제도 자체보다는 그 제도를 운용하는 권력의 문제가 크다고 본다. 방통위는 대통령과 여야가 추천한 인사들이 함께 구성하는 합의제 기구로 본래는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장치였다. 하지만 권력은 공영방송을 규제하고 장악하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 제가 2008년 (YTN에서) 해직을 당했는데 당시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개입된 낙하산 (인사) 사태가 있었다. 낙하산 인사 개입, 방송사 사장 및 이사진 교체를 통한 보도 장악 등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 왔다.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는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운영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고, 이 체제 아래에서 YTN 매각, KBS·MBC 이사 교체가 단행됐다.”
—방통위 개편안 중 ‘미디어콘텐츠부 신설’이나 ‘공공미디어위원회 분리’ 등 진흥과 규제 기능을 이원화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효과적이라고 보는가, 아니면 우려가 있다고 보는가.
“이 사안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올 수 있지만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진 건 아니다. 공론화가 부족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기구의 형태에 대한 논의는 기구의 내용(역할)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고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나 싶다.”
—방통위뿐 아니라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정치적 독립을 실현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정치적 독립 훼손의 대표적인 사례로 KBS 사장 교체 등이 있지 않나. 권력을 향해서 (공영방송 사장) 교체 욕심을 버리라고 하는 건 맞는 말이지만 (권력을 잡은 집단이) 말을 안 들을 수 있다. 욕심을 버리지 못해도 실행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이 훼손되는 구조적 원인은 ‘방통위→이사회→사장→대통령 임명’으로 이어지는 인사 구조에 있다. 겉으로는 이사회가 사장을 선출하지만 실제로는 방통위가 이사를 구성하고, 방통위원(5인)은 여당이 3 대 2로 우위를 점하니 정권이 통제할 수 있는 구조다.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를 뽑지 않게 해야 한다. 방송이라는 특수성을 비춰볼 때 방통위는 행정기관으로써 공영방송 사장 교체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공영방송 이사진을 누가 뽑을지 대안이 필요한데 이번 방송3법에 국회, 시청자위원회, 미디어학계 등 국회 교섭단체나 시민단체에서 다양한 주체가 이사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가자는 내용이 담겼다.”

“방송뿐 아니라 언론 전반으로 확장해서 공적 보도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1대 국회에서 실패한 언론중재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의 핵심은 ‘악의적 오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언론을 통제하려는 게 아니라 언론이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저버렸을 때 제재하자는 취지다. 여기서 말하는 오보는 단순 실수가 아니라 사실을 알고도 왜곡·조작한 보도를 뜻한다. 악의적 오보는 공적 여론을 왜곡하고 공동체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명확히 입증된 경우에 한해 제재가 필요하다. 이는 언론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오히려 기자들을 보호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외압에 의한 악의적 보도를 방지하고 책임을 묻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입법의 핵심이다.”
—방송3법뿐 아니라 방송사 내부 자율성과 저항력을 가질 수 있는 조직의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나.
“원론적으로만 말씀드릴 수 있다. 보도 기능을 가진 방송사에서는 보도와 경영의 분리, 사내 민주주의 보장이 핵심이다. 정치권의 개입을 차단하는 지배구조 개편이 이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며 방송3법 개정안에도 이런 방향을 담았다. 정치가 방송사 내부를 쥐고 흔들 수 없는 구조를 만들면 (방송) 경영 체제에서 사내 민주주의가 보장되고 경영은 (보도와) 분리되는 등의 운영이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