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청래 대표는 8월 5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직무대행,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등을 차례로 예방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및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만나지 않았다.
정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줄곧 국민의힘을 ‘내란세력’으로 규정하며 협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 정당해산심판 청구법’를 대표 발의했다. 정 대표는 “내란세력 척결은 헌법 수호의지를 분명히 하는 메시지”라며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정치세력에 합당한 정치적 평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선 수락연설에서도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이며, 여야 개념이 아니다”라며 “내란에 대해 사과와 반성이 먼저 있지 않는다면 그들과 악수하지 않겠다”고 강경 노선을 재확인했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8월 5일 KBS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원내대표 간에도 새로 선출되면 그 전에 있었던 원내대표를 찾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라며 “그것을 다 무시하겠다는 것은 포용과 공존이라는 생각이 정 대표의 머리에 없는 것 아닌가”라고 걱정했다.
이어 “우리 당을 내란 세력이라고 규정하고 계속 내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지금처럼 독단적이고 오만에 찬 행위가 이재명 정권의 안정적인 운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를 뒷받침할 법안 처리도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방송3법’ 중 하나인 방송법 개정안이 8월 5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재석의원 180명 중 찬성 178명, 반대 2명으로 가결됐다. 정청래 대표 체제에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1호 법안’이다.
필리버스터를 하며 반대 입장을 내비친 국민의힘은 결국 표결이 이뤄지자 반발해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방송3법 중 하나인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처리했다”며 “진정으로 공영방송의 독립을 원한다면 정권과 다수당의 입맛이 아닌 여야의 합의로 출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언론 장악을 위해 위헌적 요소가 있는 법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방송법 개정안은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다. 이사회를 확대하고, 추천 경로를 외부로 개방하는 내용이다. KBS의 경우 사장 후보를 국민 100명 이상이 추천하고, 윤석열 정부 인사가 과반인 현 이사진을 3개월 안에 모두 교체하도록 했다.
또한 보도전문채널 YTN과 연합뉴스TV가 대표 및 보도 책임자를 법 시행 후 3개월 이내 임명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YTN은 현재 유진그룹이 최대주주다. 민간방송 대표를 법으로 강제 교체하면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과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정 대표는 8월 6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국회 차원에서 내란 동조 의원을 징계하려면 윤리특위가 작동해야 하는데, 여야 동수로 구성되면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질문에 “일단 6 대 6 동수 구성안 통과시키지 않는 걸로 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윤리특위 구성 규칙안을 보니 예전엔 위원장 제외하고 (여야) 동수여서 위원장이 있으면 7 대 6이 됐다. 그런데 그 규칙이 언제부턴가 삭제됐다고 한다”며 “이건 곤란하다, 원내대표도 본회의 상정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 해서 상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윤리특위 구성안은 지난 8월 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지만 민주당의 요구로 미뤄졌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윤리특위 구성은 이미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사안이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층에 여론이 안 좋으니 정청래 대표가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했다”며 “제1 야당을 만나지도 않고 협치 안 하겠다고 하는 건 결국 정 대표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여권 내에서도 정 대표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권 한 관계자는 “정청래 대표는 강성 이미지로 지지자들 마음을 얻어 당대표가 됐다. 취임 초기 국민의힘에 인사를 안 가고, 악수 안 한다고 말하고, 내란 정당 해산 시키겠다 말하며 민주당 지지층에 시원한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싶은 것 같다”며 “그런데 중도층은 정 대표의 이런 모습에 박수를 쳐주겠느냐. 중도층은 여야가 싸우는 걸 싫어한다. 이재명 대통령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청래 대표가 이재명 정부와 엇박자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재명 정부는 ‘협치’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정 대표는 강경론을 펴며 여야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전대가 끝났지만 친명계 일부에서 정 대표에 대한 비토 기류가 감지되는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정 대표가 선명성 강조 행보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우려도 뒤를 잇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8월 4~6일 사흘간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여론조사를 보면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가 65%를 나타냈다. 부정평가는 24%에 그쳤다. 특히 ‘정당지지도’에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주 전 조사 대비 1%포인트(p) 오른 44%를 기록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 조사 대비 1%p 하락해 16%까지 떨어졌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인 6월 2주차 23%로 시작해 하락을 지속, 한 달 만에 19%를 기록하며 20%선이 붕괴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반등에 실패하며 이번 조사에서 16%로 역대 최저치를 또 다시 경신했다(각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각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정 대표의 강경 태도에도 정당 지지율이 흔들리지 않는 건 당심과 민심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방증이다. 국민들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씨의 특검 수사를 전부 지켜보고 있지 않나. 하루 빨리 내란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라고 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물론 민주당이 잘하고 있다기보다 국민의힘이 못하는 면도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또 다시 윤석열 세력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가면 국민의힘은 결국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침몰할 것이다. 민주당은 정청래 체제가 들어선 만큼 이재명 정부와 함께 방향을 정비해 국민들을 위한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