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전 사령관 맞고소전 상대인 박 아무개 전 정보사 여단장(준장)에 대해선 다른 판단이 내려졌다. 군검찰은 박 전 여단장을 업무상 배임, 항명, 상관모욕 혐의 등으로 공소를 제기했다. 박 전 여단장은 군사법원서 정보사 수뇌부 갈등과 관련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문 전 사령관과 박 전 여단장 갈등으로 촉발된 맞고소전 1라운드 성적표가 극명하게 갈린 셈이다. 군검찰이 문 전 사령관 손을 들어준 모양새다.
전직 정보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외부적으로도 핫이슈로 떠오르며 정보사 위상을 떨어뜨린 사건”이라면서 “문 전 사령관만 사건 책임을 빗겨간 것과 관련해 상당히 의아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여단장은 정보사 수뇌부 갈등 이후 야전부대로 전출됐다. 박 전 여단장은 12·3 비상계엄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 계엄 주요 관계자들의 정보사 장악 시도와 관련해 여러 차례 증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 전 여단장을 ‘내란 극복 유공자’로 국방부에 추천했다.
박 전 여단장은 정보사 수뇌부 갈등이 불거지기 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언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노 전 사령관이 휴민트 지휘 권한이 있는 박 전 여단장을 계엄 준비 그룹에 포함시킬 수 있을지 여부를 떠봤을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문 전 사령관과 박 전 여단장 사이 갈등은 단순한 충돌이 아니었다는 평가다. 전현직 정보사 관계자에 따르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사령관 등은 박 전 여단장이 보직을 지키고 있을 경우 ‘계엄 선포 이후 정보사 동원’이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진다(관련기사 [단독] HID 지휘 체계 무력화…정보사 비상계엄 사전준비 정황들).

비상계엄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됐다는 의혹 중심에 서 있는 정보사 수뇌부 갈등 사건과 관련해 군검찰은 문 전 사령관 손을 들어줬다. 전직 정보사 관계자는 “업무상 배임과 관련해선 군검찰의 ‘첩보 실무 이해도’ 부족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항명과 상관모욕의 경우엔 문 전 사령관의 계급상 우위가 공소 제기 주요 근거가 됐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계엄군이 내란 극복 유공자를 이겼다”고 덧붙였다.
군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박 전 여단장은 민간단체인 군사정보발전연구소에 사무실을 무단으로 사용하게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와 관련 문 전 사령관이 박 전 여단장에게 사무실 원상회복을 명령했을 당시, 박 전 여단장이 이를 거부하며 “마음대로 하시라”고 말한 것을 놓고 항명 혐의를 적용했다.
2024년 6월 박 전 여단장은 문 전 사령관에게 (군사정보발전연구소가) 사무실 사용을 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문 전 사령관은 “승인할 수 없다”고 했다. 박 전 여단장은 “(공작) 비전문가가 지휘를 하니까 간섭하는 것”이라면서 “독단적인 결정”이라고 맞받아쳤다. 군검찰은 해당 발언을 상관모욕이라고 봤다(관련기사 [단독] ‘광개토 사업’ 적임 민간단체 비토 탓? 정보사 수뇌부 갈등 시발점 추적).

박 전 여단장은 “(제보한 사람이) 누군지 알려주면, 제가 설명하겠다”고 했다. 문 전 사령관은 “(제보자가 누군지) 알려줄 수 없다”고 했고, 박 전 여단장은 “그럼 그 외부인에게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라고 하라”고 했다. 박 전 여단장은 문 전 사령관을 향해 “공작의 특성을 모르는 상태에서 사령부 법무실 검토도 완전하고 정확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그런 법무 검토 때문에 3년 동안 수사와 재판을 받았는데, 결국 1심 무죄로 종결됐다”고 말했다.
2024년 6월 7일 문 전 사령관은 박 전 여단장을 향해 “(군사정보발전연구소를 광개토사업에서) 무조건 빼라”고 지시했고, 박 전 여단장은 “못 뺍니다. 지금 어떻게 뺍니까”라면서 “기획사업 자체가 불가합니다”라고 맞섰다. 박 전 여단장은 “이런 식으로 비전문가인 사령관이 개입을 하니까 공작이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문 전 사령관은 결재판을 박 전 여단장을 향해 던지면서 “보고를 안 받겠다”면서 “나가라”고 했다.
박 전 여단장은 “왜 결재판을 던집니까”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누가 요새 이런 식으로 결재판을 던지느냐. 소령, 중령한테도 요새 결재판 던지는 사람이 없다. 저도 장군이다. 분명 결재판 던지는 행위는 사령관님이 잘못하시는 것”이라고 했다. 박 전 여단장은 문 전 사령관이 결재판을 던진 것과 관련해 폭행 혐의 고소를 진행했다. 문 전 사령관이 고소한 항명, 상관모욕, 업무상 배임 등 혐의에 대해 박 전 여단장 측은 무고 고소로 대응했다.
군사정보발전연구소 관계자는 “우리는 사무실을 쓴 적이 없다”면서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터지고 우리가 어떤 문제 조직처럼 비춰지는 상황이 상당히 난감한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군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은 정보사 수뇌부 갈등을 상당히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였다. 신 전 장관은 문 전 사령관과 박 전 여단장 중재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신 전 장관이 두 사람에게 맞고소 취하를 제안했지만, 문 전 사령관이 응하지 않았다”면서 “문 전 사령관이 고소 취하에 불응한 뒤 돌연 국방부 장관이 김용현 전 장관으로 교체됐고, 김 전 장관이 문 전 사령관을 전격 유임했다”고 했다.
또 다른 전직 군 관계자는 “사건의 맥락을 들여다보면, 정보사 수뇌부 갈등은 내란 특검에서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라면서 “독립적인 사안으로 군검찰이 수사를 하고 재판까지 끝나게 되면, 계엄 준비 과정 군 내부의 유의미한 움직임을 놓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박 전 여단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전출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계엄을 앞두고 소집했던 ‘햄버거 회동’도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한국 근현대사 각종 풍파에서도 정치적 사안엔 일절 개입하지 않았던 정보사의 불문율이 깨진 시작점엔 정보사 수뇌부 갈등이 있다”고 바라봤다.
군 안팎에선 군검찰이 1년 넘게 표류하던 사건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린 시점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장성 인사 시즌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박 여단장에 대한 기소 결정이 내려진 까닭이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