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중국은 석유화학의 핵심 제품인 에틸렌 상당 부분을 한국에서 수입했다. 에틸렌은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해 생산된다. 중국은 2010년대 중반부터 공격적인 NCC 투자에 나서 2020년부터 에틸렌 자급 비율을 크게 높였다. 2022년부터 값싼 러시아산 원유와 나프타(에틸렌의 원료)를 수입하면서 중국 업체들은 원가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한국의 석유화학 수출 물량 가운데 중국 비중은 2017년 44.32%에서 2024년 6월 33.32%까지 줄었다.
여천NCC는 2022년부터 매출액보다 매출원가가 더 높아졌다. 제품을 팔수록 손실이 커진다. 판매관리비까지 더해지면서 적자가 계속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동기보다 매출이 줄었지만 매출원가가 더 높아지며 매출총손실이 3배 이상 커졌다. HD현대케미칼도 올 상반기 매출원가가 매출액을 넘어서며 적자의 늪에 빠져들었다.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제품 가격이 높아지거나 원재료비 부담이 낮아져야 한다. 러-우 전쟁이 끝나 러시아산 원유가 국제시장에 풀리면 중국과 인도 등 일부 국가만 누리던 저가 혜택을 우리나라도 누리게 된다. 원가 부담이 낮아지면 매출 이익이 개선돼 흑자전환 가능성이 높아진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8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석유화학산업을 주제로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주요 10개 석유화학 기업이 사업재편 협약을 체결해, 최대 370만t(톤) 규모의 설비(NCC) 감축을 목표로 연말까지 구체적 계획을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8월 21일에는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을 불러 ‘석유화학 사업재편 간담회’를 열고 기존 여신을 유지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 자금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는 20일 회의에서 “글로벌 공급과잉이 예고됐지만, 국내 업계는 과거 호황에 취해 오히려 설비를 증설했고 고부가 전환까지 실기하며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위기 극복의 해답은 과잉설비 감축과 근본적 경쟁력 제고”라고 꼬집었다.
정부까지 나섰지만 구조조정이 얼마나 원활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신속하고 공격적인 경영판단이 필요한데 NCC 업체는 합작 형태가 많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5 대 5로, HD현대케미칼은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6 대 4로 합작했다. 부실화 책임이나 새로운 경영전략 수립을 두고 이견이 클 수 있다.
여천NCC의 두 주주사는 1999년 합작사 설립 이후 모두 4조 4300억 원의 배당을 가져갔다. 여천NCC에 대한 유상증자도 지난 3월 결정한 2000억 원이 유일하다. 구조조정과 고부가 제품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NCC 기업은 대부분 재계 상위권의 대기업 계열사다. 금융권 지원에 앞서 대주주 책임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