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승진한 이들이라고 해서 즐거운 분위기도 아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추석 연휴 전 검찰 폐지법을 처리하겠다고 사실상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승진자들도 “어차피 곧 문 닫을 조직에서 승진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다들 씁쓸해 한다는 후문이다.

최근 이뤄진 검찰 중간간부 인사 이후 사의 표명이 줄을 잇고 있다. 김종현 대검찰청 공공수사기획관(사법연수원 33기)은 8월 22일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기획관은 과거 수원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재직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을 수사한 바 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했던 검사들도 잇달아 사의를 표명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을 이끌어온 이지형 부산지검 2차장(33기)과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김승호 중앙지검 형사1부장(33기)은 각각 대전고검 검사, 부산고검 검사로 발령 난 뒤 사의를 표명했다. 제주지검 형사1부장으로 발령 난 김정훈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36기), 안동지청장으로 발령 난 이재만 대검 노동수사지원과장(36기)도 검찰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과거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과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한국복합물류 취업청탁 의혹 사건 수사를 이끌었던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사법연수원 33기)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를 올렸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 대해 대체로 ‘실력이나 평판을 중시한 무난한 인사’라는 평이 나오지만, 검찰 내에서는 이번 인사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이가 없는 분위기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인사 이후 승진한 후배들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의 뜻을 전했지만 누구 하나 즐거워하기보다는 ‘어차피 사라질 검찰 조직에서 승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응하더라”며 “다들 검찰 내에 더 머무르면서 인정받기 위해 일해야 할 동력을 상실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판사 될래요” 번쩍 손 들고 지원한 검사들
이런 분위기는 올해 판사가 되기 위해 지원한 검사 규모가 2013년 경력 법관 임용(일정 기간 법조 경력을 쌓은 검사·변호사를 판사로 뽑는 방식) 도입 이래 가장 많은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대법원은 8월 25일 올해 법관 임용 대상자 153명 명단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검사가 32명(20.9%)에 달한다. 지난해 검사 출신 판사가 임용된 규모가 14명인 것을 감안할 때 2.5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특히 ‘수사 권한’을 뺏기는 것에 대한 반발이 검사들의 이탈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검찰 내 해외 유학 지원율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간부급 검사는 “검사들 입장에서는 중수청으로 가면 수사관 신분이 되는 셈이고 공소청에 가면 공소 유지만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불안한 이들이 먼저 조직을 떠나거나 해외 유학으로 시간을 벌고자 하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검찰청 폐지 및 공소청, 중수청 신설 법안이 나오고 나면 다들 어떤 선택을 할지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에 ‘법조계’ 공백기 우려
문제는 조직 해체가 가시화된 검찰 내부의 ‘일할 동력 상실’이다. 검찰의 경찰에 대한 견제가 줄어드는 점이나,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점에 대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상황이다.
정성호 장관은 8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지금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수사의 최종 책임자가 누구냐’는 것”이라며 “최종으로 누가 책임질 것인지 책임의 소재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보완 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검찰이 할 수 있는데, (과거와 달리) 핑퐁처럼 (검찰과 경찰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두 배 이상 늘었다”며 경찰 등 1차 수사기관에 대한 사법 통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무부와 검찰 내에서 정성호 장관에 대한 평이 좋은데 그건 어떤 의미로 검찰의 역할이나 필요한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검찰청이라는 이름을 남길 것인지, 아니면 보완수사권까지도 일부 확보할 것인지가 검찰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