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간단한 구조라는 ‘전세금 반환 소송’이 2024년 1월 시작됐는데 1심 선고가 나오기까지 6개월이 넘게 걸렸다. 집주인이 항소하면서 2심 재판이 열리기까지 6개월이 걸리는 등 2심 재판에서 박 씨 승소 판결이 나오기까지 무려 1년 넘게 소요됐다. 그렇게 2심에서 승소한 시점은 지난 6월이었다.
집주인이 상고하지 않아 “집주인은 전세금과 이자 비용을 돌려주고 변호사 비용도 모두 부담하라”는 1심과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지만 아직도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정문이 나오면 이를 토대로 변호사 비용 등을 다시 법원으로부터 확정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만 6개월 이상 걸린다.

2023년 11월 보이스피싱 형량이 1년 이상 징역으로 강화돼 그동안 단독 재판부에서 처리해 왔던 보이스피싱 사건들이 대거 형사합의부로 배당되기 시작하면서 형사합의부에 ‘과부하’가 걸렸다. 3대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해병대원 특검)의 기소가 본격화되면 이를 전담해야 할 재판부들도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사법개혁’에 법원 ‘재판 장기화 해결 좀’
법원의 재판 지연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2023년 전국 민사 합의부 사건은 1심 선고까지 평균 약 473일이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5년 전인 2018년과 비교하면 175일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단독사건 역시 평균 132.1일, 소액사건의 경우 평균 133.6일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고 고법만 323.8일로 2022년(332.7일)에 비해 조금 줄었다. 단독사건의 2심에 해당하는 지법 항소심 사건은 329.4일로 전년(324.2일) 대비 5.2일 늘었다.
형사 사건도 비슷하다. 서울중앙지법의 형사합의 재판부에 사건이 포화 상태다. 2024년에는 1574건의 사건이 접수됐는데, 이는 2023년에 비해 28% 증가한 수치다. 게다가 마약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마약 사건과 보이스피싱 사건은 범단(범죄단체)으로 기소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범단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게 다반사다. 때문에 1~2명의 단순 투약을 처벌할 때와 달리 공판이 길어지고 확인해야 할 것도 많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중심 사법개혁 특별위원회’(사개특위)를 공식 출범시키고 대법관 수 30명 증원 등을 개혁 방안으로 내걸고 있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재판 장기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선 박 씨 사건을 맡았던 A 변호사는 “아주 간단한 ‘전세금 반환 소송’ 조차 실제로 돈을 받는 데까지 짧아도 1년(1심 확정 시), 길면 3년(대법원 확정 시) 이상 시간이 걸리는 게 작금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특검 사건 쏟아지면 형사 재판부 부담은 급증
특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재판부는 벌써 3대 특검 수사를 우려하고 있다. 정치 사건의 특성상 장기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미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만 하더라도 최초 신청된 증인이 38명에 달한다. 연말까지 매주 기일이 잡혀 있다. 내란 특검은 여기에 더해 72명의 추가 증인을 신청했다.

김건희 씨를 비롯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과 해병대원 특검팀 관련 당시 대통령실 안보라인 관계자들의 기소가 이어질 전망인데, 모든 사건의 재판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재판부의 다른 사건들이 모두 ‘멈춰 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관을 늘리는 개혁도 좋고 인사를 손보는 개혁도 좋다. 하지만 이런 개혁을 한다고 해서 일반 국민들이 더 빠르게 선고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건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손을 보는 게 가장 중요한 개혁”이라며 “단순히 판사를 10% 늘린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사법 개혁 과정에서 2심이나 3심까지 가지 않고 1심에서 사건을 끝내는 것을 최대한 유도하거나 민사 사건의 경우 단순 사건은 좀 더 빠르게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형사 재판부들의 재판 장기화를 막으려면 보이스피싱이나 마약 사건은 가급적 단독 재판부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국민들이 조금 더 좋은 사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정치권과 법원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