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 특검은 통일교와 김건희 씨 사이 연결고리를 수사하다 권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정황을 포착했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윤 전 본부장은 ‘김건희 여사 선물’ 차원으로 건진법사 전성배 씨에게 6000만 원대 그라프 다이아 목걸이와 2000만 원대 샤넬백 2개 등을 건넨 인물이다.
김건희 특검 수사 선상에 오른 윤 전 본부장은 조사 과정서 제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2~3월경 권성동 의원이 가평 통일교 궁전을 방문한 사실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2022년 1월 5일 권 의원과 여의도 중식당에서 만났다고도 했다. 여의도 중식당 회동은 권 의원 구속에 불을 지핀 스모킹 건으로 작용했다.
여의도 중식당에서 권 의원을 만난 윤 전 본부장 다이어리엔 ‘큰 거 한 장 Support’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준비된 돈을 찍은 사진도 발견됐다. 특검은 권 의원에게 돈을 건넸다는 윤 전 본부장의 일관된 진술도 확보했다. 진술과 사진, 메모 등 정황증거가 축적되면서 권 의원 구속은 급물살을 탔다.
9월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권 의원은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며 자신의 체포를 찬성하는 투표에 동참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권 의원의 ‘셀프 가결 투표’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도주 우려’라는 구속 조건을 불식시키려는 포석으로 읽히기도 했다.

9월 16일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9월 17일 남세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3대 특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현역 의원이 구속되는 순간이었다.
구속 이후 권 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재판부가 민주당에 굴복했다”면서 “집요하고 우악스러운 사법부 길들이기 앞에 (재판부가) 나약한 풀잎처럼 누웠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의 정치탄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면서 “이번 구속은 첫 번째 신호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특검 수사는 허구의 사건을 창조하고 있다. 소설을 쓰고 있다”고도 했다.
정치권에선 불법 정치자금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권 의원이 과거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 당시 했던 언사가 회자된다. 2023년 4월 19일 권 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돈봉투 살포와 관련된 인사들은 국민 앞에 모든 사실을 낱낱이 털어 놓아야 한다”면서 “당 이름에 맞는 실천을 해야 한다. ‘더 불어’야 한다”고 했다.
당시 권 의원은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사석에서 ‘고작 300만 원’이라며 볼멘소리를 했다고 한다”면서 “300만 원이 적은 돈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동일인의 2년 전 일갈과 현 시점 해명이 상충하는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 의원은 정치인생에서 여러 구설을 극복하고 살아남으며 생존왕으로도 불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탄핵소추위원을 지냈던 그는 바른정당에 합류했다가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다.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간판을 교체한 뒤 제21대 총선에 돌입했다. 공천 과정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졌다.
제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공천에서 탈락한 권 의원은 지역구인 강원 강릉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보수표 분열 이슈를 덮고 40.84% 득표율로 4선에 성공했다. 4선 의원 재임 시절 권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사법리스크를 덜어냈다. 2016년부터 수사가 시작됐고, 2022년 대법원 판결이 끝났다. 대법원은 권 의원이 강원랜드 채용 관련 부정청탁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1심과 2심 무죄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권 의원은 제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5선에 성공했다.

권 의원 구속이 ‘국민의힘 대정부 스크럼’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권 의원 구속 이후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꼬리에 꼬리를 물 수 있다”면서 “야당은 의원 한 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추가적인 후폭풍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이 관계자는 “권성동 구속으로 생긴 균열은 또 다른 나비효과를 부를 수 있다”면서 “민주당 정청래 지도부가 국민의힘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하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강력한 개혁을 하려 해도 의원 수가 개헌 저지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는 상황이라 어렵다”면서 “단결을 하기도 개혁을 하기도 애매한 지점에서 권 의원이 구속되면서, 더 큰 것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권성동 의원 구속이 주목받는 이유는 사법리스크 여파가 다른 국민의힘 현역의원으로 확장할 수 있는 변곡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국민의힘이 상당히 흔들리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신 교수는 “현재로서 국민의힘 당면 과제는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은 흔들리되, 보수진영 전체를 흔들지 않게 하는 것”이라면서 “야당이 그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