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안팎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조희대 대법원장 책임론도 나온다.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상고심 선고를 강행한 데 따른 정치적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퇴’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 대법원장과 가까운 한 대법관은 식사 자리에서 민주당의 ‘4인 회동설’에 대한 대응책을 물었다고 한다. 민주당에서 구체적인 증거 제시 없이 여론전을 펼치는 것이 부담스러운데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겠느냐는 취지로 전·현직 판사들에게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는 것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A 변호사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A 변호사는 “민주당의 압박 때문에 물러나는 것을 옳지 않지만, 대선 한 달 전 정치적으로 예민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의 대법원 사건 선고를 강행한 것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민주당의 압박이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지귀연 부장판사 사건 배제’를 원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퇴하면 대법관·판사 증원 및 인사 평가, 판결문 공개처럼 예민한 사법 개혁 이슈에 법원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이 물러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법원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 개혁에 협조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이 현 수뇌부의 판단”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금 물러나면 법원 조직이 더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크고, 조 대법원장 성격상 쉽게 그런(사퇴)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문회 맹공 예고한 민주당
민주당은 추석 연휴 이후 열릴 대법원 국정감사를 벼르고 있다. 지난 9월 30일 청문회에 조 대법원장과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대법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지귀연 부장판사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아무도 참석하지 않자 13일 열릴 대법원 국정감사를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로 치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국민이 부르는데 이렇게 오만방자한 조희대를 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조 대법원장은 사상 초유의 대선후보 자격을 박탈하려고 대선 개입을 한 장본인”이라며 “당연히 사법부 수장이라면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들 앞에서 소상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 조직 지켜야 할 마지노선은?
법원은 ‘절차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하지만 여론은 심상치 않다. 조 대법원장 사퇴 찬성 여론과 반대 여론이 오차범위 내에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뉴시스가 여론조사업체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9월 28~29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창간 특집 여론조사( ARS 자동응답. 응답률 2.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에서 ‘조 대법원장 사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라는 질문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47.5%, “찬성한다”는 응답은 43.9%를 기록했다. “잘 모르겠다”는 유보층은 8.6%다. 사퇴 반대 의견이 3.6% 포인트 높게 나타났지만, 국민 10명 중 4명꼴로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인 것은 부담인 셈이다.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여당’의 압박에 물러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최초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대법원장은 김용철 대법원장(9대)이다. 1988년 당시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이 대법원장 교체를 요구했고, 정부 여당이 야당 몫 대법관을 보장하는 대가로 유임에 동의해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대법원을 정치적 흥정거리로 삼았다는 사실에 판사들이 동요했고, 소장 판사들의 2차 사법파동으로 김용철 대법원장이 사퇴했다.

앞선 A 변호사는 “사법부는 특성상 여론전을 적극 펼치기 어렵고, 논란이 제기되면 입장 표명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며 “국민 10명 중 4명이 대법원장 사퇴를 희망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의혹이 추가된다면 법원도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선변호사 비용 싹둑…변호사 업계, 법원 편 들지 않는 내막
검찰청 해체와 관련해 대한변호사협회는 자체 여론조사를 통해 “반대하는 변호사가 더 많다. 보완수사권이나 보완수사요구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수”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민주당의 대법원장 사퇴 압박에 대해서는 별도의 목소리를 낼 계획이 없다.
이는 최근 국선변호사 비용 문제 등이 불거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법원은 최근 상고심 사건을 맡는 일반 국선변호사의 비용으로 50만 원 안팎을 주던 것을 20% 이상 줄였는데, 대한변협과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국선 변호사 비용을 줄인 것에 대해 ‘불만’이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상고심은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실심이 아닌 법률심인 특성상, 변호사가 사건 자료를 보고 서면 작업(의견서 등)을 진행하면 변호사 비용을 대신 내주는 구조다. 적지 않은 변호사들이 ‘먹고 살기 위해’ 일반 국선 사건을 맡곤 했다.
한 대한변협 관계자는 “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압박에 대해서는 여론조사를 할 계획이 없다”며 “대법원이 변호사 관련 주요 이슈에 대해 제대로 소통하지 않고 일처리를 하는 것에 대해 문제가 상당하다는 게 우리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