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몬이 영업 재개 일정을 잡지 못한 채 한 달 넘게 표류하고 있다. 티몬을 인수한 오아시스가 당초 재오픈 일정을 8월 11일로 잡았다가 9월 10일로 미뤘지만, 카드사들이 공동결제망을 제공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이마저도 무산됐다. 티몬은 지난 9월 1일 “9월 10일 오픈을 목표로 준비하던 중 제휴 카드사와 관계 기관을 통해 피해자 민원이 집중 제기돼 부득이하게 일정을 연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티몬 앱과 홈페이지는 모두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티몬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환불이나 취소가 이뤄지지 않은 소비자들과의 분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여파로 카드사들이 티몬과의 재계약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티몬의 오픈 일정은 사실상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현재 8개 주요 카드사와 개별 협의가 진행 중이며, 티몬의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인 케이에스넷이 이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협의가 한 달 이상 교착 상태를 이어오고 있어, 단기간 내 재오픈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대표 협의체가 없기 때문에 8개 카드사와 모든 조건을 개별로 협상해야 해서 힘들다. 한 곳이 결제 오픈을 허용해야 다른 카드사들도 그제야 따라오는 식이기 때문에 보통 규모가 작은 곳부터 먼저 설득해 길을 트는 경우도 있다”며 “보통은 카드사 입장에서도 매출이 발생할 기회인 만큼 막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떼인 돈’에 대한 반감 탓에 결제를 열어주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티몬은 홈페이지를 통해 새벽배송 서비스 론칭을 발표했다. 피해 셀러 지원을 위해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 적용과 구매확정 후 익일 정산 시스템 도입도 약속했다. 1만여 셀러들도 100만 개가 넘는 상품을 등록하며 오픈 준비에 들어갔지만, 서비스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셀러들은 재고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아시스 측에서 셀러들과 관련해 별도의 지원책은 마련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당초 지원 방안은 저희의 이윤을 거의 포기하고 업계 최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형태였다. 기존 티몬의 평균 수수료율이 15% 수준이었는데, 저희는 3~5%로 낮추는 계약을 준비했다”며 “결제대행(PG) 수수료와 시스템 운영비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남는 이익이 거의 없지만, 그만큼 셀러들에게 부담을 덜어드리려는 의도였다. 오픈이 지연된 상황에서는 별도로 진행할 수 있는 조치가 없는 만큼, 서비스 개시가 이뤄져야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오아시스는 창립 초기부터 외형 확장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에 초점을 맞춘 보수적 경영 기조를 유지해왔다. 무리한 투자를 피하며 흑자를 꾸준히 기록했다. 그만큼 성장 속도가 더뎠다. 2023년 기업공개에서는 매출 규모가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2011년 설립된 오아시스의 최근 3년 매출은 2022년 4272억 원, 2023년 4754억 원, 2024년 5171억 원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2015년 출범해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에서 경쟁사로 성장한 컬리의 같은 기간 매출은 2조 372억 원, 2조 774억 원, 2조 1956억 원으로 오아시스와 매출 볼륨 면에서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컬리가 물류센터 투자를 통한 공격적 확장으로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다 최근 흑자로 전환하며 수확기에 접어든 반면, 오아시스의 보수적 경영은 여전히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오아시스는 지난해부터 인수·합병(M&A) 시장에 적극 나섰다. 지난해 11번가 인수를 추진하며 온라인 유통망 확장을 시도했으나, 재무적 투자자인 국민연금공단의 반대로 무산됐다. 올해는 기업회생 절차를 밟던 티몬을 낮은 가격에 인수하면서 외형 확대를 꾀했다. 티몬 재오픈 이후 마진을 포기하고 업계 최저 수준으로 수수료율을 낮추려 한 것도, 부정적 여론을 완화하는 동시에 단기 수익보다 거래액 확대에 무게를 둔 전략으로 풀이됐다.
성장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오아시스가 향후 기업공개 재추진을 고려하며 매출 규모와 거래액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티몬 인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시장의 반감에 부딪히면서, 인수 효과를 내기도 전에 리스크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아시스의 티몬 인수 대금은 총 181억 원이다. 이 중 116억 원을 투입해 티몬 지분 100%를 신주 인수 방식으로 확보했고,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등 채권 65억 원도 함께 지급했다. 오아시스는 인수 대금을 전액 선지급한 데 이어 지난 7월 티몬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500억 원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새벽배송 권역 확대와 티몬 인수를 앞두고 광고·마케팅비 비중을 늘리면서 오아시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35억 50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투입된 비용도 적지 않지만, 오픈이 지연되면 매달 인건비 등 고정비가 계속 빠져나간다. 이 상황을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가 문제”라며 “지금은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비용이 적자로 잡히는 구조다. 매출이 있는 상태에서의 적자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티몬 인수에 상당한 비용을 투입했는데 정작 오픈을 못 해 발목이 잡힌 셈이다. 사이트를 열어야 고객 동의를 거쳐 오아시스마켓에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고, 의미 있는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데 그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상황이 좋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미정산 피해를 본 판매자들의 반감도 오아시스가 인수 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IPO 시장이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는 시점에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 시도한 인수가 오히려 상장 동력을 약화시키는 리스크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오아시스의 사업 확장 의지가 과도하게 앞선 인수였다는 평가도 있다. 업계에서도 티몬 재오픈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았다. 고객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비스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라며 “몇 년 전 사건도 아니고 바로 직전 연도에 정산 이슈로 시장 신뢰를 크게 흔들어 놨기 때문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공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나서 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우 교수는 “티몬만의 문제였다면 자업자득이겠지만 오아시스는 잘못이 없다. 그대로 파산한 위메프와 달리 오아시스가 티몬을 인수해 일부 변제가 이뤄진 점까지 감안하면, 오아시스에 책임을 지우며 영업을 막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이런 식이면 앞으로 누가 회생기업을 인수하겠느냐. 산업 전반에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부실기업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번 사례가 선례로 남으면 시장 혼란이 불가피하다.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익성 동덕여대 뉴에듀케이션칼리지 원장은 “피해자 측은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 하고, 오아시스는 법적으로 이미 정리된 티몬의 채무를 갚을 의무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접점을 찾기 쉽지 않다”며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절충이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영업을 재개한 이후 티몬을 통한 수익이 발생한다면 일부 변제를 약속하는 식으로 협상할 여지가 있다. 오아시스는 시장 장악력을 위해 티몬이 필요한 만큼 전략적 절충을 통해 상황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앞서의 오아시스 관계자는 “현재 오픈이 지연되는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협의 중이다.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내부적으로 계속 조율을 이어가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오픈이 어렵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회사의 오픈 의지는 확고하다. 조속한 재오픈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