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두산은 부채를 늘리는 방식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지주사 지정에서 벗어났다. 지주사가 되기 위해서는 회사의 자산총액 대비 보유 자회사 주식 가액 비율(지주비율)이 지주회사 기준 50%를 넘겨야 하는데, (주)두산의 부채 확대로 자산총액이 증가하면서 지주비율이 기준선 아래로 떨어졌다.
지주사 지정에서 벗어나면서 투자 여력이 증가했다. 지주사 체제에서 지주사는 부채비율이 200% 이하로 제한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주)두산이 공격적인 기업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고 봤다. 수면 위로 드러난 M&A 대상은 SK실트론이었다.
지난 4월에도 (주)두산의 SK실트론 관련 인수설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주)두산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었지만 불과 5개월 만에 인수 검토에 나선 것이다. 두산으로서는 M&A를 통해 그룹 사업포트폴리오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두산그룹은 클린에너지와 스마트머신 사업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두 사업 부문의 매출 의존도는 80%를 웃도는 상황이다. 스마트머신 사업을 영위하는 두산밥캣은 지난 상반기 누적 4조 2958억 원의 매출액을 올려 전체 매출의 44.5% 비중을 차지했다. 클린에너지 부분 사업을 영위하는 두산에너빌리티는 3조 7875억 원의 매출을 차지해 전체 매출에서 39.3% 비중을 보였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스마트머신 △클린에너지 △반도체·첨단소재 등 세 개 부문을 핵심 사업 축으로 삼아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현재로서는 스마트머신과 클린에너지 부분의 매출 의존도가 크다.
현재 두산그룹에서 반도체 부분 사업은 두산의 자체 사업 부분인 전자BU가 있다. 전자BU는 PCB(인쇄회로기판)의 소재인 CCL(동박적층판)을 제조하고 있다. CCL은 반도체 등의 첨단 기기의 핵심 소재로 활용된다.
두산그룹은 2022년에는 테스나를 4600억 원에 인수하면서 반도체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두산테스나는 생산된 시스템 반도체를 테스트하는 후공정 사업을 하고 있다. 두산테스나는 해당 부문 국내 1위 업체(점유율 기준)이기도 하다.
이번에 (주)두산이 SK실트론 인수를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주)두산이 인수 대상으로 삼는 지분은 SK(주)가 직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70.6%다. 나머지 지분은 29.4%는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데 (주)두산은 이를 제외했다. (주)두산 입장에서는 70%가량의 SK(주) 보유 SK실트론 지분만 인수해도 경영권을 행사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
SK실트론의 자산규모는 5조 8000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순차입금을 제외하면 지분 가치는 2조 2601억 원 수준이다. SK(주) 측은 보유지분에 대한 가치를 5조 원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2조 원 정도로 보고 있어 가격적인 괴리가 있다.
일각에서는 (주)두산에서 최태원 회장의 지분까지 매입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아졌다. 최태원 회장이 당장 현금을 마련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 소송을 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2심에서 노소영 관장에 1조 4000억 원에 육박하는 재산을 분할 지급하라는 선고를 받아 현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10월 16일 대법원에서 재산분할에 대한 판단을 다시 내리라는 취지로 사건을 고법으로 보내면서 재산분할에 대한 부담을 사실상 해소한 상태다.
주목되는 것은 최태원 회장의 SK실트론 지분의 쓰임새다. 별다른 조율 없이 최태원 회장의 지분이 SK실트론에 남게 될 경우 해당 지분의 처분에 애를 먹을 수 있다. 경영권이 없는 비상장 주식 인수를 원하는 투자자가 많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주)두산이 SK실트론 인수 후 향후 SK실트론의 기업공개(IPO·상장)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K실트론은 지난해 올린 2조 922억 원의 매출(별도 기준)에서 5805억 원을 SK그룹 계열사를 통해 기록했다. 계열사 매출 의존 비중은 27.7% 수준이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 들어 강화되고 있다. 지난 상반기 기준 9986억 원의 매출 가운데 3083억 원을 계열사에 의존했다. 매출 의존도는 30.8%로 30%대를 돌파했다.
(주)두산 관계자는 “SK실트론 인수와 관련된 내용은 공시된 내용 외에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상황에 따라 M&A를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