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의 미래에셋생명 주식 매입은 2018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당시 사명 미래에셋대우)이 2018년부터 2019년까지 1037만 9672주를 매입한 바 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1585만 6504주를 사들였다. 미래에셋컨설팅은 2022년과 2023년에 걸쳐 662만 9566주를 매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컨설팅은 올해도 미래에셋생명 주식을 각 98만 9151주, 167만 1950주를 매입했다.
미래에셋그룹은 계열사들의 미래에셋생명 지분 매입 이유에 대해 줄곧 ‘저평가된 주가 부양 목적’을 내세우고 있다. 네이버금융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지난 15일 기준 0.43배다. PBR은 기업의 주가가 자산 대비 어느 정도 수준에서 평가되고 있는지 나타내는 대표적 재무 지표로, PBR이 1보다 낮으면 주가가 자산가치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에서는 다른 해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생명 주식을 매입 중인 계열사들 모두 박현주 회장의 지배력이 상당한 것에 주목하며, 이들의 미래에셋생명 지분 매입은 곧 박현주 회장의 미래에셋생명에 대한 지배력 강화 포석이란 분석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컨설팅·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증권, 4개 계열사는 지난 14일 공시 기준 미래에셋생명 지분 59.04%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6월 공시된 대규모기업집단현황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박현주 회장(60.19%)과 미래에셋컨설팅(36.92%)이 지분 97.11%를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 역시 박현주 회장 측 지분이 91.86%에 달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박현주 회장의 개인회사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또 미래에셋캐피탈은 박현주 회장 측이 지분 83.75%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증권 지분 32.05%를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자진 상장폐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자진 상장폐지를 하면 4개 계열사와 미래에셋생명 임원 등만이 주주로 남게 돼 중대한 의사 결정 구조가 박현주 회장 중심으로 단순화될 수 있다.
미래에셋생명이 1조 원이 넘는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2022년 이후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자진 상장폐지설에 힘을 싣는다. 미래에셋생명의 올해 반기보고서 별도기준 이익잉여금은 2조 157억 원이다. 거액의 이익잉여금을 상장폐지 후 배당으로 돌리면 미래에셋생명 지분을 꾸준히 매입한 주요 계열사들에 이익을 배분하는 재무적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래에셋생명이 최근 자사주 소각 계획까지 밝힘에 따라 상장폐지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8월 14일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자사주 소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자사주 보유 비율은 26.29%다. 보유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한다고 가정할 경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지분은 지난 14일 공시 기준 59.24%에서 80.37%으로 늘어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상장폐지 신청일 기준 상장 법인의 최대주주 등이 해당 종목의 발행주식 지분 95%(자사주 제외)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남은 15%만 확보하면 기준을 충족한다.
미래에셋생명은 자사주 소각 계획에 대해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며 자진 상장폐지 가능성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그런데 미래에셋증권이 소각하는 자사주는 장내에서 직접 취득한 주식만 해당한다. 미래에셋증권의 지난 6월 2일 공시 기준 보유 자사주는 1억 3109만 4317주다. 미래에셋증권이 장내에서 직접 취득한 주식은 2354만 2494주에 불과하다. 나머지 1억 755만 1823주는 2016년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 합병에서 나온 ‘합병 자사주’다.
합병 자사주는 미래에셋증권 자사주 소각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고, 미래에셋증권은 직접 취득한 기보유 자사주와 추가로 장내 매수를 통해 확보한 자사주를 매년 1500만 주씩 소각하겠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증권이 매년 목표를 달성하려면 산술적으로 2030년까지 장내에서 약 6100만 주를 추가 매입해 소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소각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박현주 회장 일가의 미래에셋증권 지분율 상승 효과가 발생해 박현주 회장 일가의 지배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의 지분은 올해 6월 2일 기준 30.72%였으나 자사주 소각이 완료되면 약 35%까지 상승한다. 이후 합병 자사주 소각을 진행하면 미래에셋캐피탈의 미래에셋증권 지분율을 약 45%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 합병 자사주 소각은 자본금 감소가 발생하는 무상감자 형태이므로, 주주총회에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는 특별결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3차 상법 개정안 향방이 정해지는 대로 그에 맞춰 합병 자사주 소각에 대한 계획을 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