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제강지주의 철강회사들은 가뜩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의 관세 정책 때문에 타격을 받고 있다. 본업이 흔들리는 와중에 신사업 기대감마저 낮아지고 있어 회사 측은 구조조정 등 비용 절감안 마련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아윈드는 영국 북동부 티스사이드 프리포트 경제특별구역에 연산 40만 톤 규모의 모노파일(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 공장을 지었다. 세아제강지주의 유상증자 대금 4000억 원과 영국수출금융청(UKEF)과 한국무역보험공사로부터 차입한 자금 등을 활용해 총 8000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노파일은 철판을 용접해 만든 대형 원통형 구조물로, 해상풍력 터빈 타워를 바다 바닥에 단단히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세아윈드가 제작하는 모노파일 하부구조물은 유속이 빠른 북해 해역의 환경과 깊은 해상 설치 조건을 고려해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세아윈드는 출범과 동시에 기대가 뜨거웠는데, 이는 선(先) 수주 덕분이다. 글로벌 해상풍력 1위 기업인 덴마크 오스테드의 영국 북해상 ‘혼시3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만 5000억 원, 스웨덴 바텐폴로부터 영국 남동부 ‘노퍽 뱅가드 프로젝트’로 1조 5000억 원을 수주했다.
지난해 231억 원 적자를 냈고, 올해도 적자가 예상되지만 증권가에서는 내년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수주 규모를 단순 계산하면 내년부터 연 매출이 7000억 원 나오고, 이로 인해 흑자 달성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다소 늦었지만 지난 7월 드디어 혼시3 프로젝트와 관련한 모노파일 생산을 시작했다”면서 “이미 수주잔고 2조 원 이상을 확보한 상태에서 가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초기 러닝커브(학습 곡선, 기술이나 지식을 배우는 데 걸리는 시간)만 잘 극복하면 실적과 기업 가치 측면에서 의미 있는 기여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다소 다른 의견이 나온다. 가장 우려되는 요인이 바로 인건비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지난 10월 15일 세아윈드 티스사이드 공장 노동자 150여 명은 임금 및 교대근무 수당 등에 불만을 표명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사측이 제안한 임금 인상률(3.1%)이 업계 평균은 물론 물가상승률보다도 낮다고 반발하고 있다. 생산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전체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오스테드 등 발주사들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세아제강지주 또한 처음 해상풍력 사업에 뛰어들 때와 비교해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너무 치솟아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노파일 생산업체는 영업이익률이 2~6% 선으로 아주 높지는 않은데, 영국이라는 사업지 특성상 인건비가 너무 오르면 아예 사업을 할 수 없는 환경이 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다.
벨기에 스멀더스, 네덜란드 시프 등 모노파일 생산 회사들은 영국에 공장을 두고 있지 않은데, 이 역시 인건비와 물류비 부담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자국 내 생산된 제품 위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세아제강지주가 세아윈드를 설립하며 사업에 뛰어든 상황이다.
#본업 부진 속 내년 추가 자금 수혈 불가피
세아윈드가 내년 유의미한 수준의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추가 자금 수혈이 불가피하다. 세아제강지주는 세아윈드에 총 4000억 원을 투자했다고 하지만, 반기보고서를 보면 세아윈드 장부가액은 2109억 원으로 잡아놨다. 세아제강지주가 세아윈드 투자금액을 반영한 기업가치를 2100억 원 정도로 계산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지금은 철강 산업이 어려운 국면이라는 점이다. 세아제강지주를 분석하는 증권사 연구원이 많지는 않지만, 6개월 전만 해도 세아제강지주 영업이익 예상치는 2740억 원이었으나 지금은 이 수치가 2280억 원으로 낮아졌다.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410억 원인데, 이 또한 2, 3분기 700억 원대에서 많이 내려온 수준이다. 주력 계열사 세아제강은 3분기와 4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존 건설 경기 부진에다 비수기 영향, 그런 상황에서 철강 50% 관세 부과로 수출이 감소하면서 세아제강의 3분기 전체 강관 판매량은 전년 대비와 전기 대비 각각 11.3%, 16.1% 감소한 18만 8000톤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 상황인데도 강관 소재인 열연과 후판 모두 국내 가격이 상승했고, 원·달러 환율까지 치솟으며 세아제강에 큰 타격을 미쳤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세아제강지주 계열사 모두 전사적으로 구조조정을 포함한 비용 절감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얘기다. 비효율 자산을 매각하는 것은 물론, 인적 구조조정까지 검토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신사업 너무 공격적이었나
그룹 내부에서는 너무 공격적으로 신사업에 뛰어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사업을 진두지휘한 인물은 오너 일가 3세인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사장이다. 이주성 사장은 사촌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이 포스코에서 근무하는 등 철강통인 것과 달리, 액센추어와 메릴린치증권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전략통이다. 이종산업 진출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세아그룹은 사촌 경영을 하고 있다. 사명에 지주, 혹은 홀딩스가 붙어 있는 회사만 세 곳이다. 세아제강지주는 창업주 고 이종덕 회장의 둘째 아들 이순형 회장이 맡고 있다. 그리고 세아홀딩스와 세아베스틸지주를 이끄는 인물이 고 이운형 회장의 장남 이태성 사장이다. 이운형 회장은 해외 출장 중 사망했고, 이로 인해 그룹을 동생인 이순형 회장이 이끌게 됐다.
세아홀딩스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신사업에 접근하고 있다. 세아홀딩스는 알루미늄 신공장 투자를 통해 글로벌 항공기 소재 시장에 진출하는 등 기존 철강 소재 사업의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세아제강지주 관계자는 “세아윈드 노동자와 지속적으로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원만한 임금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설명회 등을 통해 의견을 좁히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아윈드의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사업은, 세아제강지주의 중장기 주요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본업의 경쟁 기술력과 신성장동력 적합도 차원에서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다 판단했고, 이에 세아윈드 투자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아윈드 투자 결정을 오너 한 사람의 의지나 선호에 따라 진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비효율 자산 매각, 인적 구조조정 검토 등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