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코스피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인 가운데 일요신문과 인터뷰한 글로벌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당분간 조정이 이어질 수 있지만 내년 ‘코스피 5000’ 달성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관건은 글로벌 강세장의 지속 여부라는 분석도 나왔다. 글로벌 투자자가 보기엔 한국의 지배구조 개혁 정책이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반도체주 외에 주목할 만한 주식으로 재생에너지주를 공통적으로 꼽았다.
#“단기 조정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왼쪽부터 스위스 자산운용사 GAM의 알버트 사포르타(Albert Saporta) CEO, 홍콩 금융 회사 에머 캐피탈 파트너스(Emmer Capital Partners Limited)의 마니시 라이차우두리(Manishi Raychaudhuri) CEO,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NATIXIS)의 알리시아 가르시아-에레로(Alicia Garcia Herrero) 수석 이코노미스트.11월 3일 코스피지수가 장중 4200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한 상법 개정 등 정책적인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GAM의 알버트 사포르타 CEO(최고경영자)는 “코스피 5000을 공식 목표로 제시한 친시장·친기업적 정부 기조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글로벌 증시가 강세장에 진입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평가 상태에 있었던 한국 증시의 상승 여력이 컸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 한국 증시의 매력은 과거보다 커졌단 평가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EM)지수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3월 말 8.99%에서 9월 말 10.97%로 확대됐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에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고평가된 인도에서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을 가진 한국과 대만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하다”며 “특히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기회를 노리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과열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11월 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사상 최고치 경신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최준필 기자단기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홍콩 금융회사 에머 캐피탈 파트너스의 마니시 라이차우두리 CEO는 “단기 조정은 이미 시작됐으며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AI 설비투자(CAPEX)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최근 동아시아 증시 조정의 요인이 됐다”며 “다만 이러한 조정을 우려할 이유보다는 매수 기회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가르시아-에레로 이코노미스트는 “주요 주가 상승 동력이 지속된다는 전제 하에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말 코스피지수가 3800~4200 범위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들은 내년 ‘5000피(5000+코스피)’ 달성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라이차우두리 CEO는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지만 시장은 여전히 비싸지 않고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도 낮은 편이다. 2026년 기업 이익 성장률이 32%에 달할 것이라는 컨센서스 전망은 낙관적”이라며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1.84배 수준이다. 지난 20년 동안 코스피는 선행 PER 13~15배 구간에서 네 차례 거래된 적이 있었다. 최근의 랠리 이후에도 코스피는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고 분석했다.
마니시 라이차우두리 CEO 분석에 따르면, 현재 코스피의 선행 PER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도 낮은 수준이다. 자료=마니시 라이차우두리 CEO 제공5000피 달성에는 글로벌 강세장 지속 가능 여부가 관건이다. 과거엔 코스피지수가 워낙 저평가돼 글로벌 증시와 연동될 여지가 적었다면,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실제 11월 4일(현지시각) 미국 기술주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영향으로 11월 5일 코스피지수도 전일(4121.74)보다 하락한 4030.47을 기록했다. AI 열풍을 ‘버블’이라고 규정하는 ‘AI 버블론’이 확산함에 따라 미국 증시 고평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사포르타 CEO는 “미국 기술주 중심의 글로벌 강세장이 지속 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밸류업 정책, 실제 지배구조 개선 대비 과대평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은 긍정적으로 평가가 나왔다. 지난 7월 정부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한 1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8월에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2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집중투표제를 통하면 소액주주들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내용이 담긴 3차 상법 개정안을 연내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아직은 한국의 지배구조 개혁 정책이 다른 나라보다 미흡하다는 것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일본과 달리 한국의 밸류업(Value-up·기업가치 제고) 정책은 기업들이 지배구조를 개선하거나 주주가치를 높이도록 유도할 ‘당근과 채찍’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지배구조 우수기업에 세정 지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다만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강제성이 없어 기업들의 참여가 제한적이다. 사포르타 CEO는 “현재 한국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실제 지배구조 개선에 비해 다소 과대평가돼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는 가운데 디스플레이에 상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재정 개혁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포르타 CEO는 “상속세를 30~40% 수준으로 인하한다면 코스피 1만 시대를 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상속세율은 최대주주 할증을 적용하면 최대 6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지난 5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대주주가 상속·증여세를 절감하기 위해 주가를 누르는 사례를 막도록,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 미만인 상장 주식은 비상장 주식처럼 세금을 매기도록 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반도체주 외에 주목할 만한 국내 주식엔 뭐가 있을까. 가르시아-에레로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긴장 고조에 따른 수요 증가로 방위산업(방산), 수출 모멘텀에 따른 배터리·전기차 분야에 견조한 자금 유입이 이뤄지고 있다”며 “재생에너지와 바이오 테크 분야가 분산투자 관점에서 매력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라이차우두리 CEO는 “금융·IT 서비스·재생에너지·방산 부문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사포르타 CEO는 “재벌 그룹들이 시장에서 가장 매력적”이라며 “구조조정을 통해 주주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준식 교수 “자본 크기가 국가 경쟁력”
미국 투자은행 JP모건 보고서에 따르면 코스피지수 약 4000포인트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34배, 주가수익비율(PER)은 13.2배다. PBR은 회사의 순자산에 기준으로, PER은 회사의 순이익을 기준으로 현재 주가가 평가하는 지표다. 코스피의 PBR과 PER은 아시아 평균치(2.15배, 16.1배)보다도 낮다.
지난 11월 3일 오후 만난 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전 신한자산운용 부사장)는 “현재 3% 내외인 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주식 시장의 기대수익률은 7% 정도가 적정하다고 본다”며 “(시장의) PER이 13~14배 정도면 주식 시장 기대수익률이 7%대다. 현재 주가가 개인적으로는 적정한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다만 PBR이 1.5 이하라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준식 숭실대 교수는 “증시 활성화로 기업들의 자본이 증가하면 대한민국은 빠르게 선진국들을 제치며 세계 경제 대국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김명선 기자서 교수는 “네덜란드에서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가 탄생한 이후 주식회사 자본(순자산)의 크기가 국가의 경쟁력이었고 자본이 가장 큰 나라들이 세계 패권을 장악해왔다”며 “현재 미국 기업들의 주가가 높아 미국 증시 시가총액은 60조 달러에 달하지만, 중국 증시와 미국 증시 자본 규모는 15조 달러 내외로 비슷한 수준이라 미국이 중국을 경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우리나라 증시 자본 규모는 독일·프랑스·영국 증시와 2조~3조 달러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다”며 “증시 활성화로 기업들의 자본이 증가하면 대한민국은 빠르게 선진국들을 제치며 세계 경제대국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준식 교수는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에 코스피 5000 달성은 현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 교수는 “상법 개정 등 최근 진행 중인 증시 활성화 정책으로 외국인 유입이 계속될 수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몇 달 동안 소외받은 배당주들이 오를 여지가 있다”며 “큰 변수가 없으면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에 코스피 5000은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