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올(Dior) 파우치’ 영상은 김 씨의 명품 수수 의혹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최재영 목사는 2022년 6월경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김 씨와 소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최 목사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있는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김 씨를 만났다. 최 목사는 180만 원 상당의 샤넬 화장품 세트와 양주 등을 전달했다.
2022년 9월 13일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다시 김건희 씨를 만났다. 최 목사는 시가 300만 원 상당의 디올 파우치 한 개를 김 씨에게 전달했다. 그 모습이 최 목사 손목시계에 장착된 몰래카메라에 찍혔다. 이 영상은 2023년 11월 공개됐다. 윤석열 정권은 정권 출범 초기부터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최 목사는 일요신문에 “카톡으로 ‘이런 선물을 준비했습니다’라고 하면 ‘목사님이 무슨 돈이 있냐고 그냥 오시라고’ 이렇게 말해야 한다. 그런데 ‘몇 날 며칠 오라고’ 연락이 왔다”며 “두 번째 디올 백도 마찬가지다. 사진을 먼저 보냈다. 또 비서를 통해서 접견 일시와 장소를 정해주고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목사는 “정상적인 시스템이 작동 안 됐다. 민정수석실도 폐지되고 제2부속실도 폐지됐다. (김 씨가) 마음대로 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정상적이라면)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게 만든다. (김 씨가) 자기 마음대로 권력을 독점하고 사유화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명품은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 씨가 전달했다. 전 씨는 10월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 씨 알선수재 등 사건 재판에서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그라프 목걸이 등 명품을 받았고, 자신의 처남 김 아무개 씨를 시켜 김 씨 최측근인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전 씨는 김 씨로부터 “잘 받았다”는 내용의 통화를 했다고 주장했다. 처남인 김 씨도 10월 29일 재판에서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해 유 전 행정관을 통해 쇼핑백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김 씨는 샤넬 가방 2개는 받았지만, 그라프 목걸이는 받은 적 없다고 반박했다. ‘받은 적 없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김 씨 변호인단은 11월 5일 입장문을 내고 “김 씨는 처음에는 가방을 거절했으나 전 씨의 설득에 당시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더 엄격해야 했음에도 전 씨와의 관계에서 끝까지 이를 거절하지 못한 잘못을 통감한다”며 “해당 선물들은 사용한 바 없이 이미 과거에 전 씨에게 모두 반환했다”고 주장했다. 통일교와의 공모, 청탁·대가 등도 없다고 했다.
2021년 4~8월 사이에는 김태영 21그램 대표 부인 조 아무개 씨로부터 디올 의류 등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조 씨가 관저 공사 수주 청탁 등을 위해 명품을 제공했다고 의심한다. 21그램은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음에도 대통령실 관저 이전 공사 계약을 낙찰받았다. 김 씨는 특검이 가져간 일부 물품은 자신이 직접 구매한 것들이라는 입장이다.
2022년 9월경에는 로봇개 수입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 서 아무개 씨로부터 5000만 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 시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 씨는 8월 8일 특검 조사에서 서초동 코바나콘텐츠 사무실에서 김 씨에게 직접 시계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시계를 구매할 때 ‘영부인이 사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VIP 할인을 받아 시가보다 저렴한 3500만 원에 구매했다고 했다. 서 씨는 윤 전 대통령에게 법정 최고액인 1000만 원을 후원한 인물이다. 특검은 시계가 전달된 시기 서 씨가 로봇개 경호 시범운영 수의계약에 성공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명품을 통한 인사 청탁 정황도 드러났다. 김 씨는 2023년 1월 김상민 전 검사로부터 이우환 화백 그림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김 전 검사는 이 화백 그림 ‘점으로부터 NO.800298’을 1억 4000만 원에 구매했고, 김 씨 오빠인 김진우 씨에게 전달했다. 그림은 김진우 씨 장모 집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이곳에서는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도 발견됐다.
특검은 김진우 씨가 그림을 받은 직후 이를 촬영해 김 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김 전 검사가 김 씨가 추상화 대가인 박서보 화백 등의 그림을 좋아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비슷한 스타일인 이 화백 그림을 선물했다고 본다.
특검은 공천 등 인사상 이익을 얻기 위해 김 전 검사가 김 씨 측에 뇌물을 줬을 것이란 판단이다. 앞서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는 김 씨가 2024년 22대 총선을 앞두고 자신에게 “김상민이 (창원) 의창구 국회의원이 되게 도와주세요”라는 취지의 전화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에서 컷오프됐고, 이후 국정원 법률특보에 임명됐다.
김 전 검사는 김진우 씨 부탁으로 그림을 대리구매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검사는 선거용 차량 리스비 대납 혐의도 받는다. 특검은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9월 17일 서울중앙지법은 김 전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금거북이’도 등장한다. 2022년 4월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이 김 씨에게 건넨 ‘선물’이다. 이 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 당선 축하’ 목적으로 금거북이를 전달했다고 했다. 반면 특검은 국가교육위원장 청탁을 위한 대가라고 본다. 특검은 이 전 위원장은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김 씨와 만나 국교 위원장의 자격 등을 강조하는 내용의 자료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의 김진우 씨 장모 집에서 발견된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 목걸이는 2022년 3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자신의 맏사위인 박성근 변호사를 국무총리 비서실장 자리에 임명해 달라고 청탁했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검사 출신이다. 박 변호사는 2022년 6월 한덕수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김 씨는 2022년 6월 나토 순방 당시 이 목걸이를 착용했다. 이 장신구는 윤 전 대통령 공직자 재산 신고 목록에 포함되지 않아 공직자윤리법 위반 소지가 있어 논란이 됐다. 김 씨는 특검에 2010년경 모친 선물용으로 구매한 가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희건설 측은 특검에 김 씨가 착용한 목걸이를 교부했다고 인정하는 취지의 자수서와 진품 목걸이를 제출했다. 공직자윤리법 위반 논란 이후 김 씨 측이 반환한 목걸이를 보관하고 있었다고 한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이름도 나왔다. 특검은 ‘김기현 당대표’ 선출 직후인 2023년 3월 17일 김 의원 측이 김 씨에게 전달한 로저 비비에 클러치백을 확보했다. ‘당대표 당선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편지도 있었다. 김 의원 배우자가 쓴 편지였다. 2023년 전당대회 당시 김 의원 지지율은 나경원·안철수·유승민 등에 밀려 4위 수준이었지만, ‘친윤계’ 지지를 등에 업고 당대표에 선출됐다.
김 의원은 11월 8일 입장문에서 “신임 여당 대표 배우자로서 대통령 부인에게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선물한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저나 제 아내 모두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청탁할 이유도 없었다”며 “배우자 간 의례적인 인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했다. 김 씨 측 변호인단도 “인사차 100만 원대 클러치백을 전달한 사실이 있으나, 이는 사회적 의례 차원의 선물로 대가성은 전혀 없다”고 했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1월 8일 “김건희의 명품 수수와 검은 청탁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라며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와 같다. 기네스북에 기록될 부끄러운 역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전례 없이 많은 명품 수수 의혹이 제기됐지만, 김 씨를 처벌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먼저 일명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직무와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 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처벌받는다. 그러나 공직자 배우자 처벌 조항은 없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는 직무 관련성을 입증해야 한다. 배우자도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하고 금품을 수수했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특검은 김 씨가 전성배 씨를 통해 통일교로부터 통일교 현안 해결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뇌물죄는 더 까다롭다. 뇌물죄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뇌물을 받았을 때 성립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아닌 김 씨를 뇌물죄로 처벌하려면 ‘공동정범’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공모해 명품을 받고 그 대가로 특혜를 줬다는 점이 인정돼야 뇌물죄가 적용되는 셈이다. 뇌물 액수가 1억 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명품 수수 의혹에서 김 씨가 받을 수 있는 가장 강한 형벌이다.
김기현 의원 측이 전달한 로저 비비에 클러치백의 ‘대가성’ 입증도 난관이 예상된다. 특검은 이 클러치백이 김 의원 당대표 당선을 지원한 데 따른 대가일 수 있다고 의심한다. 그러나 당대표 선거는 ‘당원’ 표심에 결정된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씨가 김 의원 당 대표 당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관련기사 아크로비스타서 명품 쏟아졌는데…김건희 특검 ‘청탁용 선물 의혹’ 정조준).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