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공개한 유튜브 영상 속 일련의 가사 도우미 활동은 희망을 보여주기에 충분했고, 2만 달러(약 3000만 원) 일시불, 혹은 월 499달러(73만 원)의 구독료라는 부담스런 금액에도 불구하고 신기술을 선취해보려는 얼리어답터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그런데, 이런 로봇이 인간을 닮아갈수록 호감도는 계속 올라가지만, 지나치게 인간을 닮은 듯하면서도 뭔가 이상할 경우 그 호감도는 급격히 떨어지며 뭔가 섬뜩한 느낌을 주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현상이 나타난다. 그렇기에 네오의 경우 친근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외형도 고려되었다.
그러나 최근 해외 테크 블로거의 초기 체험기 및 분석을 통해 드러난 현실은 우리가 꿈꾸던 로봇 시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네오가 복잡한 집안일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시연 영상의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었다. 로봇이 스스로 수행하는 것은 문 열기, 컵 옮기기 같은 단순한 작업뿐이었고, 정작 우리가 기대하는 빨래 개기나 설거지 같은 복잡한 작업은 VR 헤드셋을 쓴 사람이 원격으로 조종하는 ‘텔레오퍼레이션’에 의존하고 있었다.
1X의 CEO(최고경영자)는 이를 ‘사회적 계약’이라는 그럴듯한 표현으로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초기 사용자들은 베타 테스터가 되어 로봇의 학습을 도와야 한다. 결국 초기 사용자가 미완성 기술에 대한 프리미엄을 지불하며 동시에 무급 데이터 제공자 역할까지 떠안아야 하는 셈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이다. 네오는 카메라와 각종 센서로 집 안 곳곳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원격 조작자가 로봇의 눈을 통해 보게 되는 얼굴은 비록 흐릿하게(블러) 처리되고 감독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가장 사적인 공간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1X의 CEO는 이를 ‘빅브라더’가 아닌 ‘빅시스터’라고 표현하며 긍정적 이미지를 씌우려 하지만, 감시와 도움 사이의 경계는 생각보다 모호하다. 집이라는 사적 공간이 단순한 생활공간을 넘어 피지컬 AI(인공지능) 훈련을 위한 트레이닝 센터로 변모하는 것을 과연 누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안전성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1X는 “로봇 본체의 과하지 않은 무게, 속도 제한, 비상정지 장치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면서 “영유아 가정에는 초기 배치를 하지 않겠다”고도 강조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이 기술이 아직 충분히 안전하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이 기술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들은 정작 초기의 불완전한 베타 테스팅 단계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기술 혁신의 도움이 가장 필요한 이들에게 가장 늦게 도달하는 디지털 격차의 또 다른 버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네오가 제시하는 비전 자체를 폄하할 필요는 없으며, 고령화 사회에서 돌봄 노동의 부담을 덜고, 사람들이 단순 반복 노동에서 벗어나 더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는 분명 가치 있다. 휴머노이드 형태에 생체 근육에서 영감을 얻은 힘줄 방식의 모터나 다양한 센서 기술 탑재도 주목할 만한 혁신이다.
그러나 현재 네오가 보여주는 것은 기술적 가능성보다는 마케팅적 야심이 앞서는 ‘AI 버블’의 한 단면이다. 자율성이라는 핵심 기능조차 충분히 구현하지 못한 채, 원대한 비전만을 앞세워 소비자를 유혹하는 것은 건전한 기술 발전 방식이 아니다. 그들이 말하는 ‘로봇이 로봇을 생산하고, AI가 과학 실험까지 수행하는 미래’는 매혹적이지만, 현재의 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과도한 약속에 가깝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우리 일상에 스며드는 미래는 분명 올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지불해야 할 대가가 무엇인지, 특히 프라이버시와 안전, 그리고 인간다움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번 1X의 행보는 이러한 논의를 촉발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기술 기업들이 얼마나 쉽게 소비자의 열망을 이용하여 미완성 기술을 판매하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집 안의 낯선 동거인을 맞이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그 동거의 조건과 규칙에 대해 더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인간의 존엄성과 사생활이라는 기본 가치는 절대 양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윤석 마이크로소프트 Tech P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