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이 우송철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우송철학상은 서울대 철학과 교수였던 우송 김태길 선생의 뜻에 따라 철학의 현실화, 현실의 철학화를 구현하고 있는 작품에게 주는 상이다.
저자 김원영 선생은 변호사가 된 장애인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능력 중심의 세상이 얼마나 차별적이고 배타적인지 온몸으로 체험했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그에게는 장애가 어찌해볼 수 없는 한계상황이었겠구나, 싶었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인간은 던져진 존재다. 아무도 자신의 실존적 상황을 선택하지 않았다. 만약 선택의 문제였다면 누가 불난 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전쟁터에서, 혹은 갈등이 일상인 집안에서 태어나 살기를 선택할까. 부자나라 혹은 가난한 나라, 전쟁과 기아 혹은 평화, 좋은 부모 혹은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하는 부모, 건강한 신체 혹은 장애, 좋은 머리와 아닌 머리 등 선택할 수 없었으면서 생을 쥐락펴락하는 그것은 한 개인에게 무엇일 것인가.
선택의 여지가 없이 주어진 그것을 가지고 윤동주의 서시를 따라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고 다짐하며 묵묵히 살아가는 이는 아름답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라고 해도 어느 날 갑자기 등에 진 삶의 무게가 버거워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며 세상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을지.
내게 주어진 그것을 버릴 수도 없고 수용할 수도 없어 그것이 견딜 수 없는 고통의 원천이 될 때 야스퍼스는 그것을 한계상황이라고 했다. 이성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는 ‘고통’, 야스퍼스가 주목한 중요한 한계상황이다.
김원영 선생은 크리스토프 멘케를 따라 힘과 능력을 구분했다. “힘은 능력과는 달리 구체적인 개인의 한계와 가능성에 닫혀 있지 않다는 크리스토프 멘케의 예술론을 따라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의 능력 앞에서는 우리는 종종 좌절하지만, 누군가의 힘을 목격하면 더 큰 세상에 접속하는 경이로운 체험을 한다”고.
그는 온전히 평등한 그 경이로운 힘에의 체험을 춤을 통해 경험한 것 같다. 자기 안의 힘을 발견하고 온전히 평등한 그 힘을 자각한 그는 이사도라 덩컨을 사랑하고 최승희를 사랑하며 춤꾼으로 살고자 한다. 춤을 추며 이제 그는 기능적인 면에서 자신보다 뛰어난 춤꾼에 좌절하지 않는 경지에 이른 것 같다. 그가 차별적인 능력을 가진 이를 질투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존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극히 차별적인 능력이 힘에의 의지에 닿을 때 근원적 실존에 이르게 됨을 자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이사도라 덩컨의 정신을 사랑한다. 햇살 좋고 바람 좋은 샌프란시스코 바닷가에서 성장한 맨발의 이사도라는 어린 시절부터 모든 존재는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있으며 그 움직임이 가장 아름다운 춤임을 알고 있었다.
마음으로 듣고 마음으로 느껴야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자신이 잠을 깨며 눈을 뜨는 것 같다는 이사도라 정신을 느끼며 춤을 추고자 했던 김원영에게 장애는 걸림돌이 아니라 고유성을 찾아가는 디딤돌이 되고 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김원영 이야기가 우리에게 묻는다. 너의 한계상황은 무엇인가, 거기가 온전히 평등한 힘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음을 보았는가.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