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묘대전’ 출발점은 문화재 인근 개발을 둘러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서울시 사이 소송이었다. 2023년 서울시의회는 문화재보호조례 제19조 5항이 국가지정유산 외곽경계 100m 이내에서 적용되는 규제를 그 바깥까지 포괄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을 과잉 규제로 봤다. 이 내용을 삭제하는 개정조례안을 의결했다.
문체부는 과도한 개발이 종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서울특별시 문화재보호조례 개정조례안’ 의결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1월 6일 대법원은 서울시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이 소송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며 “서울시가 조례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당시 문화재청장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도 법령우위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로 서울시의 종묘 인근 개발은 탄력을 받게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날부터 종묘 앞 개발 의지를 피력했다. 오 시장은 세운 4구역 개발사업과 관련, “민간자본으로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빌딩 높이를 높여주고, 그 잉여자금으로 세운상가를 허물고 녹지 면적을 확보하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10월 30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을 고시했다. 세운 4구역 건물 높이는 기존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에서 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1.9m로 변경됐다. 지방선거를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종묘 앞 마천루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부와 여당은 서울시 행보에 반발했다. 국가유산청은 11월 3일 “서울시가 유네스코에서 권고하는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채 종묘 인근에 있는 세운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 고시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11월 7일 종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한을 조금 가졌다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겠다는 서울시 발상과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대한민국 문체부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서울시에서 얘기한 대로 종묘 코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선다면 종묘에서 보는 눈을 가리고 숨을 막히게 하고, 기를 누르는 결과가 되는 것 아닌가 걱정이 든다”면서 “종묘는 대한민국 국민을 넘어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종묘 인근을 우리가 꼭 개발을 하더라도 어떻게 할 것인가 문제는 국민적 토론을 거쳐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총리는 “서울시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한 시기에 그렇게 마구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면서 “문화와 K-관광이 부흥하는 시점에서 문화와 경제의 미래 모두를 망칠 수 있는 결정을 지금 하면 안 된다는 관점에서 정부가 아주 깊은 책임감을 가지고 이 문제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직접 종묘 현장을 방문한 뒤 민주당에서도 ‘종묘대전’에 화력을 전폭 지원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전현희 의원은 11월 1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종묘 앞에 초고층 빌딩을 세우겠다고 한다”면서 “우리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종묘가 오 시장의 무원칙 난개발로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해제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회견엔 여권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서영교, 박홍근, 박주민, 김영배 의원 등이 참석했다.
11월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종묘는 뜨거운 감자였다.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 5선 도전에 정치적 희생양으로 세계문화유산을 훼손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조계원 민주당 의원은 “국가유산청장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사수하려면 이 문제에 대해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1월 10일엔 민주당은 가칭 ‘오세훈 서울시장 시정 실패 및 개인 비리검증 TF’를 구성했고, 천준호 의원을 단장으로 지명했다. 11월 13일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일대 19만 4089.6㎡ 공간을 세계유산지구로 지정하는 안을 논의했다. 세계유산지구는 세계유산이 있는 ‘세계유산구역’과 유산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설정된 주변 구역인 ‘세계유산 완충구역’으로 구분된다.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세계유산 분과는 종묘 중심 총 91필지를 세계유산지구로 새로 지정할 방침이다. 2024년 10월 지정 예고를 올린 지 1년 만에 세계유산지구 신규 지정이 속도를 올리고 있다. 국가유산청 행보는 정치권의 뜨거운 ‘종묘대전’과 맞물려 주목받는 상황이다.
11월 12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현직 시도 광역단체장 연석회의에서 오 시장은 “정권과 민주당은 서울시정을 무도하게 공격하며 이른바 ‘오세훈 죽이기’에 돌입했다”면서 “여당은 물론이고 총리와 장관까지 나서 서울시를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묘대전은 향후 지방선거 국면에서 본격적으로 확전할 가능성이 높다. 여권은 문화재 보호를 앞세워 ‘오세훈 견제구’를 날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들이 이번 이슈에 앞다퉈 뛰어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반면, 국민의힘은 노후화된 도심 개발을 키워드로 띄운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여권은 세계문화유산 종묘 가치 훼손을 중심 논조를 지속 부각시킬 것”이라면서 “야권은 종묘 앞 마천루가 ‘한국판 롯폰기’로 혁신할 수 있다는 취지로 개발 필요성을 피력하는 쪽으로 맞설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는 지방선거 핵심 승부처”라면서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한 종묘 개발 이슈가 전국적으로 확산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표심을 가르는 기준이 ‘종묘 개발’과 맞물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권 한 전략가는 “종묘는 대한민국 고유문화 정통성을 품고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라면서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문화에 ‘마천루 그늘’이 드리운다면 그것이 온당한 개발인지에 대해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시선”이라고 했다.

야권 관계자는 “긴 호흡으로 멀리 내다본다면 어떤 안이 우리 삶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를 살펴봐야 한다”면서 “오래된 건물에 페인트칠만 하는 도시재생이 아니라, 구도심을 개발해서 현대와 과거의 공존을 이뤄낸다면 한국 문화에 대한 정체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문화유산 보존이 서울 시민의 삶의 질보다 중요한지를 되돌아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구도심 개발은 강남과 강북 균형발전에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면서 “진짜 서울 심장부 위치에 있는 종로, 동대문 등 인근 지역은 몇십 년째 그대로 낙후돼 있고, 이는 강남과 강북의 불균형 발전 근본적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와 여당이 세운상가 인근 개발을 비판하는 것은 그 계획을 발표한 것이 오세훈 서울시장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실장은 “종묘 인근을 개발하느냐 개발하지 않느냐는 선택지에 대해 서울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다르게 보면, 과거 ‘오세훈 대 박원순’ 이런 대결구도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선거까지 시간이 몇 달 남았으니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