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면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의 지휘권은 따라야 하고 존중돼야 한다. 중앙지검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다”며 “대검의 지시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지겠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수사 라인은 항소하려 했지만, 대검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취지였다.
박재억 수원지검장·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박영빈 인천지검장 등 전국 검사장 18명은 집단으로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11월 10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노 대행이 밝힌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일선 검찰청의 공소 유지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검사장들은 권한대행에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 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대장동 사건 공소 유지 실무책임자인 박경택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장검사 역시 이프로스에 “적어도 대검이 중앙지검과 판단이 다르다면 구체적인 사유를 설명하며 왜 그러한 판단을 하고 있는지 알려줘 적어도 중앙지검에서 그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라도 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의사결정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강 검사는 11월 9일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국민의 눈높이에서는 항소를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며 “이번 항소 포기로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됨은 물론 범죄수익 환수라는 정의실현의 또 다른 한 축이 무너지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가장 큰 문제는 천문학적 금액에 해당하는 범죄수익의 환수 문제로서 민간업자 측에 해당하는 피고인들은 중형을 감수하고라도 이를 지키려 했던 것”이라며 “남욱, 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금액의 10분의 1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1심에서 피고인들이 총 7886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전액 추징을 요구했지만, 1심은 정확한 손해액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이유 등으로 뇌물액 473억 3200만 원 추징을 선고했다. 이번 항소 포기로 2심에서 추징할 수 있는 범죄수익 상한은 473억 원으로 막히게 됐다.

실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24년 10월 대장동 개발사업 부당이득을 환수하겠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유동규 전 본부장,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제기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주장하는 7886억 원 부당이득도 과도하게 부풀렸다고 주장한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배임 범죄수익을 1128억 원이라고 판단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대장동 개발비리 수사는 1차와 2차로 나뉜다. 1차는 민간업자들과 유동규 전 본부장의 뇌물 혐의를 중점적으로 다뤘고, 수사가 잘 됐다”며 “그러던 중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하고 친윤 특수부 검사들로 2차 수사팀이 교체된다. 이재명 대통령을 뇌물죄로 엮으려다 안 되니까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진술 조작, 회유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2차 수사 검사들이 수사 대상자가 될 위기에 놓이니 이번 항소 포기를 계기로 들고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 내부에선 수뇌부들을 향한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항소 포기 과정에 관여했더라도 수뇌부가 이를 차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지검 소속 한 검사는 11월 13일 “수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항소를 하지 않았다는 게 얼마나 이상한 일인지 알 수 있다”면서 “현직 대통령이 관련돼 있는 건이다. 총장 대행이 독자적으로 판단했으리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설령 외압이 있었더라도 수사팀 의견을 들었어야 했다”고 전했다.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파동 닷새 만인 11월 14일 퇴임식을 열고 검찰을 떠났다. 당초 퇴임사에서 자세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다만 그는 “검찰 구성원들이 우려를 전한 것임에도 항명이나 집단행동으로 보는 시각이 안타깝다”며 “나 스스로 물러나는 만큼, 일각에서 제기되는 검사들에 대한 징계 등 논의는 부디 멈추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김병기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해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 검사를 파면할 수 있도록 한 검사징계법을 폐지하고, 검사도 일반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징계위 심의를 통해 파면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맞서는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 30일 국무회의에서 뜬금없이 검찰의 항소를 강하게 비판한 것은 이번 항소 포기를 미리 지시한 것”이라며 “단군 이래 최악의 수사외압이자 재판외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명백한 집권남용이자 탄핵 사유”라며 “김병기 원내대표도 동의했으니 국정조사하고 특검도 하자. 그 끝은 탄핵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항소 포기를 이재명 대통령판 ‘순직해병 수사외압’으로까지 칭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정성호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인사 중 한 명이다. ‘항소 신중히 판단’ 의견을 법무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했겠느냐”고 꼬집었다.
여권에서는 터무니없다며 일축한다. 앞서 민주당 관계자는 “‘02-700-8080’처럼 명확한 증거가 나온 게 있느냐”며 “국민의힘이 지지율 반등이 없고, 내년 지방선거 위기감이 오자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검찰은 지난 총선 당시 재산 3000만 원을 축소 신고한 혐의로 장 대표에 대해 당선 무효형인 벌금 100만 원을 구형했는데, 1심에서 무죄가 나오자 항소를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의 선택적 항소 포기는 한두 번이 아니다”며 “대장동 1심 항소 포기가 있기 약 10일 전 박수영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도 검찰은 구형 벌금 150만 원보다 낮은 90만 원이 선고됐지만 항소를 포기했다”고 했다. 또한 2021년 조수진 전 의원과 2019년 원희룡 당시 제주지사의 공직선거법 재판에서도 구형보다 낮은 선고에도 검찰이 항소하지 않았던 점을 언급했다.
여권 한 관계자 역시 “지귀연 부장판사가 구속기간을 ‘시간’으로 계산해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석방했을 때도 검찰은 ‘즉시항고’를 포기했다. 그때는 왜 검찰이 항소 포기에 반발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부정평가 응답자에 이유를 물었을 때 ‘도덕성 문제·본인 재판 회피’가 15%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장동 사건·검찰 항소 포기 압박’이 새로 포함됐는데, 6%로 상위에 올랐다.
‘검찰의 대장동 사건 미항소’에 대한 의견도 물었는데 ‘적절하지 않다’가 48%로, 29%의 ‘적절하다’보다 19%p 높게 나왔다. ‘모름·응답거절’로 의견을 유보한 응답도 23%였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