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대표, 법무부 장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굵직한 경력을 자랑하는 추 의원에겐 ‘대통령과 국무총리 빼고 다 해봤다’는 수식어가 달린다. 이제 정가의 시선은 추 의원이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할지에 쏠린다.
추 의원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내부 경선이 될 전망이다. 김동연 지사 역시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당내서 비명계로 분류되긴 하지만 추 의원과 달리 무당층에서 소구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취임 직후 펼쳐진 지방선거에서 호남과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사실상 전멸했다. 유일한 생존자가 김 지사였다.
추 의원은 국정감사 이후 경기도 곳곳을 돌며 지역 주민과 대면 접촉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 정가에선 경기도지사 출마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돌았다. 이와 함께 최근 민주당 친명 인사들은 김동연 지사를 향한 견제구를 던지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경기도 복지 예산 삭감을 파고들며 김 지사를 향한 날을 세웠다.

김 최고위원은 “행정 편의주의가 노인 복지 가치를 짓밟은 결정”이라면서 “경기도는 재정 탓을 하지만 예산은 우선순위 문제이지 핑계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경기도는 재정 논리가 아닌 인간의 눈으로 사안을 보시기 바란다”면서 “복지는 여유가 있을 때 하는 선심이 아닌 위기에 먼저 지켜야 할 국가의 품격”이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도입한 먹거리 드림 코너와 관련해 “중앙정부 복지정책으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위기 속에서도 국민 누구나 최소한의 먹거리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정책은 지방에서 출발해 이제는 국가 복지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 성과와 비교를 통해 김 지사를 우회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남양주을에 지역구를 둔 김병주 최고위원은 친명계이자 경기도지사 후보군 중 한 명이다. 비명계이자 잠재적 경쟁자인 김 지사를 향한 김 최고위원 발언을 두고 정가에선 묘한 시선들이 쏟아진 바 있다.

그러자 친명 강득구 의원은 다시 김 지사를 향해 날을 세웠다. 강 의원은 11월 14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경기도가 2026년도 본예산에서 복지예산을 싹둑 잘라냈다”면서 “무려 214건(에 대한) 2440억 원을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김 지사는 일시적 조치라며 내년 추경에서 100%를 채우겠다고 했다”면서 “복지 예산 삭감에 이어 김 지사 해명까지 모두 충격적”이라고 했다.
강 의원은 “망치로 머리를 두들겨 맞은 듯하다”면서 “추경에서 복구할 테니 기다리라는 김 지사 말은 물에 빠진 사람에게 ‘기다리면 구명조끼를 던져주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강 의원은 “다른 어느 지방정부보다도 재정이 탄탄한 경기도, 더구나 국민의힘도 아니고 민주당 소속 도지사가 복지 예산을 칼질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충격을 넘어 배신감까지 느낄 지경”이라고 했다.
친명계의 연이은 공세는 향후 경기도지사 민주당 경선 전초전 성격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추미애 의원 출마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경기도지사 민주당 경선은 고차 방정식으로 복잡해졌다.
정치 전문가들은 경기도지사 선거를 좌우할 핵심 요소로 ‘무당층 표심’을 거론한다. 이는 선명성이 강한 추 의원에겐 불리한 측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으로부턴 비토 기류가 많지만 외연 확장에선 우위를 점하고 있는 김 지사는 당내 경선에서 이 부분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김동연 지사는 여권 내부에서도 무당층에 소구력이 있는 인물로 꼽힌다”면서 “추미애 의원을 비롯한 선명성 강한 친명계 인사가 출마할 경우엔 확장성에 물음표가 붙을 수는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 지형이 흔들릴 수 있는) 변수가 창출될 수 있는 구도는 민주당에서 친명 후보가 나오고, 국민의힘에서 중도 소구력이 있는 후보가 나오는 경우”라면서 “여야가 정치적 선명성이 강한 후보를 동시에 내세울 경우엔 선거 구도가 집권여당에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2022년 경기도지사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이력이 있다. 한 전 대표는 최근 검찰의 대장동 일당 1심 항소 포기 이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둘은 당 주류로부터 배신자 프레임으로 공격 받는 처지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최근 민주당이 유승민 전 의원 딸 유담 교수 임용 관련 의혹을 집중 공세를 펼친다든지, 한동훈 전 대표를 평가절하 하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여러 시나리오가 복합적으로 얽히는 상황에서 나오는 전략적인 행보일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의 경우엔 딸을 교수로 임용할 만한 ‘권력’이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인지 먼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한 전 대표에 대한 비판 역시 그의 선거 출마 당위성을 공격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최근 민주당 공세가 무당층 소구력이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부분을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민주당이 유 전 의원과 한 전 대표를 경계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추미애 의원 같은 친명계를 공천한다면 국민의힘도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민주당과 별개로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선명성이 강한 후보 대신 무당층에 강점이 있는 후보를 공천할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11월 3일 YTN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추 의원 출마 가능성을 전제로 “한동훈 전 대표는 ‘반성의 시간’이지, ‘출마의 시간’이 아니다. 경기도지사 (공천) 문제는 장동혁 대표가 대단히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유승민 카드를 어떻게 쓸 것이냐를 두고 당내 반발이 많을 것이다. 이길 것인지 명분을 택할 것인지 그것은 장동혁 대표 선택의 몫”이라고 했다.
한편, 11월 8일 수원에서 열린 ‘2025 인천경기기자협회 체육대회’엔 김동연 지사와 추미애 의원이 함께 참석해 묘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김 지사와 추 의원은 악수를 나눈 뒤 옆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여권 내부에선 이 만남을 시작으로 경기도지사 선거를 둘러싼 ‘물밑싸움’이 막을 올렸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