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은 신사업 투자와 관련해 “AI 자율주행은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차량 주변을 스스로 인지, 실시간 판단해 주행하는 기술로, 현대차그룹은 ‘엔드 투 엔드(E2E)’ 딥러닝 모델 기반의 ‘Atria(아트리아) AI’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포티투닷 및 모셔널과 해당 기술 구현을 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또, 이번 투자를 통해 SDV 전환에도 속도를 낸다. SDV는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를 제어하고 관리하는 자동차를 뜻한다. 2026년 하반기 차량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SDV 페이스카(시험차)’를 공개하고, 기술 검증을 거쳐 양산차 확대 적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언급한 포티투닷과 모셔널, 두 기업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투자 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포티투닷은 2020년 설립 초기부터 도심형 모빌리티 플랫폼 ‘유모스(UMOS, Urban Mobility Operating System)’ 개발에 주력했던 업체다. 유모스를 통해 자율주행차 및 드론, 배달로봇 등 미래 이동 수단을 통합한 차량 호출·공유, 스마트 물류, 전자상거래 등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유모스는 5년이 지난 현재 여전히 상용화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유모스 사업의 모빌리티 서비스 중 하나인 ‘TAP!’은 자율주행 사업화를 위해 시작한 자율주행차 호출·탑승 플랫폼으로 지난해 서비스를 중단했다.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 기반의 탑재형 자율주행 모듈인 에이키트(Akit) 역시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포티투닷은 2023년 8월 현대차그룹에 인수되면서 그룹의 SDV 대전환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그룹 내 자체 운영체제(OS)와 모바일과 차량 간 연결성을 강화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SDV 양산 목표는 2028년으로, 상용화까지 약 3년이 더 필요하다.
상용화 실패는 곧 실적 부진으로 연결됐다. 2020년 2506만 원의 매출 기록으로 시작한 포티투닷은 지난해 249억 원의 매출 실적을 냈지만 이중 약 74%를 현대차그룹 내부거래에 의존했다. 그사이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피하지 못했고, 지난해 결손금은 5590억 원까지 쌓였다.

정의선 회장이 그동안 그룹 내 계열사를 통해 두 업체에 쏟아부은 금액은 6조 원에 달한다. 포티투닷은 지난 8월 현대차와 기아로부터 총 5003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2019년 설립 당시 현대차로부터 20억 원을 출자받아 사업을 시작한 포티투닷은 올해 유상증자까지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약 2조 원을 투자 받았다. 모셔널은 현대차그룹이 미국의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앱티브와 각각 20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씩 투자해 지난 2020년 설립한 회사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모셔널에 유상증자와 추가 투자를 통해 자금을 지원했고, 총 금액은 4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사업의 SDV 전환이 그룹 내 장기 프로젝트에 속해, 단기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지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 회장은 지난 8월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 뉴스와 인터뷰에서 “향후 25년간 모빌리티를 정의할 핵심 요소 중 하나는 SDV와 AI 기술의 융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125조 원 투자 계획 발표에서도 2030년까지 SDV와 AI 등 신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만큼 단기 실적보다 기술 축적이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모빌리티 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기술들에 6조 원을 투자할 가치가 있었는지도 의문이지만 이 정도 투자를 했으면 상용화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하나는 나왔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차라리 해당 분야의 글로벌 상위권 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가이드하우스가 발표한 2024년 자율주행 업체 기술 순위에서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모셔널(15위) 보다 두 계단 위인 11위에 올라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23년(13위)에는 모셔널(5위) 보다 8계단 아래에 있었지만 1년 만에 역전에 성공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현대자동차 출신 자율주행 엔지니어 4명이 설립한 기업으로, 누적 투자 금액은 2025년 11월 기준 약 820억 원이다. 모셔널 투자 금액의 5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그룹 내부에선 정 회장을 향한 비판 메시지보다는 포티투닷 등을 향한 문제 제기가 더 많이 노출되고 있는 인상이다. 직장인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게시글에서 한 현대차 직원은 포티투닷에 대해 “특수한 목적 때문에 설립이 됐다고 하더라도 성공 가능성 없이 돈만 먹는 하마”라고 평가하며 “계속 이렇게 돈만 들어가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썼다. 또 다른 직원은 “일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업무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방향성이 계속 바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사업에 대해서 지속적인 투자는 기업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 재무적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기술적인 측면에서 성과를 내면 된다”면서 “그러나 두 성과가 모두 기대만큼 나오지 못한다면 이는 투자 실패라고 봐야 한다. 향후 현대차그룹이 설정한 신사업의 상용화 목표 달성 여부 등에 이목이 쏠릴 것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