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일선 경찰들 사이 갈등마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경찰 노동조합 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가 두 단체로 분열돼 서로 여러 건의 소송전을 벌이는 중이다. 권한 다툼이 핵심이다. 이에 경찰청도 특정 단체만 인정할 수는 없는 상황. 결국 어느 쪽도 소통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장 경찰관들의 민원창구와 다름없던 직협이 오히려 내분으로 지휘부와 소통 경로를 완전히 차단해버린 셈이다.

경찰 직협은 2022년 윤석열 정부의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신설 추진 당시 존재감을 드러낸 단체다. 당시 지역 경찰서 단위였던 직협은 '경찰국 반대'를 기치로 똘똘 뭉쳤다. 릴레이 삭발과 삼보일배 등 집단행동으로 연대했다. 그 무렵 공무원직장협의회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하면서, 경찰 직협은 전국 단위 연합회를 구성하고 경찰청 상대 단체협상권도 갖게 됐다.
하지만 직협의 지금 실태는 '원팀'이었던 당시 모습과는 아예 딴판이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서울북부지법에선 직협 현 집행부의 정당성을 따져보고 있다.
이번 소송은 직협 내 신구 세력 갈등이 핵심이다. 충북 청주 흥덕경찰서 민관기 경감이 위원장인 현 직협은 4대 집행부로 분류된다. 앞서 2대 집행부가 '수석부위원장 임명절차 위반' 등을 이유로 탄핵됐는데, 현 집행부는 그에 따른 3대 임시직을 거쳐 현 체제에 이르렀다. 하지만 탄핵된 2대 집행부 인사들이 "탄핵 절차가 위법했으므로 현 4대 집행부 선출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직협은 2개 단체가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소송을 낸 쪽은 음영배 인천 중부경찰서 경감을 '3대 직협' 위원장으로 내세워 단체를 운영 중이다. 피소된 쪽은 민관기 경감을 '4대 직협' 위원장으로 앞세워 활동 중이다.
물론 4대 직협도 좌시하진 않고 있다. 지난 9월 3대 직협을 대상으로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공무원직협법에 따라 직협은 한 곳만 존재할 수 있는데, 유사단체가 활동하고 있다'며 이들의 결성 및 활동의 위법성을 조사해달란 게 뼈대다.
직협 두 곳이 서로 "우리가 진짜"라고 주장하고 있는 격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4대 직협이 3대 직협을 대상으로 낸 고소·고발 등이 최소 30건이 넘는다. 반면 3대 직협이 4대를 상대로 낸 고소·고발 등도 10건이 넘는다.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들이 법을 무기로 싸우고 있다.
다만 4대 직협이 3대 직협을 상대로 낸 '전국직협 명의 사용 금지' 가처분 신청에선 4대 직협이 우세를 점했다. 지난 11월 20일 수원지법 제31민사부(재판장 신우정)는 "3대 직협은 단체명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와 직함인 '위원장·회장' 등 표현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결정했다.
그렇지만 3대 직협 측은 이를 판결이 아닌 '결정'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한다. 판결은 법원의 최종 판단을 의미하지만, 결정은 소송절차 진행 중 경미한 사안에 대한 판단이다. 결정은 법관 판단에 따라 언제든 취소도 가능하다. 실제 3대 직협 측은 변론도 못했고, 송달문도 못 받았다며 즉시 항고했다. 오는 12월 18일 첫 변론에 나선다.

이들 갈등은 최상급 기관인 경찰청으로도 번졌다. 4대 직협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에 마련된 기존 직협 사무실을 사용하려다 제지당했다. 경찰청이 문을 폐쇄했기 때문이다. 경찰청으로선 직협 두 곳이 권한 다툼을 벌이는 만큼, 어느 한쪽만 인정할 수 없어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양대 직협의 극한 대립이 지휘부와 소통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이어진 셈이다.
4대 직협은 올 7월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등 지휘부 5명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단체는 "4대 직협이 적법하게 구성됐음에도 경찰청이 2년 이상 쓰던 직협 사무실을 일방적으로 폐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3대 직협이 다시 나섰다. "지휘부에 대한 공수처 고발은 무고"라며 4대 직협을 고발했다.
경찰청 입장은 완고하다. 지난 11월 17일 4대 직협 측에 "3대 직협이 제기한 소송 결과에 따라 4대 직협 선거 효력 유무가 결정되므로 현재 적법한 대표자 지위가 불분명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갈등은 갈수록 더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 경찰청은 4대 직협 민관기 위원장 등 관계자 8명에 대한 감찰을 진행 중이다. 해당 관계자들이 지난 11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제2중앙경찰학교 전북 남원 유치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게 발단이 됐다. 4대 직협은 또 남원시와 업무협약(MOU)까지 맺었다.
경찰청은 일찍이 일선 경찰관들에 제2중앙경찰학교 관련 '중립'을 당부해왔다. 남원 외에도 충남 아산 역시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 의사를 밝히며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불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4대 직협의 남원시와의 MOU 체결은 사실상 특정 지자체에 대한 적극적 지지 행위"라고 판단했다.
4대 직협은 "지난 7월 아산 유치 토론회 때도 참석했지만 그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탄압 피해'를 주장한다. 단체 내부에서는 "감찰 담당자 대상 직권남용 등 고발"도 거론되는 분위기다. 반면 3대 직협은 "제2중앙경찰학교 설립은 경찰관 복지 등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4대 직협이 잘못된 행보를 띠고 있다"고 강조한다.

직협 밖의 대다수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선 피로감을 토로한다. 애초 현장 경찰의 권익 및 복지 증진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직협이 이젠 되레 걸림돌이 되고 있어서다.
부산경찰청 소속 한 경감은 일요신문에 "소탐대실의 전형적인 사례"라며 "이런 식이라면 어느 쪽도 직협을 이끌 자격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번 경주 APEC 당시 경찰의 열악한 근무 논란이 거셌지만 직협이 마땅히 역할을 한 건 없었다"며 "최근 경찰 안에서 논란이 일었던 4조3교대 근무도 한 달 시범도입 후 결국 종료됐는데, 이 역시 직협이 아닌 평범한 현장 경찰 목소리를 반영한 조치였다"고 했다.
충남경찰청 소속 한 경사도 비슷한 시각이었다. 그는 "양측 직협이 서로 고소·고발한 건이 50건가량 된다는 게 몹시 창피하다"며 "아무리 법을 다루는 직업인들이라지만, 서로 대화로 풀어보려는 의지보단 지엽적인 법 조항을 갖고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산 아니겠나"라고 꼬집었다.
광주경찰청 소속 다른 경사 역시 "2021~2022년 전국 직협 출범 무렵 때보다 존재감이 퇴색한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도 큰 기대는 없다"고 털어놓았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