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안마가 12월 9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서부지방법원에 LGD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티안마 측은 소장에서 LGD가 자사의 미국 특허 4건을 침해해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이 된 기술은 △산화물 반도체(IGZO) 기반의 박막 트랜지스터(TFT) 소자 기술 △터치 패널의 두께 균일도를 유지하는 스페이서(Spacer) 배치 기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비표시 영역(테두리)의 내구성 강화를 위한 지지 구조 기술 △고해상도 구현을 위한 픽셀 및 서브픽셀 배열 기술 등이다. 이는 디스플레이의 구동 및 효율·화질, 수율 등을 결정짓는 핵심 공정 기술들이다.
티안마는 ‘LG 27인치 울트라기어 나노 IPS 4K 게이밍 모니터(27GP950-B)’와 ‘13.4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LP134WT1)’ 등 미국에 공급되는 액정표시장치(LCD) 및 OLED 패널을 구체적인 침해 제품으로 명시했다. 가장 주목받는 점은 테슬라의 주력 차종인 ‘모델 Y’에 탑재되는 ‘15.4인치 LTPS 인셀(in-cell) 디스플레이’를 침해품으로 지목했다는 것이다.
티안마 측은 소장에서 “LGD가 2025년 한 해에만 13차례에 걸쳐 6만 7000kg 이상의 패널을 롱비치항 등을 통해 미국으로 들여왔으며, 이 중 상당수가 오스틴에 위치한 테슬라 기가팩토리로 공급된 것으로 보인다”며 테슬라 공급망을 겨냥했다.
티안마가 소송지로 텍사스 오스틴을 택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소장에 따르면 티안마는 LGD 오스틴 사무소 운영과 테슬라와의 거래 관계를 근거로 관할권을 주장했는데, LGD의 핵심 고객사인 테슬라 본사가 위치한 곳에서 분쟁을 일으켜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에 텍사스 서부지법 판사들이 특허 소송에 정통해 진행 속도가 빠르고 특허권자에게 우호적인 판결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준석 로한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는 “고객사와의 관계를 겨냥하는 것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소송 전략”이라며 “고객사 입장에서 부품사의 특허 리스크는 공급망의 불안 요소다. 만약 특허 소송에서 지거나 합의가 불발돼 납품 금지 조치가 내려질 경우, LGD는 매출 타격뿐만 아니라 고객사와의 신뢰 관계 훼손까지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티안마 측은 2011년부터 라이선스 협상을 진행했으며 2021년 3월 직접 침해 사실을 통지했다는 사실을 들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만약 특허 침해를 인용하는 판결이 내려질 경우 원고가 제조 기업인 만큼 배상 범위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적인 특허수익화기업(NPE)가 제기하는 소송의 경우에는 손해배상 청구가 과거 침해 기간에 대한 합리적 로열티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상대가 경쟁사인 경우 특허 침해로 인해 자사 제품이 팔리지 않아 발생한 손해, 즉 ‘일실이익’까지 배상액에 포함하여 청구할 수 있다. 주로 수익화가 목적인 NPE와 달리 경쟁사는 ‘판매 금지’까지 끌어내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NPE 소송보다 시장 파급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LGD 관계자는 “진행 중인 특허 소송과 관련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 제소는 지난 6월 LGD가 티안마를 상대로 텍사스 동부연방법원에 제기한 소송에 대한 본격적인 반격으로 풀이된다. 당시 LGD는 티안마가 자사의 LCD 및 OLED 관련 특허 총 7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티안마는 지난 10월 23일 미 특허심판원(PTAB)에 LGD의 OLED 기술 관련 특허 1건을 상대로 무효 심판(IPR)을 청구했다. 나머지 6건과 관련해서도 순차적으로 IPR 청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LGD는 ‘폴리실리콘(Poly-Si) TFT LCD’ 기술을 중점적으로 제소한 것이고 티안마의 맞소송은 ‘IGZO TFT 기반의 OLED’에 초점을 맞췄다. 양측이 서로 다른 구동 방식과 디스플레이 기술을 내세워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며 “LGD 역시 티안마의 특허 자체를 무력화하기 위해 IPR을 청구하며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D와 티안마는 글로벌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전동화 추세에 힘입어 2024년 글로벌 LCD 패널 출하량만 2억 3200만 대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시그마인텔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차량용 디스플레이 출하량 기준으로 중국의 BOE가 4090만 대(점유율 17.6%)로 1위를 기록했고, 티안마가 3690만 대(15.9%)로 그 뒤를 바짝 추격했다. LGD는 1870만 대(8.0%)를 출하해 5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수익성이 높은 하이엔드 제품군 시장에서는 양상이 다르다. OLED 단독으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고부가 제품군인 OLED와 LTPS LCD 합산 기준으로는 LGD가 각각 세계 1위를 수성하고 있다. 범용 LCD 시장에서는 티안마가 물량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수익성과 기술력 면에서는 여전히 LGD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D가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소송전에서도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LGD의 특허 로열티 수익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누적 로열티 수익은 999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수익(606억 원)을 뛰어넘어 올해 최초로 1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LGD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중국 패널 업체들의 매출 증가에 따른 결과로 알려졌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그만큼 LGD가 대체 불가능한 선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도 BOE와 비슷한 분쟁을 겪었으나 승기를 잡은 점을 고려하면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며 “티안마가 규모가 있고 업력이 길긴 하지만 아직 LGD와 기술 격차가 분명하다. 이번 제소는 LGD의 공세에 대한 방어적 차원의 맞대응 성격이 짙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준석 변리사는 “특허 소송은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리소스가 소모되기 때문에 소송 제기 자체가 상대에게 큰 부담을 준다. 단 1개만 침해하더라도 물고 늘어질 수 있고, 소송 자체만으로도 협상에 활용할 수 있다”며 “대부분의 특허 분쟁이 끝까지 가지 않고 합의로 종결되는 점을 고려할 때, 티안마의 의도는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도 취하할 테니 너희도 취하하라’는 식의 ‘쌍방 취하’를 유도해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